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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산타만 있다?…핀란드는 '디자인 천국'

  • 보도 : 2017.09.25 09:09
  • 수정 : 2017.09.25 09:09
핀란드  디자인 도시 헬싱키 

간결하지만 실용적인 '단순함의 미학' 
식당 의자·매장 간판·교회까지 '디자인 교과서'
핀란드 여행의 키워드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빼놓고 핀란드의 매력을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헬싱키는 2012년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된 도시다. 하지만 여행 중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은 찾기 어려웠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 겉멋이 들지 않은 편안한 느낌이랄까. 작은 식당에 아무렇게나 놓인 의자, 길가의 벽화, 매장 간판, 호텔 로비의 테이블에서도 파격보다는 정제된 단정함이 느껴졌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화려하고 특별한 것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삼각형 모양의 대지 위에 지어진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은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독특한 구조로 핀란드 디자인의 힘을 보여준다.

 

세계를 이끄는 핀란드 디자인의 현주소 

핀란드 디자인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여행이 더 풍요로워진다.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는 알바르 알토(Alvar Aalto)다. 그를 보면 핀란드가 얼마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토는 현지에서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비슷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유로화를 쓰기 전에 사용된 핀란드 지폐에는 알토의 인물화가 들어가 있었을 정도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했고 이를 디자인적 가치로 연결했다. 알토가 디자인한 가장 유명한 제품은 사보이 꽃병(Savoy vase)이다. 핀란드의 굴곡진 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핀란드의 건축과 디자인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그의 철학은 후대 디자이너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딸라&아라비아센터 피스카스 파빌리온의 오렌지 손잡이 가위 작품.

핀란드의 디자인은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기능을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간결하지만 실용적이고, 화려하지 않지만 질리지 않는다. 더하고 뺄 것 없는 단순함 속에 담긴 은은한 아름다움은 핀란드 디자인의 최대 경쟁력이 됐다.

①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디자인 가구 카페.

현재 핀란드 디자인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2005년 탄생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다. 헬싱키 중심부 25개 거리에 200개 이상의 디자인 관련 상점이 들어선 곳이다. 핀란드풍 인테리어, 골동품, 패션, 보석류 상점부터 아티스트 스튜디오, 갤러리, 박물관, 레스토랑, 카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마리메코(Marimeko), 아르텍(Artek), 이딸라(Ittala)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는 물론 신진 작가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어서 헬싱키 여행의 필수 방문지로 떠올랐다. 디자인포럼핀란드에서는 1년에 두 번, 200여 개 회원사 매장이 표시된 지도를 펴낸다. 관광안내소, 주요 호텔 등에서 얻을 수 있다.  

④00여 개의 디자인 관련 상점들로 조성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리이케'로 가보자. 7개 현지 브랜드 제품이 모인 편집 매장이라서 짧은 시간에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마리타 후리나이넨의 목재 신발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결치는 듯한 굽이 달린 독특한 샌들은 차라리 예술품에 가깝다. 편안한 세련미를 지향하는 남성복 브랜드 프렌도 같은 매장에 있다. 유럽에서 생산된 친환경 재료를 가지고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북유럽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③물결 형태의 독특한 굽이 달린 목재 샌들.

 

대표 브랜드 이딸라, 아라비아 한자리에 

헬싱키 디자인 지구에서 북쪽으로 7㎞ 떨어진 이딸라&아라비아디자인센터(Iittala & Arabia Design Center)는 핀란드의 또 다른 디자인 명소다.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이딸라(Iittala)와 아라비아(Arabia)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딸라는 식기, 인테리어 소품, 유리 공예품 등의 제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사명은 1881년에 유리공장이 설립된 핀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 이딸라에서 유래됐다. 이딸라의 유명 제품 중에는 크리스털 잔이 있다. 밑바닥이 불규칙한 모양인데 얼음으로 뒤덮인 핀란드의 자연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디자인에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때문에 이딸라 제품은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1873년에 공장을 설립한 아라비아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또 다른 일류 브랜드다.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도자기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⑤ 간결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의 패션 소품들.

이딸라&아라비아디자인센터에서는 옛 디자이너들의 위대한 작업과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번뜩이는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9층에서는 창립 시기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두 브랜드의 제품을 전시한다. 시대별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도자기, 유리제품 등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을 비롯해 예술가들의 작업장, 디자인 연구소 등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자인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볼 수 있는 곳이라 무척 흥미롭다. 2층에는 아울렛 매장이 있다. 이딸라와 아라비아의 제품은 물론 공구회사 피스카스, 섬유 브랜드 핀라이슨 등의 제품을 살 수 있다. 아라비아에서 생산한 무민 캐릭터 제품도 인기 만점. 40유로 이상 구매하면 세금 환급도 해준다.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가이드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같은 건물에는 피스카스 파빌리온(Fiskars pavillion)이 있다. 오렌지 손잡이 가위가 대표작인 피스카스그룹의 도끼, 가위, 삽 등 공구를 예술적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일상에서 쓰는 도구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변모한 전시장을 보니 그 기발한 착상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신의 은총이 쏟아지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언젠가 '세계의 특별한 건축물'을 주제로 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사진 중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것은 한 교회였다. 교회라고 하기에는 너무 몽환적인 느낌이어서 예술작품으로 오해했을 정도였다.

② 바위를 파서 만들어 암석교회라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사진 속 장소는 헬싱키에 있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Temppeliaukio Church)였다. 1969년에 티모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건축가 형제가 바위를 파서 만든 교회로 흔히 암석교회로도 불린다. 독특한 모습 때문에 이 교회는 헬싱키의 주요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교회에 들어서면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내부구조가 정신을 멍하게 만든다. 웅장한 지붕은 돔 형태로 지름이 24m에 이른다. 22㎞ 길이의 구리 띠를 말아서 만든 돔 아래에는 180개의 창문이 있다.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천천히 이동하는데 시시각각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공적인 빛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장면이다.

교회 내부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벽은 울퉁불퉁한 바위로 이뤄져 있는데 말끔하게 깎아내지 않고 자연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불규칙적인 암석의 표면은 그 자체가 훌륭한 인테리어다. 화려함보다 절제의 미학을 추구하는 핀란드 디자인의 정신이 이곳에도 투영된 것 같다. 

이 교회는 처음 설계할 때부터 음향 전문가가 참여했고 연간 200회 이상의 음악회가 열린다. 교회에 도착했을 때 작은 음악회가 한창이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미사를 올리듯 조용히 곡을 듣거나 기도를 했다. 제단에서 장엄한 곡을 연주하는 음악가의 머리 위에는 찬란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마저 절로 기도하고 싶은 경건한 느낌은 바쁜 여행객의 마음을 평화롭게 어루만졌다. 입장료는 1인 3유로.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교차 현대미술관 

헬싱키 시청사에서 1.2㎞ 떨어진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에서도 디자인의 힘을 체감할 수 있다. '염색체의 교차'를 뜻하는 키아스마는 미국 최고 건축가로 꼽히는 스티븐 홀이 설계했다. 독특한 외관 때문에 1998년 공개 당시엔 논란이 됐으나, 지금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건물은 사각형이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대지에 지어졌다. 이 때문에 미술관 내부는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흰색의 벽과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보인다. 각 층은 계단 대신 완만한 곡선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며 정적인 공간을 생동감 넘치게 만든다. 이런 키아스마의 내부구조는 관람객을 현대미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키아스마에서는 주제별 전시회 및 박물관 건축에 관해 설명하는 가이드투어를 진행한다. 영어 해설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한다. 예약을 원하면 메일로 문의하면 된다. 월요일은 개장하지 않는다. 

트롤을 소재로 한 귀여운 무민 

미국에 미키마우스가 있다면 핀란드엔 무민(Moomin)이 있다. 핀란드가 탄생시킨 인기 캐릭터 무민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 괴물 '트롤'을 소재로 했다. 1945년 토베 얀손이 《무민 가족과 대홍수》라는 책을 통해 처음 선보였고, 지금은 세계가 사랑하는 스타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인기 캐릭터 '무민'

무민 팬이라면 본고장에서 만난 무민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매장에선 아이스크림, 커피, 주스를 비롯해 페이스트리, 케이크, 쿠키,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한다.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 문구류, 휴대폰 케이스, 컵, 열쇠고리, 상자 등의 다양한 상품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는 무민 관련 서적과 대형 무민 인형 등을 갖춰 놓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도 무민을 벗 삼아 노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카페에서 무민 모양의 빵이나 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이 좀 이상했다. 혹시 라이선스 문제가 걸린 게 아닐까 싶어 물어봤다. 점장은 “무민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모양을 본뜬 빵을 파헤치는 것까지 원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굳이 귀여운 무민 모양의 빵을 포크로 헤집으며 먹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그만큼 무민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 아닐까. 카페에 놓인 방명록에는 세계에서 온 무민 팬들이 남긴 메시지가 남아 있다. 원작 뺨치는 그림 실력을 발휘한 것도 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헬싱키에는 총 5개의 무민카페가 있다. 무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여행정보 

핀에어는 서울에서 핀란드로 가는 가장 편리한 스케줄을 제공한다. 인천~헬싱키 노선을 주 7회 직항으로 운항 중이며 비행시간은 약 9시간이다. 지난해 도입한 최신형 A350 기종을 투입 중이다. A350은 에어 필터링 시스템, 구역별 온도 조절, 낮은 기내 압력 등을 통해 편안한 여행을 돕는다. 핀란드에선 유로를 사용하며, 관광 목적의 경우 90일까지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다. 헬싱키 날씨는 여름 한낮 평균기온이 21도 수준이다. 일교차가 심해 안에는 얇게 입어도 겉옷을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10월에는 서울의 초겨울 날씨와 비슷하므로 따뜻한 점퍼나 니트류가 필수다.

핀란드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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