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고심에 빠져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정기국회 주도권과 국정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펼쳐왔던 대야공세를 접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의당과의 확전에 자제하는 듯한 모습이 뚜렷했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공방을 거듭할 수록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5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5대 비리 인사원칙'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사법부 개혁의 적임자"라며 야당의 조속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처리를 요구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 기간 동안 어떠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야당을 김 후보자가 사상적 편향성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야당에서 지적하고 있는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추 대표는 "우리법은 약 12년 전에 탈퇴했고, (후신인)인권법연구회도 480여분의 학자들이 속해있는 대법원 산하의 공식 연구회"라며 "오히려 국제인권법을 번역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칭찬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연일 언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쟁을 기사화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언론은 여당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시비를 걸고, 정쟁거리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 '적폐연대'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퍼부었던 추 대표의 발언을 놓고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투톱의 사과 없이는 김 후보자에 대한 협조가 어렵다"고 밝히자, 정국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분위기를 희석해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우 원내대표도 야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대법원장 공석 사태'의 현실화를 우려하며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임기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이후 신임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정부여당이 아니라 국민에들에게 돌아간다"며 "또한 대법원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장 공백이 현실화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건, 통상임금 문제 등의 심리 일정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해는 폭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야당은 경과보고서 채택과 인준을 진행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