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조세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자들은 오문성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의 발제에 대부분 동의한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이른바 '핀셋 증세'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겨 이와 관련한 논의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부분적인 증세는 향후 보편적 증세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어차피 증세가 고려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용이한 선행조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문성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주최하고 법무법인 율촌 후원으로 진행된 '조세정책토론회(소득재분배 바람직한 방향은?-최고소득층 세율인상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가만 놔두면 세수 증가한다고?…증세논의 할 때 됐다"
오 소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현실화에 소요될 178조원(5년 소요액)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는 필연적인 것인지, 증세가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또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긴 부분적 증세는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오 소장은 우선 문재인 정부의 재원조달계획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세입확충으로 66조원, 세출절감으로 112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7월 발표된 '국정운영5개년 계획'에는 세입확충 82조6000억원, 세출절감으로 95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16조6000억원 증가한 세입확충 부분이 논란이 됐다. 후보시절 없었던 자연세수 증가분 60조5000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탈루세금과세강화와 비과세정비로 인한 세수확충 부분은 오히려 낮아졌고 증세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의 재원마련 계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곧바로 제기됐으며 곳곳에서 정부가 증세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 증세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정부여당은 지난달 20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고소득자와 초고소득법인에 대한 '핀셋증세'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3일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같은 내용을 실었다.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법인의 법인세율은 22%에서 25%로, 과세표준 5억원 이상 소득자의 소득세율은 40%에서 42%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이 정부 세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 같은 부분적인 증세만으론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더구나 아무리 고소득층이라 해도 많은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집단의 세율만 더 올리는 것은 조세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오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월~5월 초과세수가 약 11조2000억원으로 나타난 것을 근거로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세수 초과 또는 결손은 연도별 예산 전망과 실제 경제상황에 따라 결손이 발생하기도 하고 초과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재원 조달방안 중 세수의 자연증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경제성장율에 따른 국세수입의 자연증가분을 나타내는 국세수입탄성치는 노무현 정부 이후 계속 낮아지다가 최근 회복 추세"라면서 "최근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대책으로 향후 국세수입탄성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해 정부가 예상하는 세수의 자연증가분이 목적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에서 필요한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법으로는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는 방법 ▲증세를 하는 방법 ▲기존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법 ▲공기업 및 정부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 ▲사회 보험료의 인상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제약으로는 국가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현재 또는 미래의 국민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현재 및 미래의 경기변동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해 볼 때 현시점에서의 증세논의는 바람직하며 국부적인 증세와 보편적인 증세의 시기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 소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각국이 감세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 국가에선 재정건전성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 부분적 증세조치도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해당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시행한 사례가 있으며, 우리나라도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시행하는 것은 향후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경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 용이한 선행조치라는 것이 오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재원마련 계획 중 자연세수증가분 60조5000억원은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증세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세법개정으로 인한 기준연도대비 세수효과 23조4000억원을 감안하면 37조1000억원이 모자라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7조1000억원은 자연세수증가분에 의해 보충될 수 있으나 자연세수증가분은 경기에 연동되어 재원확보를 장담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 추가증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세법개정까지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면 소득세의 보편적 증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어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증세를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세목별로 나눠, OECD국가의 GDP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이후 조금씩 낮아지기는 했지만, 2014년 8.4%로 우리나라 4%보다는 높다고 설명했다.
또 법인세의 비중은 OECD의 경우 2.1%(1975년)에서 3.6%(2007년)까지 증가했다가 2014년 2.8%로 낮아졌는데, 우리나라는 3.2%로 아직 높은 편이라며, 부가가치세(일반소비세)의 경우 경기의 변동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2014년 기준 7%로 우리나라 4.2%보다는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소장은 과세미달자가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목했는데, 그는 2006년 이후 근로소득 기준으로 과세미달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가 2013년 세법개정 이후 과세미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3년 과세미달자는 32.4%였는데 2014년 48.1%로 껑충 뛰었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량이 소득세를 안내고 있는 셈이다.
오 소장은 미국(35.8%), 캐나다(33.5%), 호주(25.1%) 등은 과세미달자 비중이 한국보다 낮다며 영국의 경우 2.9%만 과세미달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인세 실효세율, 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율, 법인세 명목세율, 부가가치세율 순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소장은 법인세의 경우 꼭 필요하지 않은 비과세나 감면을 과감히 줄여 명목법인세율과 실효법인세율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법인세의 명목세율을 올리면서 조세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함께 구사한다면 일정부분 정책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명목세율의 인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하지만 세수부족으로 인해 명목세율의 인상이 꼭 필요하다면 하더라도 시장추이를 세심히 관찰하여 내국법인 및 외국법인이 국내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초고소득자의 경우 담세여력이 있으나, 전체적인 소득세율 인상은 박근혜 정부 이후 소득세의 실질적인 증세가 꾸준히 추진되어 온 것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서 소득세의 보편적인 증세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소득자에게 추가 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저소득자의 경우 과세미달자 감소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증세의 국민적 합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상속·증여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담하는 납세자의 담세여력과 조세 정의 측면에서는 세율 조정의 여력이 존재한다"면서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특례와 같은 직접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보다는 과세이연과 같이 가업상속(경영권)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기타 상속인과의 형평을 고려하는 방법으로 상증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은 긍정적인 측면(세수증대)보다 부정적인 측면(물가상승, 저소득층의 부담증가 등)이 현재로서는 더 많다고 생각해 증세논의의 대상에 오르고 있지 못하지만 추가적인 증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부가가치세의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담배소비세 등과 같은 '죄악세'는 대상재화나 행위를 줄여야 한다는 측면과 사회적 비용의 분담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