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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세금은 여론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 보도 : 2017.08.10 08:30
  • 수정 : 2017.08.10 08:30

올해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어 찬반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시행과 정책방향의 토대가 되는 재정조달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증세에 대한 엇박자가 있었지만 초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 법인세만 증세한다는 것이다.

명예과세에 이어 핀셋증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수 천 년의 인류 세제 역사에서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용어로 그 창조적 발상은 세법전문가를 넘어선다. 이 번 세법 개정안에 대하여 각 당의 입장이 다르고, 전문가의 견해도 다르다. 세법 개정안의 기조는 분배를 강화하여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것으로 박근혜 등 보수정부와는 다른 틀이다.

성장과 분배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는 여태까지 지속되고 있는 경제논쟁이니 그렇다고 치자. 경제운용의 최고 책임자인 경제부총리의 세율 불조정 시사는 하루아침에 정치권논리에 밀려났다. 정치가 경제논리를 압도했다. 정치적 잣대로 경제를 운용하는 길에 들어섰다가 나락에 떨어진 나라가 유럽, 남미 등 수두룩하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이다. 증세 자체는 국민의 지지로 집권을 하게 된 정부의 정책방향이니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증세 방법과 대상인 것이다. 조세입법에는 조세정의, 응능부담, 보편과세 등의 전제가 항상 따라 다닌다.

세금이 국민 개인의 삶과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여 온 것이 오랜 역사적 경험이다. 그만큼 바른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흔히 인용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 증세를 꾀하자는 모토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근로소득자의 47%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이 번 정부, 여당의 증세논의 과정에서 들이 댄 논리 중 하나는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여론의 80%가 고소득자, 대기업의 증세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세금의 세자를 제대로 모르는 발상이거나 의도적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논리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헌법 제38조). 국민 개세(皆稅)주의의 표현이다. 납세를 정하는 법률을 여론조사에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납세의무를 지는 국민에게 나 아닌 남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뻔한 결론을 두고 여론조사가 왜 필요한가? 여론조사를 할 것은 따로 있다.

 국민들 사이에 견해가 대립되는 공공의 정책방향과 같은 것이다. 이해관계자의 결정 참여배제는 각종 법률이나 정관, 회칙에서 명문화된 것도 적지 않다. 명문이 없더라도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나 이해관계자는 그에 관련된 결정에 참여를 사양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바른 결정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는 세법의 개정방향에 대하여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끌어다쓰는 일은 그만두면 좋겠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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