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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탁시장 발전을 위한 부가가치세제 정비 필요성

  • 보도 : 2017.07.17 07:20
  • 수정 : 2017.07.17 07:20

지난 2017년 5월18일 대법원은 신탁된 부동산이 처분된 경우 수탁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나 행정부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신탁계약의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납세의무자라는 해석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탁시장에서는 그간 정착된 관행과 상이한 판결이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울러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에서 실질적인 수익자를 신탁된 부동산의 납세의무자로 규정한 것처럼 이번 기회에 부가가치세법에 납세의무자를 명확히 규정하여 시장의 안정적 발전과 조세행정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신탁 제도는 1990년대 초 도입된 이후, 분양받은 서민을 보호하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등 주택 건설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이제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서울에서 분양사업자가 건축허가가 나기 전에 상가를 사전분양 하고 분양대금을 유용하여 일반서민 등 약 3,200명에게 총 4천억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끼친 굿모닝시티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업무용 부동산 분양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수분양자보호를 위하여 2005년 '건축물의분양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업무용 부동산을 先분양하려면 사전에 사업부지를 신탁하고 신탁회사가 분양대금을 관리하는 경우에만 先분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신탁제도의 탁월한 수분양자 보호 효과를 국가가 인정한 사례이다.

이렇게 시장의 신뢰를 쌓아온 결과, 정부는 장기간 지체된 재건축 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에 신탁사가 책임지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택법 등 관련법령을 개정하였고 그 결과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장에 신탁사가 참여하면서 활기를 띄고 있는 등 신탁제도는 서민의 주거복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동산신탁전업사의 외형은 중소규모 수준으로, 총 11개인 국내 부동산신탁전업사의 평균 인력은 130여명 내외에 불과하며 담보신탁위주로 부동산신탁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은행도 소수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탁사별로 신탁사업장 수는 2천여 건이 넘어 전국의 개발사업 현장이나 담보신탁 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를 소수의 신탁사가 납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VAT 업무처리를 위한 원시자료 관리 및 신고내용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원을 두 배 가까이 증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신탁계약 및 신탁사업을 활용한 개발사업의 축소로 이어져서 결국 수분양자 보호 기능 저하 등 사회적 손실로 귀착될 것이다.

아울러 신탁 과세체계의 일관성 및 논리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탁자에게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소지가 있다.

현행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서는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신탁은 도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탁의 수익을 향유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는 소위 도관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 영국 및 일본의 경우도 위탁자가 신탁이익을 수취하고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경제적 실질에 의거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도록 운용하고 있다.

다만 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위탁자가 수탁자가 되는 경우, 신탁재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고 있다. 우리의 도관이론과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은 법제이다.

소득의 귀속과 거래의 귀속은 달리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거래의 귀속 결과가 수익ㆍ비용 및 소득으로 구체화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ㆍ수익ㆍ거래의 귀속기준은 단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 수익자가 신탁재산의 납세의무자로 규정된 상황에서 수탁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해석하는 경우 신탁재산 처분시 부가가치세 과세분에 대해서는 수탁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가치세 면세분(토지 및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수익자가 계산서를 발행하게 되어 납세자 등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머스그레이브는 조세제도는 납세자가 이해하기 쉬워야 하고, 세무협력비용은 가능한 적어야 하며,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이 최소가 되도록 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세당국이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과 같이 신탁재산 관련 납세의무자를 부가가치세법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에도 부합하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며, 관련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경북고-서울대 지리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숭실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행시14회
▲재정경제부 세제총괄심의관, 국세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현대증권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조세연구포럼 고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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