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 더 팩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대통령 및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서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합병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관해 지시받은 바 없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2014년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작성한 업무수첩을 근거로 합병과 관련한 청와대와 삼성 간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이 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으로부터 공격받아 안타깝다고 말한 적 없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대해서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밝혔다.
특검 측이 "사석에서도 말한 적이 없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따로 이야기한 부분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합병 안건이 당시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서 경제수석실에서 파악을 할 필요성이 있어 사후보고 절차만 거쳤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합병 안건이 경제수석실 소관이 아니냐"는 특검 측 신문에 "관심가진 것은 맞지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관련 사항은 전적으로 고용복지수석실 소관"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박 전 대통령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합병 의결권에 대해 챙겨보라'고 했다는 최 전 수석의 법정 증언도 특검 조사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이 "안 전 수석이 삼성 합병 이슈는 경제수석실에서 챙길 테니 고용복지수석실에서 따로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사실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합병 의결권 가결 이후, 사후보고는 있었지만 의결권 관련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이 사후에 보고를 한 이유를 묻자 안 전 수석은 "경제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보고하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며 "상당기간 경제계의 관심을 우려해서 최상목 전 경제금융비서관에게 진행상황만 파악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안 전 수석은 삼성물산 합병 결정 전후인 2015년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통화한 것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전화를 했더라도 현안 파악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의결권을 지시했다는 특검 측의 공소 내용을 부인했다.
이는 지난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투자위 종료 직후, 홍 전 본부장이 안 전 수석과 통화하는 것을 목격해 이를 '압력'으로 느꼈었다"고 증언한 이윤표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또한 안 전 수석은 같은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과 연락을 했던 부분과 의결권을 담당했던 당시 복지부 이태환 보건의료정책실장과의 문자 및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안 전 수석은 "합병 관련해 복지부 및 국민연금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했는데 무슨 의미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의 통화만 기억할 뿐 나머지는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에 대한 검찰 측 질문에 "모두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적은 것일 뿐이지 본인의 의견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고 말해 이날 진술과 상반된 여운을 남겼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5일 열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자신의 재판과 건강을 이유로 지난 3일 불출석 통지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일 재판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출석해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전 법인장은 정유라에게 저금리로 특혜대출을 해준 이유로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