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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락의 세무사합격 'Step by Step']

[숨돌리기 편]어느 40대 합격생의 눈물

  • 보도 : 2017.06.26 07:29
  • 수정 : 2017.06.2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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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생 : "송 세무사님, 조세일보에 합격수기 올라와 있던데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아 그거요. 부끄럽습니다. 합격하고 가슴에 벅차 그동안 공부했던 것 정리해서 보냈더니 실렸네요."

몇 해 전 합격하고 얼마 안 되어 세무사동기 모임에서 만난 분과의 대화를 옮겨본다.

합격생 : "전 쓰고 싶어도 합격수기 못 씁니다. 장인어른이 알면 큰일나요."

"왜요?"

합격생 : "수험기간동안 처갓집과 아이들에게 회사 그만두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안했어요. 그래서 명절 때면 난감했죠. 장인어른이 회사 잘 다니냐고 할 때마다 씩씩하게 그럼요! 잘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나서 얼마나 민망하던지..."

"아니 왜 말씀하지 않았어요?"

합격생 : "사실은 2~3년 직장과 병행하며 공부하다가 계속 떨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퇴사하고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한 살 두 살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있는데 이대로 회사다니면서 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집사람에게 말을 꺼냈는데 집사람이 흔쾌히 찬성해 주더군요. 그때 집사람은 은행에 다니고 있어서 수입이 꽤 괜찮았거든요. 중학생,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이 있지만 저도 실업급여 8개월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화끈하게 사표를 던져 버렸죠. 그래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자. 두 눈 질끈 감고 두발을 풍덩하고 집어넣은 거죠. 아!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 금방 찾아왔어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합격생 : "집사람이 임신을 한겁니다. 내가 퇴직하고 2달 만에...그것도 쌍둥이를! 글자그대로 큰일 난거죠. 집사람은 결국 육아휴직 2년을 신청했고 월급은 일부만 나오는 상황이 된거죠. 전 그때 겨우 실업급여로 학원비 내고 있던 수준이었고. 그런상황에서 처갓집에 명절이라고 간 겁니다. 장인, 장모님은 딸이 걱정되니까 저라도 회사 잘다니냐고 인사한 건데 저는 그 자리가 바늘방석이었던 거죠. 생각해 보세요. 잘 다니던 회사 나와서 독서실에 다닌다는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라고 한거죠. 그렇게 저는 철저히 퇴직을 숨긴 채 2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죠. 2년간 저는 죄인이었습니다."

"사모님이 회사 그만둔다고 할 때 그렇게 쉽게 찬성해준 것이 부럽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던데..."

합격생 : "그 과정에도 웃지 못할 일이 있어요. 처음에 내가 몇 번 회사 그만두고 공부해야겠다고 말했을 때 집사람이 주변사람들한테 물어 봤나봐요. 남자들은 말이 그렇지 실제 실행하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맞장구 쳐주라고 주변 분들이 그러더랍니다. 자기도 그말만 믿고 남편 기 살려준다는 차원에서 맞장구 쳐 준건데 제가 진짜 그만두니까 한 달 간을 계속 울더군요. 거기다 쌍둥이 임신까지 했으니..."

"사모님도 사모님이지만 박세무사님도 대단하십니다. 그 상황에서 공부가 됐나요?"

합격생 : "오히려 저에겐 엄청난 자극이 되던걸요. 백척간두 진일보하는 마음으로 2년을 공부했어요. 공부하는 기간 동안 진짜 힘들었어요. 학원 독서실에서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면 쌍둥이들이 밤 새 우는 바람에 집사람과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을 봐야했으니까요. 그런데 반대로 제가 그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쌍둥이들 때문이었어요. 그 녀석들 쳐다보면 하루도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었죠."

"인간극장에 나와야 될 사연이네요..."

합격생 : "제 나이 45입니다. 저한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어요. 이것밖에 없었던 거죠. 제가 원래 친구와 술 좋아하고. 귀도 얇고. 그런 사람이었죠. 그런데 막상 딱 그 상황에 닥치니까 친구, 술 유혹 다 올스톱 되더라구요. 합격할 때까지 그토록 친했던 친구들과 단 한 차례도 만난적 없고 마찬가지로 술도 딱 끊었어요. 특히 술 끊기는 어려웠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되더라구요. 회사다닐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인간승리십니다."

합격생 : "저는 공부하는 내내 매일아침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한편씩 읽었어요. 그리고 그 긍정의 마인드로 하루를 버텨 나갔죠. 그리고 다짐했어요. 내가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해보자. 그럼 하늘도 받아주지 않겠는가!"

"대단하시네요.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한다는 생각이."

합격생 : "합격자 발표날 집사람과 같이 큐넷에 들어가서 봤어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집사람과 둘이서 껴안고 펑펑 울었답니다. 울고 또 울었죠. 옆에 있던 아이들도 영문도 모른채 같이 달려와서 꼭 껴안고 울었습니다."

"무슨 느낌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합격생 : "그날 오후에 처갓집에 전화를 드렸어요. 세무사시험 합격했다고 하니까 두 분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두 분은 제가 회사 다니면서 합격한 줄 아세요. 그만둔걸 아시면 속상해 하실까봐 말씀을 안 드릴 작정입니다. 2년 동안 죄인처럼 살아온 것을 벗기 위해 말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제가 세무사로 완벽히 자리 잡은 뒤에 하려고 해요. 지금은 자신들 딸 고생시킨 사위니까요. 남들 눈에는 전 수험기간동안 실패자였어요. 요즘말로 '루저'라 하죠. 직장그만두고 돈 한 푼 못 버는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미래도 불투명한 시험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수험생이었으니까요. 한 달 용돈이 20만원이었어요. 매일 두 끼를 3천원 짜리로 해결하니 별로 돈 들어갈 곳이 없더라고요."

세무사 동기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상상했다. 합격자 발표하던 날 큐넷을 보고 40대 부부가 부둥켜안고 울던 모습을...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쪼르르 달려온 네명의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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