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좀처럼 국민적 공감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문재인정부의 인사와 정책 방침 등에 야당 본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저마다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3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내각 구성부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에 대해 강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만 이들의 반대 명분이 국민적 공감대를 받지 못하면서 오히려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선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까지 민심과 반대되는 행보를 거듭하자, 3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러 있거나 한자리 수로 추락, 반등이 좀처럼 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6월2주차(12~16일) 정당 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53.6%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자유한국당 14.7% ▲국민의당 6.8% ▲정의당 6.4% ▲바른정당 5.7%를 나타냈다.
3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정농단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야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내각 인선과 관련,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한국당, 명분 잃은 '닥치고 반대' =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부터 '비토'일변도다. 뒤이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공세 수위를 올렸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강 장관을 임명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 1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등 5개 상임위원회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 총리를 비롯해 김 위원장과 강 장관의 경우, 국민의 찬성여론이 60%이상으로 나타난 인사들이다. 위장전입 등 의혹이 불거졌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소명이 되고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민심은 빠르게 '임명 찬성'으로 흘렀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부적격'만 외쳐 '몽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정부여당을 공격함에도 좀처럼 회복이 안 되는 데는 박근혜정부의 집권여당으로서의 무책임이 크다. 국정공백의 장기화를 부른 장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외면하고 현 정권에 대해 '닥치고 반대'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엇보다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자신들이 여당이던 시절 관례상 자리했던 국회 운영위원장과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은 채 '갑질'을 하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 운영위와 정보위 위원장은 관례상 집권여당 몫이다. 한국당이 지난 해 20대 총선에 패배했지만 관례상 여당 몫인 운영위원장과 정보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음에도 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자유한국당이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장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다. 정 원내대표는 운영위가 청와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점을 노려, 운영위를 열어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조기 낙마 등 인사 관련 질의를 위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부르겠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끝내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강행했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면서 감정들이 폭발됐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며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의 운영위 출석을 주장했다. 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출석도 요구했다.
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시간을 넘기며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이 비난을 퍼 붓자,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 시간을 지켜 달라"고 외치자, 한국당 의원들은 "왜 늦게 들어와서 이러느냐"며 맞고함을 질렀다. 박 수석부대표는 위원장인 정 원내대표를 향해 "이럴 거면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고 소리치자, 정 위원장은 "쓸데없는 소리"라며 무시했다. 이에 민주당 이훈 의원이 "쓸데없는 소리라니 사과하라"며 항의했다.
또한 안경환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유출된 경위가 '탈법'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당시 함께 근무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후보자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신청한 지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판결문에는 일반인인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판결문에 일반인의 실명이 그대로 거론된 것을 지적하며 "안 전 후보자는 청문회 대상인 공인이었으나, 상대방은 개인정보가 국회에 공개될 이유가 없는 일반인이었다"고 꼬집었다.
노 원내대표는 "행정처는 개인정보가 노출된 판결문을 전달한 지 20여 분이 지나 비실명화한 판결문을 다시 전달했다"며 "행정처가 위법 소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거나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고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나아가 당내 의원들의 도를 넘는 막말과 정부를 향한 망언을 쏟아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20일 자신의 보좌관에게 '오늘은 조국(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조지는 날'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의원은 보좌관에게 '안경환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 '문정인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김 의원의 욕설에 가까운 언어 사용에 네티즌들은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7·3 전당대회'경선에 출마한 일부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문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주장해 논란이다. 문 대통령이 80%에 가까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민심을 듣기 보다 자신들의 권력쟁취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후보는 지난 19일 오후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국민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대통령 만들어놓았더니 정말 나라를 망하도록 하는 것 같다"며 "다음 지방선거에서 성공하고 총선 승리하고 다음 대통령 선거는….(문재인정부가)대통령 선거까지 안 갈 것 같다. 오래 못 갈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전히 당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이 큰 전 집권여당으로서의 반성과 혁신적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새 정부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망언을 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야당이니까..."이라면서도 "근데 지금 정부출범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반대만 하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어려운 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반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지지율만 까먹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꼴 날 거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 김세연 사무총장
□ '보수차별화'는커녕 '도로 새누리당' 된 바른정당 = 자유한국당과 뿌리가 같은 바른정당 역시 '딜레마'다. '새로운 보수'로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비전이나 철학 등 선명성 부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사 청문회 후보자를 포함해 추경안, 정부조직법 처리 등에 대해 한국당과 뜻을 같이하면서 '보수차별화'는커녕 '도로 새누리당', '한국당 2중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용태, 하태경 의원 등은 김 공정위원장과 강 장관 등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들에 대해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의미한 '의견'이 되어버렸다.
한국당과 차별화된 보수정당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데는 현재 당 지도부 부재도 한 원인이다. 그러다보니 인사청문회 등 주요 현안에서 당 내 의견이 일관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오며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야당으로서 '발목잡기'식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하 의원은 "중요한 건 대안을 내는 정치"라며 "우리가 더 적합한 원칙을 제시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대통령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관계자 역시 "밀어줄 땐 밀어주고 난 다음에 정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게 지적하면서 우리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당내에 새누리당 습관을 못 버린 분들이 많다"며 "무조건 반대를 하면 자유한국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정말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왼쪽), 이용호 정책위의장
□ 호남의 文대통령 절대 '지지'…국민의당 '밀당' 딜레마 =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역시 고민이 깊다. 무엇보다 호남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가 절대다수를 이루고 이 총리와 김 위원장 강 장관,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까지 찬성지지가 압도적이다 보니, 당내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호남 민심을 따르자니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부터 듣고 두 야당과 공조하며 '반대'만 하자니 설 곳이 없는 형국이다. 특히 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이후, 보수야당과 발을 맞추자, 당 지지율 하락세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 6월2주차(12~16일) 정당지지도 조사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0.5%p 하락한 6.8%로 3주 연속 하락하며 2주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당 핵심 기반인 호남은 물론 서울, PK(부산·경남) 등 주요 지역 및 20대와 40대, 50대 등 진보 층에서 주로 하락한 것은 당에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호남 지지율은 국민의당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와 같은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지난 19일 의총에서 보수야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보이콧'을 결정한 것과 다른 노선을 택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일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현실 정치'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의 문 대통령을 향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국민의당에 놓인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일색을 보였던 박 전 대표는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등에 아낌없는 호평을 내놓았다. 이른바 '문생큐'다.
이 총리와 김 위원장 강 장관, 김 헌재소장 후보자 등 인사에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야3당이 반대한 강 장관을 문 대통령이 임명에 나서자 "야당을 이렇게 코너에 몰아 버리면 협치의 가능성은 멀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지지가 절대적으로 높은 호남에서 '무조건 반대'만 외치며 보수야당과 공조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판단으로 해석된다.
당 관계자는 "지역에서 욕을 많이 먹고 있다"면서도 "당 기반이 호남이기 때문에 민심을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 찬성을 할 경우, 우리 당의 존재감이 약해진다"고 털어놨다.
(리얼미터(CBS 의뢰) 여론조사는 지난 12~16일 전국 유권자 2534명을 대상으로 실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