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 통과를 위한 국회 소통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인왕실에서 국회 예결위원장 및 간사단과 각 상임위원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허심탄회한 말씀들 해 주시고, 필요하면 서로 조정도 하시는데, 그래도 결론만큼은 좀 빨리 내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야3당이 추경안과 관련, 국가재정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국가재정법상 대량 실업이라든지 경기침체 같은 게 추경 요건으로 돼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게다가 다행스럽게 세수 추가징수분도 있고, 재원에 여유가 있어서 국채 발행이나 증세 등의 부담 없이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추경예산을 편성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또 수출이나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우리가 내수를 더 진작시키고 고용만 더 만들어낸다면 그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성장률도 조금 되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한다며"며 "그런 면에서 꼭 힘을 함께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거듭 촉구했다.
추경의 용도와 관련해서도 "원론적으로는 국민들의 예산,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 늘리느냐고 반대 말씀들을 하실 수 있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대 정부에서도 필요한 공무원들은 그때그때 늘려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찰관, 소방관, 복지공무원 증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그 증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공무원들은 늘려야 되는데, 본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내년 예산안 심사 때 다시 한 번 심사하더라도 이번 추경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소수의 인원들만 예산을 배정을 했다"고 밝혔다.
또 "항목들을 보면 각 당에서 평소에 필요하다고 늘 말씀해 오셨던 내용들이고, 또 대부분 지난 대선 때 함께 공약했던 내용들이기도 하다”며 “잘 살펴보시고 좀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백재현 국회 예결위원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상임위원장님들 함께 도와주실 거죠? 많이 부탁드린다"고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에게 부탁했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의 상임위원장들은 문 대통령의 '협치'행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의당 소속의 장병완 산업통상위원장은 "경제, 외교, 안보 모든 분야가 다 어렵지만 추경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인데 그 인식이 소득주도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을 하니 중소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은 감내를 못한다"며 "시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이번 추경이 이전 정부처럼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 대해 "지난 10년간 새누리당 정권에서 재정이 너무 멍들어져 있었다"며 "지금은 20조, 30조씩 매년 국채 발행을 전제로 해서 나라 살림을 짜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진다면 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야 맞는 것이지,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안 한다는 것이 자랑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방향에 대해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기 위해 치열한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추경이 새 정부의 성패를 가른다고 너무 생각하지 마시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촛불의 뜻을 받든 이 정부가 성공해야 하니까 정말 잘할 테니까 이거 한 번 도와주십시오라는 기조로 협치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정말 어려운 시기에 출범한 현 정부다. 협조할 것은 파격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저는 옳다고 본다"며 "다만 현 정부에서도 실질적인 협치가 되기 위해 진솔한 소통이 있으면 얼마든지 협조할 용의가 있다. 현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국민들이 더욱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나? 그것이 오히려 앞으로 지향해야 할 야당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다만 사드 배치 반대로 시민단체가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 유류공급차량을 막는 문제 등을 지적하며 "반미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하시면 핵과 미사일 문제 외에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 또 사이버무기에 대한 대책도 논의를 하시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앞서 불참 통보를 밝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국회 예결위원회에선 백재현 위원장과 윤후덕 간사(민주당), 황주홍 간사(국민의당), 홍철호 간사(바른정당), 정의당 대표로 윤소하 예결위원이 참석했다.
각 상임위원장들은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당), 김영우 국방위원장(바른정당), 장병완 국회산업통상위원장(국민의당),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 남인순 여성가족위원장, 이개호 국회농림축산식품위원장(이상 민주당)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석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