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국회사진취재단)
지지율 고공행진, 국회 찾아 추경안 직접 설명…국회 '존중'의미
일자리 44번·청년 33번·국민 24번·국회 18번·함께 8번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진행하며 다시 한 번 '소통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를 찾아 약 34분간의 시정연설을 통해 총 11조2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의 목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1987년 이후 헌정사상 가장 빠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며 최초의 추경안 시정연설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34일째인 이날 '일자리'를 44차례나 외치며 '고용절벽' 현실을 지적, 일자리 창출 예산을 담은 추경안 통과를 국회에 거듭 호소했다. 또한 시정연설 최초로 연설문외 프레젠테이션(PPT) 사진 슬라이드를 활용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강한 의지를 재확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그는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 위원회' 구성을 명령하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든 것과 함께 국정기획자문위와 정부에 일자리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은 문재인정부가 국회에 요청하는 첫 번째 정책안인 셈이다.
□ 헌정사상 첫 추경시정연설, '국회와의 소통-일자리 창출' 의지 = 특히 본 예산안이 아닌 추경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국회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소통'에 대한 의지라는 평가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80%안팎을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추경안이 내용이 일자리 예산인 만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국회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시정연설 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시정연설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향한 '소통'임을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시정연설을 하고 사상최초로 추경시정연설을 한 것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되지 않고는 경제선순환을 이룰 수 없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때문"이라며 "시급한 상황, 친절한 설명, 절박한 호소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 자료(PPT)를 이용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민들께 추경안 제출의 의미를 쉽게 이해시켜 드리기 위함이었다"며 "추경안이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은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8000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1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3000억원을 활용한 규모다.
그동안 국채를 발행하거나 돈을 빌리는 추경이 아닌 남은 세수로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어서 과거와 달리 재원의 건전성이 담보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도 협조할 뜻을 밝혔다. 여야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직전,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추경안 심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 일자리 44번·청년 33번·'함께' 8번 반복…국회 '호소' = 특히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총 44번, '청년' 33번, '예산' 26번을 외치며 일자리 추경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심각한 고용절벽과 저출산 문제, 소득양극화 등을 지적한 후,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며 "시민들이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국민'과 '정부'를 각각 24번 언급하고 '국회'를 18번, '국가'를 8번을 외쳤다. 국회를 향해 '의원' 9번, '함께'라는 부사어도 8차례 반복해 협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요청했다.
나아가 '소득' 11번, '계층' 10번, '경제'와'민생'도 각각 8차례 반복했다. 그는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일 뿐"이라며 "일자리는 국민들의 생명이자 삶 그 자체다. 국회가 함께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자"고 추경안 처리를 거듭 호소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40분 경 국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국회 본청 2층 중앙 현관까지 마중나온 정세균 국회의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시정연설 전 여야 지도부와의 차담회를 가진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경안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34분여 간 연설 중 문 대통령이 구체적 현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추경안 필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총 16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연설 직후, 맨 앞줄과 뒷줄에 앉은 여야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인사하며 본회의장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