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실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더라도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돼 있으면, 사용인으로 보아 상증세법상 최대주주 할증평가 규정이 적용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최근 A, B씨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A씨 등이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돼 있었던 이상 임원으로서 사용인에 해당한다"며 A씨 등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D씨는 R사의 대표이사다.
R사는 설립 당시 액면금 5000원의 주식 1만주를 발행했는데, 주주명부에는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원고들(A, B씨)이 각 3000주, C씨가 500주, D씨가 3500주를 인수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후 D씨는 C씨 명의로 돼 있던 500주를 자신의 명의로 환원했다.
한편, R사는 3차에 걸쳐 유상증자를 했는데, 그때마다 원고들인 A, B씨와 대표이사인 D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국세청은 A, B씨가 D씨로부터 R사의 설립 당시 및 1~3차 유상증자 당시 이 주식들을 명의신탁받았다는 이유로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D씨로부터 R사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했다.
또 상증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평가 규정'을 적용해 A, B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A, B씨는 "R사 설립 당시 주식을 명의신탁 받은 것은 상법상 요구되는 회사 설립에 관한 발기인 수의 충족을 위한 것일 뿐이고, 1~3차 유상증자는 번잡한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명의수탁자인 원고들(A, B씨)이 주식을 인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R사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인해 조세회피목적이 없음에도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봐 A, B씨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맞섰다.
이 밖에 "설령 A, B씨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상증세법상 할증평가 규정을 적용한 것은 실질적으로 지배권이 이전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1심인 행정법원은 A, B씨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
1심은 "D씨가 A, B씨에게 R사의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 조세회피목적 없이 오로지 상법상 요구하는 발기인 수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 내지는 번잡한 절차 회피 목적에 따른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D씨가 주식 보유비율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음에도 R사 설립 당시부터 R사 발행주식 보유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했는바, 이는 이미 R사 설립 이전에 사업 실패를 혹독하게 겪은 바 있어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또 "D씨에게 주식 명의가 환원되지 않음으로써 종합소득세 등이 회피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인 고법은 "A, B씨가 R사의 법인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돼 있었던 이상 임원으로서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며, "회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거나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 하여 달리 볼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으로서 규율할 필요성은 마찬가지로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고법은 1심 판결이 정당하며 A, B씨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6누708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