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고성·'졸기'·사상검증·유도질문…구태, 수준 낮은 질의 반복
강경화 후보자 향해 여성차별적 발언 '논란'
문재인정부 첫 내각 구성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지난 7~8일간 열렸다.
외교부장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직의 인사들이 대거 몰렸던 '슈퍼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국정능력과 정책검증에 나서며 후보자를 엄호한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은 '도덕성 검증'을 앞세워 정파적 이해에 집착한 흠집 내기나 꼬투리 잡기식의 인신공격으로 질의가 흐르는 양상이었다.
특히 청문회 내 고성을 지르거나 참고인을 향해 막말을 퍼부으며 논란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청문회 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야당은 이미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외에 새롭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더 추가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야당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의혹을 부풀리며 부적격 판단을 내리는 성급함을 보였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강경화,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를 향해 '부적격 3종 세트'라고 규정하고 특히 강 후보자에 대해 "얼굴마담" "상한 음식'이라고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다.
□ '사상 검증' 나선 野…간사 간 합의도 '나 몰라라' = 야당의 도 넘은 사상검증식 공세와 수준 낮은 질의태도 역시 논란이다.
자유한국당은 전날(8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또다시 '북한 주적론'을 꺼내 들었다.
백승주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지금 남북관계가 정전·휴전 체제다. 북한은 우리의 교전 당사자로서 주적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의 적"이라고 답했으나, 백 의원이 "'주적이다, 아니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주적이냐 아니냐"며 재차 따지듯 묻자, 김 후보자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인 건 맞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다시 한 번 "법률적으로 북한이 교전 당사자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것"이라며 "주적이 맞죠"라고 다시 압박했다. 김 후보자는 "중심된 적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저는 주적이라는 표현을 꼭 쓰고 싶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이에 백 의원은 "왜 북한이 주적이 아닌가. 중심된 적과 주적의 차이가 뭐냐"고 소리를 질렀다. 김 후보자는 "네. 뭐 주적이라고 하겠다"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날 백 의원은 총 7번에 걸쳐 '북한 주적론' 질문을 반복했다.
또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주당 추천으로 헌재 재판관이 된 김 후보자를 향해 '민주당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에 누가 추천을 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가 현재 국민의당 소속인 '박지원 전 대표'라고 밝히자, 이 의원은 "그럴 수도 있다"며 입장이 바뀌어 실소를 자아냈다.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7일 열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간사간의 협의를 깨트리고, 고성을 내뱉으며 청문회 파행 조짐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 간사가 당초 밤 11시까지 청문회를 진행키로 합의해 심재권 위원장이 질의를 마치려고 하자,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왜)그렇게 일방적으로 하냐. 의원들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화나게 만들지 말라"고 협박조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주영 의원만 화났다"며 "소리 지르지 말라"고 맞받아치며 고성이 오고갔다. 결국 청문회는 합의한 밤 11시가 지났음에도 야당 측이 막무가내로 질의를 계속해야 한다며 고성을 지르는 탓에 야 3당의 각 1명씩 의원들은 추가질의를 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8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서 증인들을 향해 "어용 교수, 어용NGO"라고 막말을 해 논란이다.(OBS화면 캡쳐)
□ 한국당·국민의당, "어용·얼굴마담"…여성비하발언까지 =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김이수 후보자의 청문회에 참석한 애꿎은 참고인에게 막말을 퍼부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가 잠시 정회되자, 참고인들을 향해 "어디 이 엄중한 자리에 나와서 허튼 이야기하려고 앉아 있냐"며 "전부다 어용 교수, 어용 NGO(비정부기구)단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참고인으로 나온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씀 조심하세요"라고 항의했고, 고(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도 "청문회 자리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비판했다.
민주당 청문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야당으로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참고인으로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상처받은 분들도 있는데 막말을 퍼부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웠다. (야당에서) 세밀하게 준비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의 막말은 장외서도 계속됐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장관이 된다고 해도 얼굴마담이 될 뿐"이라고 비하발언을 내뱉었다. 또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면 먹어보고 버리겠냐. 지독한 냄새가 나면 버리는 게 현명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여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6일 기자들에게 "안보가 중요한 만큼 국방을 잘하는 남자가 (외교부장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강 후보자는 안보와 관련한 식견은 없는 것 같다"고 여성 차별인식을 드러냈다. 이 부대표 자신이 여성임에도 낮은 성평등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나타내자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시민들의 항의 글이 빗발치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또한 인사청문회 도중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어 구태 정치의 단면을 보인 의원도 있다. 친박 핵심인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강 후보자 청문회 도중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사이 졸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났다. 인사청문회가 생중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홍 의원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졸다가 최 의원이 질의를 신청하기 위해 손을 들자 놀라서 깨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에 빠져들었다.
□ '반대를 위한 반대' 앞장서는 한국당의 '생떼' =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인사에 대해 무조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특히 김이수·강경화·김상조 후보자들을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하며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보이콧까지 시사하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는 대선에서 큰 격차로 패한 상황에서 야당의 존재나 견제 역할을 청문회를 통해 부각시키지 못하면 보수지지층 복원과 세 과시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탓에 한 명이라도 낙마시키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더욱이 몰락한 박근혜정부의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이 조기대선으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를 초기부터 발목 잡아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몽니'와 구태는 후안무치한 작태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강경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졸고 있다.(판도라TV화면캡쳐)
보수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사실 한국당은 대선 때 후보도 안 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며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한 국민들이 생방송으로 보고 있는데 과거 방식처럼 생떼를 쓰고 소리 지른다고 국민들에게 먹히겠나. 아직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 보면 아직도 자기들이 여당인 줄 착각하고 있다"며 "국민들 정치인식이 상당히 높고 달라졌는데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딜레마가 가장 깊을 것"이라며 "다 찬성하자니 여당 2중대 소리 듣고, 반대를 하자니 국민들 비난이 크고. 그나마 한명 고른 게 강경화 후보자 '비토'인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울면서 지지하는데 외면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보수야당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전날 상무위 회의에서 "한 명은 반드시 떨어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빚어낸 '의무할당식 반대'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본때 보여주기식 반대'에서 벗어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