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 광주 정신'을 되새기며 역대 최고의 소통 행보를 보였다. (YTN화면캡쳐)
9년간의 외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씻김굿
5·18 왜곡 단호함, 오월정신 내세우며 '국민주권시대' 천명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정부 공식 행사인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 광주 정신'을 되새기며 역대 최고의 소통 행보를 보였다.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이날 기념식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외면당하고 왜곡당한 5.18민주화운동과 광주 정신을 바로 세웠다.
특히 문 대통령의 '오월 정신 계승'을 담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사는 1만여 명의 참석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오월 광주의 아픔에 대한 위로와 민주주의를 향한 진정성,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대한 단호함이 기념사 곳곳에서 묻어났다.
2008년 취임 첫해만 참석하고 짧은 형식에 그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념식과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을 앞세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조차 하지 못하게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질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 전 국가보훈처장이 5·18 유가족들의 항의로 기념식에 참석을 못하는 등 그간의 우여곡절을 돌아보면, 이날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기념식은 지난 9년의 상처를 씻는 자리이기도 했다.
□ "문재인정부, 오월광주 연장선" 김대중·노무현정부 맥 이어 '정통성' 강조 = 문 대통령은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민주정부 정통성을 확인했다.
이어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하겠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며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앞서 대선공약으로 밝힌 바 있는 5·18진상규명과 관련 ▲헬기사격까지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규명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 막기 ▲전남도청 복원 문제를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할 뜻을 명확히 했다. 또한 5·18광주 정신을 개헌을 통해 헌법전문(前文) 에 수록할 뜻을 다시 한 번 밝히며 “국회의 협력과 국민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 5·18진상규명과 헌법 전문수록 공약 재확인 =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도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라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다.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자신이 7,80년대 학생으로서 인권·노동변호사로서 민주화운동을 하며 옥고를 치른 만큼 5·18진상규명과 헌법 전문수록 재확인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종지부를 선언한 것이서 큰 의미로 다가왔다.
또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5·18 엄마가 4·16 세월호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생명을 짓밟고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통렬한 외침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며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1만여 참석자들 23차례 박수, 환호성…눈물 흘리기도 = 광주의 5·18정신의 의의와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하는 대목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10분 남짓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5월 어머니회 회원과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이 이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는 동안 총 23여 차례의 중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라며 기념사를 마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의 추모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KBS화면 캡쳐)
□ 유연한 경호 빛나, 역대 대통령 최초로 '민주의문'으로 입장 = 문 대통령에 대한 '유연한 경호' 역시 빛을 발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5·18민주묘지 민주의문을 통해 걸어서 기념식장까지 입장하는 것은 물론, 5월 어머니회 회원 등 유족들에게 위로의 포옹을 하기도 했다.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는 시민들과도 편안하게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9시5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유영 봉안소 앞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기념식장으로 들어갔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민주의문 앞에서 내렸다.
민주의문 앞부터 기념식장으로 들어가는 추념문 앞까지 문 대통령을 보기 위한 참배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반기는 참배객, 80년 5월 자식을 잃은 오월어머니, 5·18단체 회원과 악수를 나누며 민주의문으로 향했다. 눈물을 흘리며 반기는 노영숙 오월어머니회 관장, 솔잎 봉사회 부덕임 대표 등을 포옹하며 위로했다.
□ 추모사 낭독에 '눈물', 유족에게 직접 다가가 포옹…'최고의 순간' = 특히 문 대통령은 기념사 직후, 진행된 기념공역 1막에서 5.18 희생자 고(故) 김재평씨의 딸인 김소형(37)씨가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추모사)를 낭독하자 눈물을 쏟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한 유족에게 달려가 포옹하며 위로했다.(KBS화면 캡쳐)
김 씨는 자신이 태어난 날인 1980년 5월 18일에 아버지를 잃었다. 문 대통령 옆에 앉았던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가 끝나자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김 씨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위로했다.
경호와 의전 문제 상 대통령이 직접 수행원 없이 일반 시민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의 '낮은 경호, 겸손한 경호'가 빛을 발하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양 옆에 앉은 정 국회의장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작곡가와 손을 맞잡고 흔들며 제창했다.
한편, 이날 5.18 기념식에서는 전날(17일) 임명된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이 문 대통령을 안내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 참석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혁신수석, 박수현 대변인,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여철 의전비서관 등이다.
또한 정치권에선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대선후보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참석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전날(17일)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과 윤장현 광주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