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인명부
  • 재무인포럼
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소순무 칼럼]

정치인의 공약은 세금고지서

  • 보도 : 2017.05.18 08:30
  • 수정 : 2017.05.18 08:30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부가 새로운 진용을 갖춰 가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변화이다. 그 가운데 공약의 내용과 그 이행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개 언론이 이 이슈를 주도하며 언론사 마다 갖는 성향에 따라 시각이 다르기 마련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자신의 처지에서 공약사항의 득실과 앞으로 다가올 영향을 생각한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어김없이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졌다. 모두 실현되어야 하거나 실현되면 좋은 내용들이다. 각 후보의 성향이나 이미지가 투표를 가늠하는 가장 큰 잣대가 되지만,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면 공약의 내용에 따라 지지가 갈라진다.

그러면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어떻게 이행해야 할까? 재원만 충분히 마련되면 걸림돌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고 그 재원은 세금이 주가 된다. 국채발행은 미래의 세금을 당겨쓰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짐을 전가하는 것이다. 하책(下策)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임기 내 실천하려면 178조원의 소요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이번에도 공약이란 다 실천할 수 없으니 바로 실천할 수 없는 것,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을 정리하여 공약을 리모델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당연한 주장이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은 매번 많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약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는다. 재원 마련은 공약한 사람의 몫이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이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인지 되돌아보자. 문 대통령의 공약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 각종 세액감면 축소 등을 들고 있다. 흔히 예상되는 증세 수단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의 허망함을 재확인한 국민들에게 공약 실천을 위해 증세를 내세운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그 증세방안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이미 각 후보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었다. 선거전략 상 상세한 증세방안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좀 더 냉정해져야 같은 실망을 되풀이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국가와 세금과의 관계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너무 늘고 있다.

국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는 세금이 책임진다는 의미와 같다. 납세자인 내가 낸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세금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바꿔 질문을 한다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은 좀 더 좁아지지 않을까?

복지재원도 다를 바 없다. 복지공약은 납세자인 내게는 세금고지서인 셈이다.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강화나 미세먼지 줄이기 정책도 국민이 더 많은 부담을 안아야 가능한 일이다. 너무 상식적인 명제임에도 이를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수 국민은 복지증진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더 세금을 낼 용의가 있다는 대답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지를 위한 추가부담에 동의한 비율이 31%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복지는 좋지만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라는 뒤처진 사고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복지증진은 항상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스스로 좀 더 세금을 낼 생각이 없다면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다. 지금, 나아가 미래에 필요한 것은 국가가 개인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부차적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나서는 복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개인이 국가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행복한 미래는 다가 올 수 없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