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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희망의 5월,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신청

⑭[에필로그]근로·자녀장려금 직원들의 애환…"서로 존중해줘요"

  • 보도 : 2017.05.17 08:27
  • 수정 : 2017.05.17 08:27

#. 직장인 A씨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9~10시까지 일을 한다.

낮에는 민원창구에서 고객들을 상대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전화안내에 정신이 없다. 하루에 상대하는 고객만 60여명 남짓. 고객들을 다 상대하고 나면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다. 매일 같이 9~10시 사무실에서 나서다보니 가족과 함께한 지는 오래됐다.

하루종일 고객을 상대하다보니 화장실 갈 시간도 점심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힘들지만 더 힘든 것은 화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고객들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폭언을 쏟아낼때면 같이 소리지르고 싶지만 나중에 항의가 들어올 것이 무서워 속으로만 삭힌다. 툭하면 "너네 월급은 우리가 주는 것 아니냐"는 고객 때문에 눈물이 난다.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땐 자랑스러웠지만 지금은 왜 이 일을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

직장인 A씨의 사연은 은행이나 콜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세공무원들의 얘기다.

민원인은 고객으로, 세무서는 회사로만 바꿨을 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한 업무와 폭언에 시달리는 근무환경에서 동정을 받는 쪽은 민간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뿐이다.

일단 공무원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물론 민원인이 세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이 국세공무원이 해야할 일이지만 장려금 신청과 종합소득세 신고가 겹치는 5월이면 국세공무원들은 힘든 나날의 연속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해도 '철밥통'이라며 비난하거나 "우리가 월급주는데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는 민원인의 폭언을 들을 때면 억장이 무너지고는 한다.

특히 장려금 업무의 경우 어려운 서민들을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국세공무원의 정통 업무로 보는 시각이 적은 편이다. 세금과 관련없는 일을 왜 국세청이 나서서 하는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직원들도 여전히 많다.

복지관련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은 국세청이 떠맡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인식이 국세공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

◆…"공무원은 다 칼퇴하는 줄 알았지?"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시절, 공무원이 되면 6시 정각에 칼퇴근을 하는 삶이 펼쳐질 줄 기대했지만 장려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5월이 되면 하루 종일 전화응대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오후 9~10시까지 야근을 하는 날을 밥먹듯이 한다. 가족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는 직원들. 거기다가 지급 대상에서 탈락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민원인들 때문에 매일 매일이 힘들다.

"뱃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거칠게 항의, 무서웠죠"

속초세무서에서 장려금 업무를 하는 이금연 팀장은 아직도 지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지리적 특성상 관내에 어업종사자들이 많다. 배를 타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거센 파도와 바람과 매일 사투를 벌이다보니 말투나 행동이 거친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어업을 하는 분들이 우루루 세무서로 몰려와 왜 장려금을 받을 수 없냐며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어업은 비과세 사업이기 때문에 근로장려금 대상이 아니지만 그 분들은 "생선 잡아서 팔아봤자 남는 것도 없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비과세 사업자이기 때문에 수급 대상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 팀장은 "배를 타시는 분들은 바다에 나가서 고생하는데도 왜 장려금을 주지 않냐고 화를 내시지만 법이 그렇게 정해놨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며 "거칠게 얘기할 때는 직원들도 많이 당황스럽고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남대구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우상준 주무관은 세무서장을 찾아가는 민원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신청요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장려금 심사를 위해 지급하는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민원인들이 세무서장을 찾아가겠다고 행패를 부리거나 실제로 세무서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국세공무원으로 세무서 생활을 시작한 경기광주세무서에서 근무하는 곽가은 주무관은 장려금 업무를 겪고 손사레를 쳤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정시에 퇴근해 오후 6시 땡하면 퇴근하는 줄 알았지만 창구 업무를 하다보니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곽 주무관은 "장려금 신청 기간에는 하루 종일 전화만 붙잡고 있다. 하루 50~60건 정도 전화를 받는데 신고 창구에 나가있는 직원들의 전화도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이 받아야 하니 전화량이 굉장히 많다"며 "입사하기 전에는 공무원은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다들 전산이 닫힐 때까지 일하다가 퇴근한다"고 토로했다.

업무량이 많은 것도 힘들지만 곽 주무관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무작정 화를 내는 민원인이다.

일정소득 미만이어야 장려금 수급 대상이지만 소득요건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며 무조건 장려금을 지급하라고 하는 민원인도 많다. 재산요건이 1억4000만원 미만(올해부터는 2억원 미만)이어야 한다고 안내하면 "그것도 없이 어떻게 사느냐"라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곽 주무관은 "이런 분들은 그냥 화를 내고 풀고 싶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들어드릴 수밖에 없고 같은 말만 반복한다"고 하소연했다.

"힘들어도 버티는 이유, 고마워하는 분들 때문이죠"

장려금 업무를 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폭발적인 전화응대와 민원인 상대, 과도한 업무량으로 힘들어하지만 이들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고마워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도 많지만 "이 돈을 나라에서 진짜 주는 것이냐"며 고마워하는 분들과 어려운 사람들이 장려금으로 희망을 갖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내가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뿌듯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혼한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해결한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 여성이 세무서로 찾아와 본인의 사연을 울먹이면서 털어놓았는데, 3년 전 이혼을 했고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는 전 남편에게 올라가 있어 전 남편이 근로장려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자녀는 엄마가 부양 중이었고 이혼 후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서빙 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사연을 듣고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 부양하는 엄마가 장려금을 수령해야 한다고 설명했더니 전 남편은 "그동안 내가 수령해왔는데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이 XX야"라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욕설을 들을 때는 화도 나고 힘들지만 이 여성이 장려금으로 딸아이의 옷을 사 줄 것이라는 얘기에 힘든 것도 털어버렸다고 한다.

우 주무관도 한 엄마의 사연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한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전화응대에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던 날,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 자신은 24살이고 3살짜리 아이가 있으며 월 60만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장려금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신청자격은 됐지만 세무서에 신고된 소득이 없어 소득신고를 하라고 안내했고 그 여성은 뭔가 더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우물쭈물하다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우 주무관은 그 여성이 계속 마음에 걸려하던 중 신청서를 보고 근로지급확인서를 첨부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알고보니 편의점 사장이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이상한 용도로 사용할까 싶어 근로지급확인서를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 주무관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자 사장은 흔쾌히 확인서를 작성해줬고 그 여성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곽 주무관은 한 할아버지의 사연이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다. 서류상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할아버지는 단독가구 요건에 맞지 않았지만 알고보니 딸은 서류상으로만 같이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고 본인은 공장에 딸린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곽 주무관은 바쁜 시간을 쪼개 딸이 타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버스카드 사용내역, 신용카드 명세서 등을 확인했고 할아버지 거주지를 방문했다. 할아버지가 산다는 공장 옆 기숙사는 바닥이 다 무너져 사람이 살 수 없을만한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곽 주무관은 장려금 신청을 도와드렸고 할아버지는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저희도 사람인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장려금 파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인력부족'이다. 인력만 많다면 좀 더 친절하게 안내하고 응대할 수 있겠지만 인력이 부족하니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민원인 입장에서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려금 신청기간에는 창구에서 대기하는 인원만 80명이 넘는 일이 많다보니, 세무서 직원들의 마음은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이 팀장은 "5월에는 장려금과 종합소득세 신고로 전국 세무서가 다 바빠서 전화연결이 힘들다"며 "하루 종일 전화상대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데도 세무서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은데 양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전국에 있는 직원들도 모두 다 힘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우 주무관 역시 "5월달은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과에서 동원이 많이 된다. 하루 종일 전화에 시달리다보면 직원들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며 "그런 경우에도 민원인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 주무관은 "직원들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민원인들의 사연을 듣고 직원들도 같이 마음 아파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민원인들이 직원들도 인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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