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아동수당·육아휴직 연장 등 공통
'인구절벽' 위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출생아 수가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두 자리 수 감소율을 보이는 것을 나타내면서 인구절벽, '출산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7년 2월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00명(-12.3%) 감소했다. 저출산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간 신생아 수도 사상 처음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됐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 동안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만3~5세 어린이들의 무상보육인 누리과정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보육정책이다. 이명박정부가 임기 말인 지난 2012년 3월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첫 시행했고, 박근혜정부는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3월부터 만3세부터 확대해 실시했다.
문제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 예산이 아닌 시·도 교육청(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떠넘기면서 예산 갈등을 빚게 됐다. 만3세까지 확대한 박근혜정부에서 4년 내내 누리과정 예산으로 중앙-지방교육청 간 갈등을 겪었다. 국회 내에서도 여야의 주요 격돌 대상이었다.
인구절벽이라는 국가 존립 문제로까지 위기가 닥치면서 제19대 대선에 나서는 주요 후보들은 박근혜정부의 문제점을 반면교사 삼아 구체적이고 진일보한 보육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저출산의 원인이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든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적 문화,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것들을 다루는 정책들도 나오고 있다. 부모 '공동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연장, 국공립 유치원 확대, 아동 수당 지급 등이 다수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다.
□ 누리과정예산 책임은? 文·安·沈 '정부' vs 劉 '분담' vs 洪 '지방' = 특히 박근혜정부 내내 갈등을 빚었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 다수가 국가 예산 책임으로 약속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원으로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박근혜정부에서 했던 방식대로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의 법정 예산편성사업임에도 진보좌파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이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서민층에게는 큰 고통이 되고 있다"고 박근혜정부 정책연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집에 "획기적 교육재정 투자로 유아에서 대학교까지 공교육 비용 국가책임 부담- 누리과정 예산 정부부담"이라고 적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중앙정부 책임으로 누리과정예산을 책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중앙정부 예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누리과정예산을 충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현행에서 최소 1%p만 증액하면 안정적인 재정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중앙과 지방간 합리적 분담을 원칙으로 다소 다른 입장이다. 중앙-지방 예산을 절충하는 방안이다.
작년 4월 기준으로 우리니라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24.2%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68.6%다. 대부분을 사립유치원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들은 국공립 유치원을 이용하는 유아의 비율을 40~7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등의 확대를 내세우며 "임기 내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유치원, 공공형 유치원에 아이들의 40%가 다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운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으로 인수하거나 공공형유치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육교사 처우 역시 약속했다.
유 후보도 어린이집을 포함해 국공립 이용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심 후보는 병설뿐 아니라 단설 유치원도 180개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다만, 안 후보는 병설유치원 확충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 자제'를 공약하면서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비난을 받았다. 안 후보는 병설유치원 6000개를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내에 있는 유치원으로 초등학교 연간 스케줄과 동일하게 운영돼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 통학차량도 운영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국공립 단설유치원은 전체 유치원의 3.4%밖에 없다. 단설유치원은 국가에서 설립한 국공립 교육기관으로,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교원능력 평가 때문에 교사의 질이 높고 오전7시부터 오후9시까지 운영해 맞벌이 부부가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유치원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안 후보가 병설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단설이 필요한 곳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대도시인데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 대형 단설을 지을 경우 부지 확보가 어렵고 최소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단설유치원 100곳만 새로 지어도 1조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연간 학부모 부담금은 국공립 유치원이 평균 14만원인 반면 사립 유치원은 260만원으로 엄청난 차이가 나 가정에 부담이 되는 만큼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ocm)와의 통화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확충을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사립유치원 부담과 너무 차이가 나 가계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인데, 이 요구를 외면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다"며 "국가 예산의 선후, 경중을 따진다고 할 때 보육에 집중하는 예산을 먼저 집행하면 개선이 된다. 철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아동수당, 文·沈·維 연령차 있지만 '보편'…安·洪 '선별' = 연령별 차이만 있을 뿐, 아동수당 역시 다수의 후보들이 약속한 정책이다.
문 후보는 "0~5세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하여 모든 아동에게 지급함으로써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영유아 대상 아동수당을 만 12세 미만 아동에게 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문재인의 약속 안심육아 7대책'을 통해 밝혔다.
안 후보는 소득하위기준 80% 대상으로 만 0~11살 어린이에게 선별적으로 월 10만원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했다. 유 후보는 초등~고등학생 자녀 1인당 10만원의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했고 심 후보는 0살부터 고등학생까지 월 10만원을 보편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 후보는 '서민맞춤형 복지'를 강조, 영유아에 대해 가정양육수당(현금과 바우처 형태로 혼용 지금) 2배 인상, 누리과정 소득하위 20%이하, 지원액 2배 인상 등을 공약했다.
□ 아빠육아정책 '봇물' = '아빠육아정책'도 활발하다. 문 후보는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최대 2년간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는 공약을 앞세웠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근무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유급3일+무급2일에서 유급10일+무급4일로 확대하고 아빠들의 휴직 보너스제를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홍 후보는 가정 '출산 지원'에 방점을 뒀다. 둘째 아이 출산 때 1000만원을 지원하고 셋째부터는 추가로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지원한다. 둘째부터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기로 했다
안 후보는 육아휴직 기간 1년 중 첫 3개월간 임금 100% 보장하고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60%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로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보장도 약속했다. 심 후보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로 연장, '부부 출산휴가 1개월 의무제도' 시행을 약속했다. 또 엄마아빠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맞벌이부모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유 후보는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육아휴직 3년법'을 공약했다. 하지만 육아휴직 3년 연장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위 다른 관계자는 "저출산 해법으로 나갈 방향은 맞다. 하지만 현재 육아휴직 1년도 제대로 못 쓰는 엄마들이 많다"며 "기업까지 유도하는 데는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 정책평가단은 최근 대선후보들의 보육정책 공약과 관련,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아동수당의 경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만 매우 제한적인 차원에서 공약했던 데 반해, 이번 대선의 경우 심상정, 문재인, 유승민 후보가 연령대상에 차이가 있으나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약속했으며,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도 선별적이나마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하고 있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가단은 재정 확보 방안 등이 제대로 제시 않은 점을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