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10%를 넘긴 나영석표 뺄셈예능 '윤식당'.
tvN '윤식당' 3회만에 시청률 10%대
댄스신고식·미션 없이도 '대박 행진'
여느 예능처럼 춤을 추거나 미션을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내용도 없어 편안하고 부담없이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항상 '대박'을 친다. 편안한 공감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나영석 PD의 예능은 해마다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다.
나 PD가 새롭게 선보인 tvN '윤식당'은 지난달 24일 첫 방송 이후 3회 만에 시청률 10%(닐슨 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했다.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등 배우 4명이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롬복 섬에 작은 한식당을 차려 1주일간 영업하는 과정을 담았다. 카메라는 기존 ‘쿡방’과 다르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출연자들의 식당 운영에 집중한다.
'윤식당'은 '꽃보다 할배'를 비롯해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연속 흥행홈런을 친 나 PD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성공할 것이란 평가가 줄을 이었다. 실제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개한 3월 4주차 콘텐츠 파워 지수에서 '윤식당'은 SBS 드라마 '피고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광고단가도 tvN 드라마 '도깨비'와 비슷할 정도였다.
나 PD표 예능의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시작 전 소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높은 시청률로 호응했다.
이에 대해 TV 칼럼리스트 이승한은 '예능, 유혹의 기술'이라는 서적에서 나 PD의 성공 전략을 '뺄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요즘 예능에서 '댄스 신고식'을 요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한때 극에 달했던 자막의 사용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인위적인 요소를 걷어내는 것. 그 흐름의 맨 앞자리에 나영석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 PD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 코드 중 하나는 공감이다. '윤식당'이나 '꽃보다' 시리즈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는 동안 마치 현지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반복되는 도시 생활에 지쳐 있는 대중들이 부딪히며 느끼는 갈증을 정확히 포착했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보며 그 곳에 있다는 착각을 느끼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픈 갈망을 푼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 PD는 "현실에서 이루기 힘드니까 방송에서라도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삼시세끼'는 13.3%를 기록하며 케이블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나 PD는 "'전파도 안 터지는 시골에 가서 부침개나 부쳐 먹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이 시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시골에 가서 밥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나PD 뺄셈예능의 시초로 불리는 '꽃보다 할배'.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의외성이다. '꽃보다' 시리즈의 노년 할배, '신혼일기'를 통해 부부 생활을 공개한 구혜선·안재현 커플 등 예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출연진으로 구성돼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윤식당' 역시 식당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나 PD의 의외성이 시청자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의외성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나 PD의 예능 페르소나인 배우 이서진이다.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유럽&대만·그리스편', '삼시세끼 정선편1·2', '삼시세끼 어촌편3'에 이어 '윤식당'까지 벌써 6편 째 출연하고 있다.
이서진은 매 프로그램마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나 PD를 도왔고 대중들은 그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와 의외의 모습에 푹 빠졌다.
나 PD는 '윤식당'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과 함께하는 작품 중 한 작품이라도 망하면 당장이라도 헤어질 계획이다. 그런데 '삼시세끼 어촌편3'까지 잘되면서 '윤식당'도 함께 하게 됐다"며 "매 프로그램마다 필요한 역할에 적합한 사람을 둘러보면 이서진이다. 그게 이서진을 계속 캐스팅하게 되는 이유"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나 PD의 예능이 모두 비슷한 포맷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선보였던 '꽃보다'·'신서유기' 시리즈에 이어 이번 '윤식당'까지 전부 해외촬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서진, 차승원 등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들의 인기에 편승한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지적에 나 PD는 "'윤식당'이라는 프로젝트가 제가 기존에 했던 프로젝트랑 언뜻 보기에는 많이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능이 다 그렇지 않나"라고 태연하게 말하며 정면으로 돌파했다.
나 PD는 현 예능판의 기형적인 인물이다. 기존 예능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이는 어김없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여러 방면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 PD의 방식은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통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