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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중복세무조사 위법 판례의 명암

  • 보도 : 2017.04.20 08:30
  • 수정 : 2017.04.20 08:30

종전에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아 있는 한 거듭 실시되어도 시비 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권교체기를 전후하여 표적세무조사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였다.

실제로 과거 정치자금을 댄 몇몇 기업이 가혹한 세무조사 끝에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사례가 있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당시 기업의 납세의식수준과 세무관리는 한참 뒤떨어져 있어 과세관청이 엄격한 세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살아남을 재간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한 없이 과세관청의 재량에 맡겨진 세무조사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종래 베일에 싸여 있던 조사사무처리규정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신설된 국세기본법 제7장의 2(납세자의 권리)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중복세무조사는 법에서 정한 예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유만으로도 과세대상 여부를 따질 것 없이 아예 과세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거듭 세무조사라는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는 법리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맞먹는 논리이다.

위법수집 증거를 재판에서 못쓰게 하는 것은 영미법의 증거법칙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컨대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불법가택 수색에 의하여 찾아냈다는 사실만으로 그 총기를 살해의 증거로 쓰지 못하여 무죄석방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범인의 처벌보다 적법 형사절차에 가치를 우위에 놓아야 인권이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영화에서나 접한 이러한 법리는 처음에는 갸우뚱 하였으나 이제 우리 형사절차에서 확실히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형사절차를 넘어 대표적 침해적 행정인 조세영역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중복세무조사가 위법으로 과세처분 자체가 취소되어야 한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례는 이미 2006년에 나왔다. 그 이후 2010년 국세기본법 제81조의 4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이 정비되면서 대법원은 중복세무조사의 위법에 대하여 단호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과세권자의 입장에서는 단지 한 번 조사한 것을 재조사하거나 누락된 부분에 대하여 보완조사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종전에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례이기 때문이다.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현장 확인으로 규정한 사안도 그 실질이 세무조사의 성격이라면 중복세무조사임을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으로 인해 종래 무사통과되던 절차적 적법성 문제가 문전에서 도전을 받아 과세 당부를 가리기에 앞서 과세관청이 패소하고 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으로서는 세무조사의 칼을 여러 번 쓸 수 없으므로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세무조사는 자칫 납세자에게 면죄부를 안겨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편 중복세무조사 위법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것도 문제이다. 국세기본법은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가지 예외사유도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과연 어떠한 것이 금지되는 중복세무조사인지 하는 것으로 놓고 개별적 사안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아울러 중복세무조사 범위를 확실히 정의하고 예외사유를 정비하는 입법논쟁도 예상된다. 결국 예외 없이 행사되어야 하는 과세권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만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납세자의 권리가 적절한 좌표를 찾아가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래의 일방통행식 조사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상황에서는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더 정교한 세무조사 방법이 정착되어야 한다. 납세자의 권리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최근 대만에서도 독자적인 납세자 권리보호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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