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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찬 해외진출'…국민·우리 은행의 엇갈린 운명 '추적'

  • 보도 : 2017.03.20 09:27
  • 수정 : 2017.03.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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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자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뼈아픈 투자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9년 전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뱅크(JSC Bank CenterCredit·이하 BCC) 투자가 당분간 업계 최악의 해외투자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투자실패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이 같은 실패 사례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은행은 앞서 1월 2008년 8월 9541억원을 투자해 사들였던 BCC 지분 41.9%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장부에는 BCC의 장부가를 1000원으로 기록하고 있다. 보통 회계처리상 주식 좌당 1000원을 매각때까지 유보금액으로 남겨 놓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금 9541억원 전액을 손실로 처리해 놓은 셈이다.

앞으로 BCC 은행 지분을 사겠다는 곳이 나타난다면 실제 손실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겠지만 부실 은행을 인수할 곳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인수 당시만 해도 국민은행은 BCC가 카자흐스탄 6위 은행으로 연평균 성장률 80%, 순이자마진율 6.2%, 부실채권 비율 0.6% 등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두루 갖춘 알짜 매물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BCC 인수 직후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카자흐스탄 화폐가치 폭락과 함께 BCC는 막대한 손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BCC 주식은 급락했고 결국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게 되는 비극을 맞았다. 이후 국민은행은 BCC 투자금 9541억원 전액을 순차적으로 손실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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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분기말 현재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JSC Bank CenterCredit(BCC) 투자현황(단위:백만원)=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리은행도 10년 전 투자했던 화푸빌딩건으로 1650억원의 손실을 봤다.

우리은행은 2007년 12월,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약 3만8000평 규모(지상 25층 오피스빌딩 2개동, 지상 9층 건물 등 3개동)의 오피스빌딩인 화푸빌딩 매입을 추진하고 있던 백익인베스트먼트에 지급보증을 섰다. 백익인베스트먼트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사장이 화푸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세운 중국투자회사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파이시티가 파산하게 되자 화푸빌딩 시공사에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KB국민은행이 제공한 인수금융 1500억원, 2300억원을 대신 갚아야 했다.

우리은행은 지급보증 건 3800억원에 화푸빌딩건으로 새로 대출한 약 400억원을 더해 총 4200억원을 2011년말 대손상각해 손실로 전액 처리했다.

기억에서 잊고 있었던 중국 화푸빌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반전은 5년 만에 찾아왔다. 화푸빌딩을 중국 베이징 소재 부동산 시행사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2015년초 이 시행사에서 받은 계약금과 일부 추심으로 받은 700억원, 그리고 2017년 초 1850억원을 받으면서 총 4200억원 중 절반 가량인 2550억원을 회수하면서 화푸빌딩의 비극은 일단락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외투자에 실패해 공적 투자금을 허공에 날린 사례도 있다.

KDB산업은행이 2011년 투자한 해외자원개발 펀드인 '트로이카 해외자원개발펀드'의 2015년말 기준 누적손실률은 -90.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367억원을 투자해 남은 돈이 329억원 불과하니 손실액만 무려 3038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펀드는 MB정부 시절인 2009년 5월 지식경제부가 1조원 규모의 자원개발펀드 조성을 추진하면서 마련됐다. 그해 6월 산업은행은 SK에너지, 삼천리자산운용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용사에 최종 선정됐다.

산업은행 등 3개사가 2401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6개사가 유한책임사원 자격으로 124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펀드 운용을 책임진 산업은행이 업무집행사원(GP)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55%인 2001억원을 투자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이 334억원을 투자하는 등 3042억원(84%)을 공기업에서 투자했다.

트로이카 펀드는 2011년 미국 텍사스주 소재 가스전 보유 개발회사인 페타라 지주회사를 시작으로 총 세 개의 가스전 개발회사에 나눠 투자됐다.

펀드 내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2011년 처음 투자한 페트라 지주회사의 경우 1117억원을 투자해 162억원만 남아 85.4%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미국 텍사스주 가스전 지분을 인수한 토로이카 앤도바의 경우 1084억원을 투자해 단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캐나다 가스전 지분을 인수한 TCA 건도 1166억원을 투자해 167억원만 남았다.

현재 트로이카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모두 종료됐다. 2019년 12월15일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데 결국 총 3367억원을 투자해 3038억원을 날리고 329억원만 건진 셈이다. 손실률만 무려 90%가 넘는다.

□ "해외진출 10~20년 장기플랜 갖고 현지화 접근 필요"

현재 국내시장에서 은행들의 경쟁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각종 규제강화, 인구감소 등으로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해외진출을 통한 새로운 금융영역 개척이 필수불가결한 시대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없는 무턱된 해외 진출은 국민·우리은행과 같은 전철을 밝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는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그나마 연 4~5%대 성장을 하고 있는 해외 신흥국에서 먹거리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없이는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하다"며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잘못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지화에 대한 이해도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해외 곳곳에 진출해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외진출시 단기성과에 급급해 기존 한인 교포들의 영업에 치중해왔다"며 "앞으로는 현지법인 설립이나 현지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외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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