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Y세무사 탈세스캔들…납세현장의 슬픈 '自畫像'

  • 보도 : 2017.03.13 07:48
  • 수정 : 2017.03.13 08:45
탈세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수 천명의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연루된 'Y세무사 탈세스캔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세무대리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암암리에 묵인되어 온 부적절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쓰지도 않은 경비내역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냈어야 할 세금을 환급받게 해준 것이다. 세무대리 업계 안팎에서는 "예전부터 터질 일이 결국 터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위태로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법체계와 사업자들의 납세의식 결여, 그리고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당경쟁'이 한데 어울려 빚어진 '대한민국 납세현장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야"

현행 세법은 프리랜서를 비롯한 일정 매출 규모 이상 사업자는 명확한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증빙서류를 비치하고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에 의해 장부에 기록·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식부기의무자로 분류되는 사업자들은 효율적으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장부기장 업무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세무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3일 국세청과 세무대리업계에 따르면 Y세무사는 지난 2009년부터 복식부기의무자로 규정되어 있는 연 소득 7500만원 이상의 프리랜서 사업자들에게 "저렴한 수임료에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홍보활동을 전개, 고객을 확보했다. 

Y세무사가 동네 방네 뿌린 홍보자료 등에는 '사업자들이 지출한 증빙이 필요하다'는 내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애초부터 가공의 자료로 세금신고를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Y세무사는 개별 사업자들이 제출한 경비사용 내역 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생산한 가공경비 자료를 개별 사업자 상황에 맞게 대입해 세금환급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그와 거래한 사업자 중 일부는 '눈 뜨고 코 베인'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세법은 납세자 개인에게 증빙보관 등 납세내역에 대한 확인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결과론적으로 이들 또한 세법에 따라 성실한 납세의무 수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세법에 대한 지식, 바꿔 말하면 납세의식이 떨어지다보니 이들이 세무사의 농락에 놀아난 '피해자'가 아닌 '공모자'로 낙인 찍히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상 장부기장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기장할 경우 납부세액의 무려 40%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가산세 폭탄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이 같은 탈세행위가 횡행한 것은 '지키기 힘든 법을 만들어 놓고 감시마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리랜서 및 연예인 등과 같은 인적용역 제공 사업자의 경우 사업유지를 위해 차마 '비용'으로 계상할 수 없는 성질의 지출이 음으로 양으로 발생, 실제 소득금액보다 많은 세금을 납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가공경비'에 대한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프리랜서 사업자 등에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복식부기의무대상 기준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리랜서 사업자 중 연 매출 7500만원 이상이더라도(복식부기의무자)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와 유사한 형태로 일을 해 소득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증빙보관비용 등 전체적인 납세협력비용 등 포함)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는 "프리랜서 사업자라 해도 근로자와 큰 차이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이들이 소득 발생을 위해 사용한 비용 등에 대한 증빙을 수취하고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장부를 만들어 세금신고를 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기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감안할 때 복식부기의무대상에 포함된 프리랜서 사업자 등에 대해서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수입금액 크기에 따라 일정율의 경비율을 적용해 줄 필요도 있다"며 "아울러 현실을 고려해 연 매출 1억원 미만의 프리랜서 사업자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복식부기의무에서 제외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당경쟁 세무시장 폐해…"'자정 노력'부터 해야" 

일각에서는 포화상태가 된 세무대리 시장의 과도한 수임료 경쟁이 이번 탈세스캔들의 진짜 이유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먹거리 확보를 위해 낮은 수임료라는 '미끼'를 제공,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리업무를 확보하다 보니 성실신고의 잣대에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Y세무사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공의 경비자료를 개별 고객의 상황에 맞게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수임료를 얼마로 해야 한다는 일종의 규제가 있었다. 업계에선 사업자의 연 매출액 기준으로 수임료를 암묵적으로 정해왔으나, 감독부처인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막았다.

또다른 세무대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15년 전, 20년 전에도 기장료로 10만원을 받았는데, 물가상승에도 불구, 현재도 기장료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수 백명의 신규 세무사가 시장에 진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덤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Y세무사 탈세스캔들이 어디선가 터져나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무대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민 인천재능대 교수는 "세무대리인들이 일거리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수임료)덤핑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나서 세무사 숫자를 줄이는 등 과다한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무사법을 위반한 세무사를 일벌백계,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시장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내부고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무대리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세무사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효과적인 자정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무전문가들이 기장대리를 하다보면 이상 징후가 드러나는데, 이는 시장에 가까이 있는 세무사들이 가장 알 것이다. 이 부분을 막으려면 내부고발이 필요하다"면서 "세무사회에서도 징계까지 가기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