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했다.(YTN화면 캡쳐)
"다수의 국민이 평화적 수단으로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회라면 민주주의고, 불가능하다면 닫힌사회(독재)다."
철학자 칼 포퍼는 한 국가가 민주주의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을 이렇게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은 4개월 넘게 들끓었던 촛불민심의 '승리'라는 평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다수의 국민은 '평화적으로' 온 몸으로 증명했다.
헌법재판소가 10일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박 대통령을 결국 '파면'시켰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한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청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8:0'으로 인용한 것이다.
파면 즉시 효력이 발생하면서 자연인 박근혜, '전 대통령' 신분이 됐다.
지난 해 12월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92일만이다.
헌정 사상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 선고이지만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압도적인 탄핵 민심에 의한 '역사의 심판', '국민 승리'라는 평가다.
□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 국회 움직여 탄핵→헌재 선고 이끌어내 = 특히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면서 분노가 폭발한 민심은 지난 해 12월9일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게 했다. 여당인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찬성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엮어 나오는 국정농단 사태를 마주하며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4개월 넘게 외쳤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아닌 어떠한 공적 직책도 없는 대통령의 사적 지인이 국정을 농단한 사건에 당일 사상최대 '232만명', 연인원 1500만명 이상이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압박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한 탄핵 찬반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찬반을 묻는 물음에 찬성이 81%로 압도적이었고,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두 달 후, 같은 조사에서도 큰 차이 없이 '찬성'여론이 79%, '반대'는 15%를 나타냈다. 지난 주 3월 첫째 주 여론조사 역시 '찬성' 77% '반대' 18%로 큰 차이 없이 80%에 육박하는 여론을 유지하고 있다.
□ "수사 받겠다"고 약속한 대통령, 거짓말…헌재 "국민 신임 배반" =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를 받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까지 했지만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이를 지키지 않았고, 모든 혐의를 부정했다. 이는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이에 헌재는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에게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순방 일정, 미국 국무부 장고나 접견 자료 등 국가공무원법상 비밀자료를 전달한 점, 최씨가 이들 자료를 보고 수정하게 한 점, 최씨가 추천한 공직후보자들이 최씨의 이권추구를 도운 점, 안종범 등에게 최씨의 이권을 돕도록 한 점 등을 조모조목 지적하며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 법류 위배는 물론, 국민주권주의와 대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 훼손을 적시했다.
헌재는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며 "피청구인의 법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최초의 평화적 항쟁" 민주주의 성숙도↑ =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 분노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완성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시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와의 통화에서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집회에 대해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최초로 평화롭게 마무리된 항쟁"이라고 평가했다.
박 학교장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60년 4.19혁명 80년 5.18 광주 민주화항쟁, 87년 6월 항쟁 등은 권위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강한 반발에 의한 것이었다. 폭력과 희생이 따랐다"며 "하지만 이번엔 폭력과 희생 없이 평화적으로 권력을 끌어내린 것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의 내실이 다져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촛불 시민의 승리"라며 "시민들이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그것을 국회가 받들어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 또 헌재가 늦지 않게 선고를 내린 것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선주자 "국민 승리, 경의를 표한다" = 정치권 한 관계자도 "위대한 촛불 시민의 승리"라며 "이렇게까지 장기간 국민들이 분노한 사건이 또 있나 싶다. 결국 민주주의 승리다. 국민이 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국민 승리"라며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대선 지지율 1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위대한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우리는, 헌법 제1조의 숭고하고 준엄한 가치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평화로운 광장의 힘이 통합의 힘으로 승화될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오늘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그 누구도 헌법과 법률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역사의 승리이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늘 헌재는 이 나라가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선포했다"며 "국민은 역사상 최초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렸다. 이게 나라다! 헌재의 결정을 국민과 함께 눈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겨울 칼바람과 적폐세력의 반역사를 모두 이겨낸 국민들께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