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회계법인 쉽게 문닫게 만드는 공인회계사법 제39조

  • 보도 : 2017.03.08 08:30
  • 수정 : 2017.03.08 08:30

공인회계사법 제39조(등록취소등)는 회계법인의 등록취소와 1년 이내 업무정지 등의 처벌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회계법인 성립요건(소속회계사 10명, 이사 3명, 자본금 5억원)을 갖추지 못하거나, 허위·부정등록·업무정지명령위반 등에 대해 등록취소가 규정되어 있다. 이밖에도 감사착오·누락 및 공인회계사법상의 어느 조문을 위반해도 등록취소나 업무정지가 가능하다.

제조업·무역업 등 물적회사인 경우 오폐수방류나 무역법위반 등으로 일정기간 영업정지되어도 생산설비가 있으니 회사가 폐업·파산되지 않고 문제점을 치유한 후 사업을 연속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부품의 결함으로 자동차가 리콜명령을 받아도 생산시설 등이 유지되므로 어찌하든 생존해 나간다.

그러나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인적회사의 경우는 평판과 신뢰고객이 중요하므로 일정기간만 영업정지되어도 의뢰고객과 담당전문인력이 동시에 이탈하므로 회사가 문을 닫는다. 과거 산동회계법인(영업정지 1년)과 청운회계법인은 영업정지 기간이 1달이었는데도 파산했다.

특히 연간 회계감사계약이 매년 4월에 집중되므로, 영업정지통보가 4월에 걸치면 영업정지 징계기간이 딱 1달이어도, 기존 고객모두와 소속회계사 대부분이 계속 남아있지 않으므로 회계법인은 존속하기가 어렵다.

회계법인의 영업정지사유로 결손발생, 손해배상준비금부족, 타법인출자, 독립성위반, 비등기이사의 감사수행, 정관변경내용 미신고 등도 열거되어 있고(법 제39조제4호), 공인회계사법의 어느 조문위반(제6호)도 영업정지사유로 열거되어 있다.

여기에 감사의 중대한 착오·누락이 있는 경우(제5호)도 영업정지사유가 되는데, 이는 회계법인 전체의 조직적 부실감사 문제가 아니라, 딱 한건인 경우도 중대하면 법인전체의 영업정지 요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회계사의 업무목적이 국민의 권익보호와 기업의 건전경영·국가경제발전(법 제1조) 등 공익보호이기 때문에 이렇게 엄격히 규정된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대부분 신중히 적용하여, 고의·중과실이 아닌 일상적인 부실감사에 대해서까지 회계법인 영업정지 처분을 한 적은 없고, 담당회계사 징계와 해당회사 회계감사제한, 과징금부과 등으로 대체하여 왔다.

여기서 회계법인을 쉽게 파산에 이르게하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열거규정한 공인회계사법 제39조에 대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법 제39조의 핵심을 요약하면 단 한건이라도 부실감사가 있거나, 공인회계사법의 어느 한 조항이라도 위반하면 등록취소와 영업정지에 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니 회계법인 운영자는 언제나 파산가능성을 일상으로 머리에 담고 사는 꼴이다.

이에 비해 변호사법은 제53조(인가취소)에 구성원(3명) 미달이나 타법인출자·손해배상준비금미적립 및 업무집행명령위반만 인가취소 사유로 열거하고 있다. 세무사법도 제16조의15(등록취소등)에서 설립요건(세무사 3명, 자본금 2억원) 미달, 거짓·부정등록, 결손미보전, 업무정지명령위반, 탈세상담금지 등 구체적 열거규정에 한하여 등록취소나 1년 이내 세무대리업무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회계사법은 회계사의 단 한건의 부실감사나 공인회계사법의 어느 한 조항의 위반인 경우도 회계법인 영업정지처분이 가능하다. 반대로 법무법인과 세무법인은 소속변호사나 세무사가 변론오류·세무신고 착오 등을 하여도, 법인인가 취소나 영업정지 등의 징계처분은 열거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냥 개인징계로 종결된다.

민·형사 등 법률문제와 세금신고는 민법·상법·세법에 대해 단 한가지의 법률해석이 가능하지만, 회계감사는 확정법률이 아니고,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 등에 근거한다. 기준이란 법률과 달리 여러 가지 선택과 해석가능한 상황이 많고, 외부감사는 기업이 맞다고 작성한 회계내용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 의구심을 갖고서 정말 맞는지를 의심·분석·감정·평가·감시·조사하는 업무이다. 따라서 일관된 단 하나의 감사의견과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어렵고, 기업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상황이다. 기업실무자의 주장과도 의견대립이 첨예하다.

민·형사변호의뢰인과 세무신고위임고객은 자신의 승소와 절세를 위해 사실대로 유리한 것을 변호사와 세무사에게 적극 알리므로 속을 위험이 적다. 그러나 회계감사 의뢰기업은 불리한 점을 감추고, 분식회계사기내용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므로 감사인의 위험은 최고치이다.

특히 자율선임권을 행사하고 감사가격도 하한이 없는 무가격시스템을 활용하여 외부감사인의 파수꾼역할을 무력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주격감과 불황으로 결손에 내몰린 초대형기업의 거액분식회계 사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를 예방하지 못한 감사증명에 중대한 착오나 누락이 단 한 건이라도 입증되면 이는 공인회계사법의 어떤 조항(주로 제15조의 공정성실의무·독립성준수의무 등)이든 위반으로 귀결되며 회계법인영업정지로 자동연결된다.

소속회계사 1000명을 포함해 전임직원 2000명 이상인 거대 회계법인일수록, 감사착오나 누락을 일으킨 10명 또는 20명 내외의 감사팀 하나로 인해 영업정지 등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많은 회계법인은 금융감독원이 조직감리를 직접 하지 않는 30명 이하의 소형법인으로 남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금융당국도 공인회계사법 규정이 이러니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문제는 수천개의 다른 감사고객과 수천명 임직원의 선량한 피해가 문제이다. 회계법인 경영진 전체가 조직적으로 부실감사를 중복해서 일삼는 경우가 아니라면 1% 내외 회계사의 실수로 인해 주계약시점 4월을 겨냥한 전체영업정지는 막대한 혼란과 수많은 선량한 피해자와 실업자를 양산한다.

따라서 분식회계사기를 자행한 해당기업과 오너, 최고경영진, 경리실무자를 찾아내 직접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감사의 중대한 착오와 누락행위를 하여 이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담당회계사를 공인회계사법 제48조의 개인징계규정을 적용하여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비례책임과 형평에 맞는다.

또한 회계법인 자체가 영업정지로 한순간 무너지면 해당 분식회계 사기와 관련된 민·형사상 손해배상액 중 회계법인측 비례책임금액을 누가 일부라도 갚아나갈 것인가?

안세회계법인
박윤종 대표

공인회계사
서울고,서울대 경영학과,서울대 경영학석사,국민대 회계정보학박사, 삼일회계법인, 안건회계법인 이사, 한국외대 국민대 경영학 겸임교수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