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직후, 대선 행보에서 연일 논란을 빚자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반 전 총장이 지난 18일 조선대학교 강연을 위해 방문하자, 학생들이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민중의 소리 동영상 캡쳐)
연일 구설 오르락 내리락, '반풍(潘風)'은커녕 지지율 하락
문 닫아 버린 국민의당,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회의론' 모락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1구설'로 인해 그의 대권의 길에 '빨간 불'이 제대로 켜졌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반풍(潘風)'이 기대됐지만 귀국한지 일주일 만에 그 예상은 완벽히 빗나가고 있다. 반풍은커녕,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
리얼미터가 16일부터 18일까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조사한 결과, 반 전 총장은 지난주보다 0.4%포인트 떨어진 21.8%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 귀국 컨벤션효과 無, '1일1구설'…여론 뭇매 =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주보다 2.0%포인트 오른 28.1%로 지지율 1위를 나타냈다.(전국 성인남녀 1507명 대상,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부터 연일 좌충우돌하며 귀국 컨벤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항 편의점 생수 구입에서 보인 '서민 코스프레'부터 턱받이와 퇴주잔 논란, '청년인턴제' 확대 발언,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나쁜 놈'이라고 한 발언 등 반복되는 구설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반 전 총장이 과연 대선을 완주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보수진영에서조차 커지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앞서 기존 정당 입당을 거부하며 제3지대 모색을 이야기하다, '활동비 부족'을 이유로 기존 정당 입당의사를 밝힌 것에 정치권에서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 정치권 "이 상태로 대선 완주 어려워" = 반 전 총장에 호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그의 입당에 대해 "거의 문을 닫았다고 보면 된다"고 선을 그은데 이어, 19일 "현재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면 (반 전 총장 대선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반 전 총장의 연이은 구설을 지적하며 "지금 캠프가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선거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매일 욕을 먹으면 대선을 끝까지 갈 수 있겠느냐"며 "쪼그라드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 바른정당 '회의론'…"세력 확장"vs"당에 부담" = 더욱이 입당과 관련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바른정당 내부에서조차 반 전 총장 입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 측은 바른정당 입당 보다 '당대당 통합'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19일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먼저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과 캠프 내 친이계 인사들을 모아 세를 만든 뒤 바른정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으로 통합 이후, 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바른정당 한 관계자 이날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 입당이 당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세력 확장을 위해서는 반 전 총장 측과 통합하는 게 좋지만 지금 귀국 후 행보가 문제가 거듭되고 발언도 명확치 않으니 오히려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훈 의원도 전날(18일) tbs 라디오에 나와 반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바른정당에 오셔도 좋은데 이런 행보는 안했으면 한다"며 "이념적 정체성과 정책노선을 먼저 밝히고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潘, 바른정당 대선경선 참여? '낙동강 오리알' 될 수도 = 설사 바른정당과 당대당 통합을 한다 해도 당내 주자들과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중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완주 여부는 '반반(半半)'인 거 같다"며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치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대선 후보 추대'를 원할 텐데, 대선 경선은 '빼박(빼도 박도 못한다는 약어)'이기 때문에 입당해도 그 부분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대선 후보 추대'를 원하는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임하지 않을 경우, 입당 자체가 물 건너가고 나아가 대선 중도포기 가능성도 높아질 거란 관측이다.
□ 좌충우돌, 몸에 밴 외교적 언행에서 비롯 = 반 전 총장의 연일 벌어지는 좌충우돌은 오랫동안 외교 관료로서 지내며 익힌 어법과 사고방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느 쪽에도 '비판'을 받지 않으려는 외교적 수사와 행동이 정치 지도자로선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16일 반 전 총장은 탄핵절차에 들어간 '직무정지'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앞서 기자들에겐 향후 촛불집회에도 나갈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것이 상충된다.
'잘 대처하라'는 말은 대통령이 국정농단 '피의자'라는 점을 부정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과 퇴진'을 외쳐온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 지난 12일 귀국 연설에서 그는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형용모순의 수식어로 자신을 규정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5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지내면서 익힌 외교적 수사와 사고방식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는 자기 철학과 비전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라며 "양쪽에 다 욕 안 먹으려고 '여기선 이말 하고 저기선 저 말' 하는 식으로 정치하면 양쪽에 다 욕먹는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