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46년의 식품명가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화인코리아가 식약처의 실수로 '불량 축산물 판매'회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뻔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판매를 목적으로 유통기한이 경과한 축산물(닭고기 신선육)을 보관하다가 식약처 등 관계기관 합동단속에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식약처는 관련 보도자료 발표시 사조화인코리아가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판매하다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시중에 유통했을 경우 유통 중인 제품을 회수해야 할 뿐 아니라 식품기업에게는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게되는 것으로 창고에 보관중 적발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사조화인코리아측이 이로 인해 기업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일체의 정정 발표나 공지는 생략하고 슬그머니 홈페이지 상에 위반내용(첨부 파일)만 수정해 게시하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13일 각 언론사에 배포한 '축산물 위생 및 원산지 위반 합동단속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식육포장처리업, 축산물가공·보관·판매업 등을 영위중인 1천307곳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 점검한 결과, 사조화인코리아 등 총 49곳이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위반해 행정처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중 사조화인코리아의 경우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사조그룹 관련 제품을 구매해온 소비자에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지금까지 불량 축산물·식품 등을 속여 팔다 적발된 사례는 중소·개인사업자에게서 종종 있어 왔지만 사조 같은 대기업도 이러한 행태를 자행하다 적발 된 것으로 오인됐기 때문이다.
사조화인코리아는 지난 1993년 설립돼 닭과 오리 등 축산업의 생산(사육), 유통, 가공,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중인 회사로 전라북도 김제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5년 기준 사조오양 44.9%, 사조씨푸드 19.9%, 사조대림 17.7%, 사조산업 12.3% 등 사조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중이며 매출 1926억원과 순이익 117억원을 시현한 회사다.
조세일보는 이러한 주주구성과 경영능력을 보유한 회사가 불량식품 판매 회사라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판매하다 단속에 적발된 이유가 궁금해 취재에 들어갔으나 사조측으로부터 억울하다는 답변을 듣게됐다. 식약처의 최초 발표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에서 '판매목적 보관'으로 수정된 사연은?
식약처가 지난해 12월 13일 언론상에 최초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 회사의 법규 위반 적발 내용은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그림1)였다.
하지만 사조화인코리아의 해명을 들은 뒤 식약처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하자 발표자료의 첨부파일 내용이 사전에 정정보도나 공지 없이 슬그머니 '판매 목적 보관'(그림 2)으로 수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이에 대한 양 측의 해명을 들어봤다.
사조화인코리아 관계자는 “외부업체가 제조한 닭고기(신선육 스티커 부착)를 구매·판매하다 남은 잔량 33kg을 김제시청에 냉동육 전환 신고를 하고, 기존 신선육 스티커옆에 냉동육 전환 스티커를 추가로 부착해 보관하다가 신선육 스티커상 제조일로부터 유통기한이 경과된 것으로 간주돼 적발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신선육의 경우 보관 및 유통기한은 10일, 냉동육의 경우에는 2년이다.
그는 또 “식약처에서는 당사가 관계기관 신고 후 추가로 부착한 냉동육 전환 스티커가 해당제품 제조업체와 냉동전환 신고 주체(사조화인코리아)가 동일하지 않다는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적발된 사안”이라며 “이후 해당 제품은 즉시 폐기 처리했다”고 말했다.
사조화인코리아측은 HACCP팀 담당자가 사전에 김제시청에 문의하고 지도를 받아 조치한 사항이었는데, 법적기준과 상이하다는 사유로 처분을 받은 것이어서 억울한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법적기준을 정확히 확인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해 발생한 것이지 유통기한이 경과한 닭고기를 판매하거나 판매목적으로 보관하다 적발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식약처 관계자는 “통상 폐기대상 제품은 보관창고 내 별도 공간에 폐기 예정 등의 표시를 해놓고 따로 보관하는데, 사조화인코리아의 경우 정상제품과 같이 보관하고 있어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관중인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통기한 지난 제품 시중 유통중 적발과 보관중 적발은 '천양지차'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최초 발표 당시 위반 내용으로 지적했던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그림1)가 이후에 어떤 사유로 '판매 목적 보관'(그림 2)으로 수정됐는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주요 위반내용이 변경될 시에는 반드시 정정 발표나 공지 등의 절차가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한 것도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불량식품을 판매하다 덜미를 잡힌 것과 판매목적으로 보관하다가 적발된 것은 해당 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천양지차라며, 언론사 배포 전에 위반 내용을 꼼꼼히 대조·확인해보지 않고 성급히 배포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단속을 지휘했던 식약처 총괄팀장은 “해당 업체들과 적발내용을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착오와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발표 자료의 주요내용이 변경된 점에 대해 정정 공지를 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직원들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