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서민 코스프레'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민중의 소리 동영상 캡쳐)
대권 행보를 본격 시작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언행이 연일 논란이 되면서 그를 둘러싼 여론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한 김치찌개 집에서 청년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그저 청년들의 '노력 부족' 탓을 돌리며 '청년인턴 확대'를 제시한 반 전 총장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 청년 '노오력' 훈계한 潘, 청년들 "규탄" 시위 = 반 전 총장은 18일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를 방문해 '조선대 대학생 특강 및 대화의 시간' 강연에서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고 말해 청년들의 공분을 샀다.
점점 치열해지는 스펙 경쟁과 좁은 정규직 취업문, 이미 확대된 청년인턴제로 힘든 현실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유로화 위기 등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젊은이들이 고생한다"며 "3포세대가 돼서 안타깝고 5포세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과 협의해서 인턴제를 확대한다든지 산학협력확대, 꿈이 많은 청년들에게 해외진출 기회를 준다든지 구체화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여러분들이 포기하는 세대가 되는 것을 저는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93개국 지도자들을 아주 잘 알고 있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분 장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청년인턴제는 정규직 일자리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대학생들 역시 반 전 총장 강연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20분 반 전 총장이 조선대에 도착하자, 조선대 학생 10여명은 반 전 총장 규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위안부 합의 피해자분들이 울고 있어요!!', '위안부 합의가 잘한거다? 반근혜! STOP THE SHOW', '청년인턴 확대? 반기문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학생들은 "친박 반기문 물러가라", "조선대에서 나가라", "청년문제 모르는 반기문 물러가라", "위안부 합의가 잘 된 것이냐?"라며 반 전 총장에게 소리쳤다.
또한 이날 강연에 모인 사람들이 학생들이 아닌 80% 이상 중장년층으로 자리를 차지해 이 역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이다. 취약층인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외연확대에 나서려던 취지가 무색했다.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따라다니며 반 전 총장을 응원하는 반사모 회원 20여명도 포함됐다.
□ 연일 '보여주기식 행보' 도마…기자들 질문은 외면 = 앞서 12일 귀국 연설에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형용모순을 자신의 가치로 내세운 것과 귀국 당일 보인 친서민 행보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충북 음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눕혀 놓은 채 죽을 떠먹이고 반 전 총장 자신이 턱받이를 해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어 16일에는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가 원수'라며 귀국 인사전화를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7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노 전 대통령의 가치가 담긴 '사람사는 세상'이 아닌 '사람사는 사회'라고 잘못 적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려 했지만 제대로된 미수습자 가족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사진 찍는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TV동영상 캡쳐)
특히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에서의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50여분 동안 머물며 기자들의 질문은 외면한 채, 미수습자 가족들을 불러내 '어깨동무'를 하고 손잡고 함께 걸으며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다. 반 전 총장을 보좌했던 새누리당 박순자 의원(안산 단원구을)은 미수습자 가족인 은화 엄마, 윤화 엄마를 불러 반 전 총장 옆에 세워 "손을 잡고 걸어"라고 보여주기식 행보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행보에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는, 가는 곳 마다 '친서민 행보'임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자들의 질문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팽목항 방문 이후에도, 18일 광주 5.18 민주화 묘지를 방문 이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 엘리트 기득권층-10년간 유엔 근무, MB-친박 섞인 캠프 = 반 전 총장의 언행이 연일 논란이 되는 데는 그가 평생 기득권에 기대온 '엘리트 관료'로 지내왔다는 점과 지난 10년 동안 유엔 근무로 인해 국내에 있지 않아 국내 현실 인식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정당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10년 동안 밖에 나가 있었지 않았냐, 또 고위급 외교관으로 '엘리트 의식'이 팽배한데 국내 정세나 사회 인식이 제대로 됐겠느냐"며 "이번에 연일 논란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의 캠프 중심엔 'MB계'가 있지만 민생행보에는 새누리당 나경원, 박순자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동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MB계, 친박 다 같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래 그렸던 큰 그림이 무너졌는데, 마음이 급하니 일정을 이것 저것 다 끼우는 것 같다. 팽목항, 봉하마을 간다고 외연이 확대가 되냐. 메시지는 없이 열심히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야권 인사는 "체력이 좋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모르겠다"고 힐난하며 "자신의 정치철학이나 비전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만나는 것도 아니니 '쇼'라니 지적들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