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한 관세사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기업과 관세사의 인식변화를 통한 방법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창근 브릿지경제신문 주필(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관세사 보수료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조세일보와 한국관세사회가 주관하고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광온 의원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토론자로 나선 추 주필은 이날 "국가 전문자격인인 관세사가 고도의 윤리를 바탕으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보수요율의 자유경쟁으로 덤핑 등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관세사 제도는 관세행정 당국은 부족한 인력을 외부에서 확보해 관세 처리의 정확성과 능률을 기하고, 건전한 관세행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사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전문가인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능력과 노력에 따라 적정한 보수를 받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하지만 추 주필은 "관세사 업무가 공공성을 가진 전문자격인이 아니라 '박리다매' 식 상술에 의존하는 영리추구업으로 전락함으로써 관세사의 법적인 성실 의무와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소홀하게 돼 관세행정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납세자의 권익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데다 심지어는 화주의 탈법 행위에 동참하는 행위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입의 교역규모는 크게 늘어났는데 오히려 관세사들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발제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관세사 1인당 보수는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최근 3년 동안만 2013년 95.1%, 2014년 84.7%, 2015년 82.7%로 줄곧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전문자격사들과의 희소성이나 업무 특성 등을 감안한 정성적인 비교가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소득 감소 추세가 관세사의 공공성과 공익성 담보, 윤리성과 전문성 유지의 명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 주필은 "실제 관세사업계의 현황은 관세사들의 주 수입원인 통관수수료, 컨설팅 비용 등이 기업들의 과도한 가격경쟁 유도로 사실상 '최저가격입찰' 방식으로 정해지고 관세사들은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며 "기왕이면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지만, 가격경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통관 질서 유지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입찰제안은 서비스제안과 가격제안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가격제안 점수가 서비스제안 점수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는 관세 서비스의 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낮아지면 서비스 또한 당연히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는데, 질이 낮은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기업이 또 다른 서비스를 찾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관세사가 더 낮은 가격을 제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 주필은 "그런 점에서 관세사들의 안정한 보수를 위한 개선책으로서 관세사 보수의 적정화와 보수 기준의 표준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실효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추 주필은 "관세사 통관보수 등의 최저 또는 최고 요금을 표준화해 적정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관세사가 본연의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관세 행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화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런 대책이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세사 업계의 병폐 해소를 위한 법과 제도적 개선방안이 딱히 존재하는지 의문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세사 수급정책이 잘못된 건지 아닌지, 시장의 실패는 분명한데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원칙에서 개선대책 마련에 정부나 관세사 업계 모두 딜레마적 상황에 처했다는 것.
최 주필은 "보수의 적정화나 보수기준의 표준화를 법제화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적 계약에 있어 어떤 강제성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지켜지지 않으면 그 또한 무용지물"이라고 분석했다.
또 "관세사 업계에서는 입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관세사회에서 합리적 통관보수료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관세사 업계의 상생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권고사항일 뿐, 기업과 관세사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일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세사 업계도 결국 법과 제도의 정책 대안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업과 관세사의 인식변화를 통한 방법 밖에 없다. 기업은 정당한 서비스를 정당한 대가지불을 통해 합리적인 서비스를 구매하고 관세사는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실력으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아가 정부는 관세사의 수급과 시장에 대한 보다 정밀한 진단을 통해 시장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장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심도있게 연구 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