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국가 자산'vs'기회주의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사실상 대권 도전을 밝히면서 그의 검증대 역시 막이 올랐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아시아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갈채를 받아왔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가 자산'이라는 칭송까지 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에서는 유능한 외교 관료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마자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들과 친정부 성향으로 인해 지지율 역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내면서 세계 언론의 평가는 혹독하다.
국제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고 친미적 외교관으로 미국의 눈치만 보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아시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총장'(이코노미스트), '가장 위험한 한국인'(포린폴리시), '투명인간'(월스트리트저널), '무력한 관찰자'(뉴욕타임스), '미국의 푸들'(폴리티코) 등의 혹평들이 그의 몫이었다.
□ '기름장어의 꿈'은 이뤄질까? 朴 대통령 칭송하다 '겨냥' = 특히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꽤 유명하다. 평생을 기득권에 안주하며 고위 관료로 지내 민감한 사안과 질문에 요리조리 잘 피한다고 생긴 별명이다. 그를 가리켜 관료로서 '기회주의자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의 대권 전망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과 이후, 지지율의 변화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그의 언행 역시 차이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추석 연휴기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과 무려 7차례나 만나 뒷말을 낳았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의 대권 대항마로서 박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찍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 전 총장 역시 박 대통령을 눈에 띠게 치켜세우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그는 '이면합의' 의혹을 낳고 있는 지난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또 새마을 운동 홍보와 관련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반기문 대안론'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 8,9,10월 한국갤럽 차기 정치지도자 정례 여론조사에서 27~28% 지지율을 꾸준히 나타내며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인 11월 21%로 급락했다. 12월 21%를 유지하다 1월엔 20%를 기록했다.(매달 2주차 조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1,026명, 95%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난 2015년 9월 제70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당시 반 전 총장을 7차례나 만나 뒷말을 낳았다. (사진 청와대)
□ 盧 서거 후, 참배안한 潘…MB정부 눈치? '배신자' 낙인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행보도 도마에 오른다. 2009년 서거 이후 2년 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자신을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는 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주저하는 모습에서 '배신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했던 MB정부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야권인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서거하셨나. 이명박정부에 의해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 국민적인 슬픔으로 가득하지 않았나. 참여정부 인사들 모두 분개했을 때 반 전 총장은 외면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치켜세우다 최순실 사태이후, 이젠 '박 대통령보다 노 전 대통령에 가깝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13일 국립 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참배를 마친 반 전 총장은 설전에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갖은 의혹에 "오해" "모른다" = 또 그는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한 해명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보다는 '오해', '몰랐다'는 방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일 12·28 위안부 합의를 훌륭하다고 평가했던 기존의 입장이 논란이 되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현안이 된 (위안부) 문제가 합의된 것에 대해 환영한 것"이라며 "다만,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앞서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박연차가 저한테 무슨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내) 이름이 등장했는지 모른다. 알 수 없다"며 "제 말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없다고 얼마든 자신 있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검찰 고발을 할 경우, 23만 달러 수수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언론중재위 제소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언론중재위 제소 결과를 봐서 어떤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며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 부정적 인상을 갖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