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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종 칼럼]

분식회계 사기의 천문학적 공익피해

  • 보도 : 2017.01.11 08:30
  • 수정 : 2017.01.11 08:30

한국경제가 연 10% 이상 계속 성장하던 1980~90년대에는 당연도의 웬만한 분식회계 손실금액도 다음연도의 매출과 이익의 급성장이 소화해 주었다. 예를 들어 올해의 10억원 손실을 재고자산이나 외상매출금 등의 부실자산금액에 적당히 얹어 놓았다가, 내년에 30억원의 실질이익이 나면 그때가서 분식재고 10억원을 원가로 떨고 회계상으로는 20억원만 이익으로 반영하면 그럴듯해 보인다.

이것을 이익유연화(income smoothing)정책이라 하는데, 기업재무경영전략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매출과 이익이 매년 들쭉날쭉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증가하는게 모양새도 좋아서 기간별 손익조정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기업내부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경제성장이 한자리수이고, 최근엔 세계평균치 3%에도 못 미치면서 한번 손실은 영원한 손실이 되었고 과거손실을 미래이익이 흡수해 주지 못하게 되었다. 업종별 불황이 극심하여 발생되는 거액의 손실을 재고나 채권자산으로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한꺼번에 터진다.

분식회계사기의 피해승수효과는 천문학적이고 기하급수적이다. 미국엔론사의 분식회계금액이 15억 달러인데 투자자 피해는 600억 달러로 40배나 되었다고 한다. 이는 최소투자수익률 2.5% 적용한 추정치일 듯 한데 실제 엔론사의 증권시장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로 계산되었을 것이다.  이게 한순간 증발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수년간 손실을 이익으로 둔갑시켜 총 5조원(연평균 2조원)의 분식회계를 했으니 여기에 한국인의 기대투자수익률 약 5%로 환산하면 약 40조원이 날아간 것이다. 적게 잡아 세법상의 이익환원율 10%만 적용해도 약 20조원이 증발된 것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분식 전 18조원에서 2016년에는 1조원으로 폭락했다. 산업은행 등의 공적자금투입액도 벌써 10조원은 상회한다하는데 국민연금은 수급자 70만명의 1년치 연금액이 소멸됐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구조조정과 근로자 해고, 하청납품업체의 도산, 외국선주사의 선박발주 철회, 해외신용도 하락 등 직간접 피해액까지 더하면 분식회계금액의 최소 10배 내지 20배 공익피해금액은 어떤 경우에도 계량적으로 추정될 수 있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느라,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보내 청산에 이르게 하여,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국제해운항로를 송두리째 빼앗긴 기회손실도 엄청나게 크다.

1998년 IMF를 촉발한 대우그룹 전체의 분식회계규모가 41조원이고 그 이후 30대 재벌 중 한보·기아·동아건설·진로 등 16재벌이 분식회계로 기업주가 바뀌며 좌초했다. 이어지는 SK글로벌·STX중공업·동양그룹·모뉴엘·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등도 모두 천문학적 분식회계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분식회계사기는 대부분 한꺼번에 빵 터진 후에야 발견되었고 사전경고나 내부고발 등으로 예방된 경우는 사건화되지 않아서 그런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분식회계사기의 속성상 일부분에서 몰래 일시에 저질러야, 분식회계주도자는 성공해서 일확천금을 거머질 수 있다. 회사의 물적 자산과 인적 자원을 통해 찔끔찔끔 분식하면 내부고발자로 인해 성공할 수 없고 사전에 발각되기 때문이다.

분식회계주도자는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고, 부실자산을 실질자산이라고 속이고, 부채규모를 축소하거나 부외부채로 숨긴다. 여기에 거액의 은행차입금을 빌리거나 외부주주의 할증증자로 불입시킨 후, 들어온 회사공금을 모두 횡령하여 해외로 도주한다.

회사내부에서 분식회계사기를 도와준 일부 실무자에게 몇 푼을 나누어주고 입을 막는다. 이러면 외국으로 도주하여 정착할 때까지 분식회계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1년 후 은행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여 은행이 일부상환을 받거나 대출연장서류를 제출서명받는 순간 회사가 빈껍데기인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주가가 폭락하여 수많은 투자자들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고, 손실입은 가정은 파탄을 겪는다. 외부감사인도 공금횡령 후 6개월 정도 지나야 중간감사나 연말감사를 착수하므로, 모든게 끝난 후이다.

외부금융 차입금이나 외부주주 투자자금을 많이 조달하여 운영하는 회사일수록 외부감사는 매월 단위의 상시감사(concurrent audit)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금액이 5조원이고 이로 인한 공익피해가 최소 20조원 이상인데, 이러한 분식회계를 예방할 모든 회계법인의 감사보수는 다 합해야 연 7천억원(=상장사 2,000개×평균 1억원+비상장사 23,000개×평균 2,200만원)에 불과하다.

휴업회계사 40%를 뺀 나머지 1만2000명으로 평균을 나누면, 회계사 1인당 연 매출액이 5800만원(=7천억원÷12,000명)이고, 실비 30%를 뺀 70% 소득을 다 잡아도 연 순소득이 4000만원이다. 이게 성공한 대형회계법인의 수습회계사 처음 연봉이다. 이 돈으로는 매월 상시 감사는 꿈도 못 꾸고, 중간감사와 연말감사에 최소인원과 최소시간을 투입하기에 고작이다.

외부감사는 1만2000명 회계사의 연 4000만원 연봉으로 수백만 투자자의 시가총액 1천조원이상과 가계부채 1300조원 및 국가의 세금재정 약 400조원을 감시보호해주는 절대적 공공재이다. 그러나 현행 외감법은 자유선임제이고 감사보수가격에도 아무런 법적규정이 없는 무가격시스템이서 무제한 덤핑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피감기업의 오너회장도 감사객체이지만 주인자격으로 감사주체인 회계법인을 입맛대로 골라 정신적 독립성이 침해된다. 혈·지·학연으로 감사인을 이미 내정한 상태인데도, 실무자를 통해 외부에서 더 낮은 견적서를 몇 장 더 제시받아 기존 감사가격마저도 마음대로 주물러서 물질적 독립성도 상실된다. 이래서 감사공영제나 지정감사제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고, 감사보수의 법정화도 절실한 것이다.

안세회계법인
박윤종 대표

공인회계사
서울고,서울대 경영학과,서울대 경영학석사,국민대 회계정보학박사, 삼일회계법인, 안건회계법인 이사, 한국외대 국민대 경영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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