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硏, 전국 성인남녀 대상 설문 조사
국민 10명 중 4명만 "세금 낸다" 응답
8명은 "세금 안내도 처벌 충분치 않아"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겠다는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하면 세금 내는 양을 줄이고 싶다거나, 빼앗기는 기분마저 든다는 다소 수위 높은 인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과세당국으로부터 적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세금납부를 회피하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탈세범죄를 저질러도 이른바 가진 자들은 최대한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사회인식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금납부에 대한 개인적인 규범 지표가 약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전국 만25~64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2015년 11월부터 12월까지 약 1달간 이루어졌으며, 유효응답자는 2299명이었다.
◆…사진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 보고서 캡쳐.
세금 기꺼이 내겠다는 사람 줄었다
'각종 세금을 납부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기본의무이기에 전부 낸다'는 응답이 40.6%였는데, 2012년 조사(64.8%) 보다 무려 24.2%p나 떨어졌다.
반면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응답은 2012년 24.6%에서 42.7%로 18.1%p 늘었다. 더욱이 국민 10명 중 1명은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세금을)내고 싶지 않다(10.2%)'는 반응을 보였다.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세금납부를 회피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회피하겠다'는 응답이 44%로 2012년 39.6%보다 4.4%p 증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의 납세에 대한 개인적 규범이 퇴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51.5%)이 긍정적인 답변보다 높았다. 강한 부정(전혀 그렇지 않다)의 응답은 2012년 6.0%에서 10.0%로 오른데 반해, 강한 긍정(매우 그렇다)의 반응은 5.3%에서 3.2%로 내려갔다.
'증빙자료가 없어 국세청의 적발 가능성이 없는 현금매출액 1000만원에 대한 신고여부'를 묻는 질문엔 57.5%가 '신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적발만 되지 않으면 탈세를 하겠다는 셈이다. '신고 하겠다'는 응답은 2012년 49.1%에서 42.5%로 내려갔다.
◆…사진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 보고서 캡쳐.
세금 안 내도 처벌은 솜방망이
탈세를 저질러도 그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들이 대다수였다.
'세금을 정직하지 않게 납부한 것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지탄이나 처벌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답변은 85.4%였다. 이는 2012년 조사(84.8%) 때보다 0.6%p 늘어난 수치다.
긍정적인 답변은 고작 14.6%였다. 주목할 점은 강하게 부정한 답변(전혀 그렇지 않다)이 2012년 19.2%에서 28.1%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본인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았다고 친구에게 말할 때,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닐 것인가'에 대한 물음엔 긍정적인 답변이 62.4%였다.
다만 부정적 답변(그렇지 않다) 비율이 2012년 29%에서 37.6%로 크게 늘어남에 따라 사회규범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