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와 법정표준가격제도는 바늘과 실의 관계

지정감사와 감사가격법제화 앞당겨 공익피해 예방해야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 분식회계로 촉발된 외감법 개정과 관련해 여러건의 국회의원 발의안과 정부안 등이 10가지도 넘어 혼란스럽다. 이는 지난 35년간의 외부감사 자유선임제도하에서 1999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을 비롯한 수십개 대기업의 회계사기와 이를 막지 못한 외부감사에 대해 어떻게든 분식회계와 공익피해를 막아보려는 고육지책들이다.

최근 쏟아진 외감법 개정안들을 모두 모아보면 회계사기기업의 과징금 대폭 상향, 회계사기를 주도한 대주주·회장·CEO·경영진·실무책임자의 중한 처벌, 회계사기를 고발한 내부인력에 대한 평생보상금 지급, 회계법인 대표처벌 신설, 담당회계사 처벌강화, 회계법인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강화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복수회계법인의 이중감사, 전면지정감사제 또는 자유선임 6년＋지정감사 3년의 혼합제도, 금융당국의 상장법인 감리주기 단축, 감독기구의 감리인원 대폭증가, 회계법인 품질관리와 처벌강화 등 중요한 것만 떠올려도 10가지 이상이다.

이러한 대책과 운영방법에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이 방대할 것이다. 또한 현행 감사인 자유선임제에서는 이미 분식회계 재무정보가 시장에 공시되어 나온 뒤에는, 아무리 잘 잡는다 해도 거대한 공익피해를 일으켜 모든게 끝난 뒤이다.

예를 들어 자동소총이나 폭탄을 소지한 테러범이 공항에서 이미 자폭테러를 일으킨 후와 비견된다. 전세계 각국 경찰과 미국FBI가 쫙 깔리고 그렇게 공항검색을 강화해도 어디서나 IS폭탄테러가 빈발하는 것과 같다.

현행 자유계약에서는 피감대상이 자기 입맛에 맞는 감사인을 고르고 돈도 주기 때문에 분식회계사기를 원천적으로 걸러내지 못하고 악덕 기업정보가 그대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선량한 기업은 분식회계내용이 아예 없지만 일부 경영실적이 극단으로 내몰리거나 고의 회계사기를 일으켜 한탕 먹튀를 하려는 악덕기업은 언제나 있다.

특히 이런 악덕기업일수록 외부감사인과 결탁하거나 회계사를 길들여서 거대한 공익피해를 일으키고 결국 국민혈세가 탕진된다. 공익피해가 발생된 후면, 민·형사고소와 손해배상소송·구속·처벌·과징금·벌금 등은 모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실제로 아무것도 못 건진다.

분식회계 욕망은 악덕기업의 본능이다.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금융당국 등 공기관에 의한 강제지정감사이다. 지정감사방법은 앞서 열거한 10가지 이상의 사후약방문적 여러 방법보다 단 한가지로 회계사기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더 쉽고 사회적 비용도 가장 저렴하다.

각 기업 입장에서도 매년의 감사인 선임시 대주주·회장·감사위원회·경영진·재경간부 등 내부인력간의 각종 혈·지·학연의 로비와 수십명 인맥 중에서 골르고 하는 혼란·갈등비용도 많다고 한다.

공동주택아파트회계감사도 전국에 전자입찰공지함에 소요되는 회의 등 실비용과 기회비용 합쳐서 100여만원은 발생된다는데, 이로 인한 K-apt전자입찰 최저가 낙찰제로 깎는 비용은 2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외부감사의 자유선임은 회계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최저가 선임은 외부감사를 기피하는 것이다. 나에게서 최소경쟁급여를 받는 심복이 나를 어찌 제대로 감시·조사·경고·고발하겠는가.

미국의 외부감사인 자유선임제는 소유와 경영의 명백한 분리위에서 작동되지만, 최대기업부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기업에게 제대로 기능할리가 없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인단제도(트럼프가 총투표수에서 밀려도 일부 특정지역 우세로 선거인단 과반수 초과로 당선됨)가 한국에서는 절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주주보호와 CEO감시)는 애플에서 스티브잡스도 축출한 적이 있지만, 한국의 소유경영현실에서는 감사위원회를 아무리 잘 규정하고 구성해도 대주주회장의 거수기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영 현실에서는 지정감사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하여야 분식회계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각 기업이 지정감사시 우려하는 감사가격은 사회적 합의와 정부통제로 결정하면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감정평가보수·공인중개보수·건강보험료·법무사보수 등은 법정화 되어 있고, 별 반발이 없다. 지정감사제와 감사가격표준법제화는 바늘 가는데 따라가는 실의 관계이다.

지정감사인이 분식회계사기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부실감사를 한 건이라도 하거나 게으른 감사인에게는 지정감사업무를 아예 주지 않으면 그 감사인은 당장 퇴출된다. 처벌·징계도 필요없다. 지정감사하면 악덕기업의 분식회계탐욕, 이에 따른 처벌·징계·벌금·과징금·민사소송·형사고소·집단소송 및 감사인선정에 따른 영업·마케팅·특수관계자선임·혈·지·학연·사회연고 등의 많은 갈등도 모두 없어질 것이다. 모든 회계사가 기업의 재무제표분석과 분식검증 및 충실감사에 2배의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정감사제와 감사가격법제화는 앞당길수록 공익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