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악 오르면 한라산 전경 한눈에…1100고지 습지 비단이끼 황금물결 '장관'

제주도 가을은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적어도 해발 1000고지 이상은 되어야 붉은 단풍을 볼 수 있기에 한라산 가까이 올라야 붉게 물든 가을과 만날 수 있다. 가을에 한라산 등산객이 많아지는 것도 그 까닭일 것이다.

중문과 제주시를 오고가는 740번 버스는 어리목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많은 등산객들로 이른 새벽부터 바빠진다.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40번 버스를 타고 어리목정류장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거나 차를 몰고 이곳 주차장에 주차한 후 어리목으로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물론 어리목 앞에 주차장이 있으나 한라산 산자락을 보며 300여 미터 정도는 걸어도 좋다.

강원도나 충청도의 화려한 단풍에는 비할 수 없지만 초록의 잎과 붉은 잎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시골처녀가 수줍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어리목 입구에서는 주차비를 내야 하지만 한라산 등반에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어리목에서 한라산을 올라 영실로 내려오는 길이 조금 덜 가파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등반하러 온다.

하지만 백록담은 볼 수 없고 윗세 오름에서 정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승생악에 대한 이름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한자표기로 만들어진 이름이기에 어스싕이 오름이라는 옛 이름의 어원은 찾기 어렵다.

높이 1169km의 정상에는 둘레 250m의 분화구가 자리하고 있으며 오름 정상과 중턱에는 일제 강점기 때에 파놓은 진지굴이 있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으로 주변 경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멀리 제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듯 한라산이 눈앞에 있다.

어승생악을 오르는 시간은 30분 정도면 충분하고 왕복으로 걷고 여유롭게 경치를 즐긴다고 해도 2시간이면 족하다.

봄에는 철쭉꽃이 붉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온통 푸르르며 가을에는 단풍에 물들고 겨울에는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하얀 눈에 쌓인 한라산을 볼 수 있다.

겨울철 어승생악은 눈 오는 날 더 많이 찾게 된다. 오르는 길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도 눈이 온 뒤는 오히려 가볍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미끄럽지 않고 걸을 때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폭신한 눈길을 걸을 수 있기에 훨씬 등산이 쉬워진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내려오는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심한 곳이 있어 다칠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어리목 매점에서 판매하는 아이젠 가격은 5,000원이다.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날이면 눈 보호를 위해 전용 보호안경을 써주는 것도 좋다.

휴일이면 어승생악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몰려 어리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어리목에서 한라산을 등반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이미 주차장은 꽉 차버리기 때문이다.

산곡대기에 오르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으로 주변 경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멀리 제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듯 한라산이 눈앞에 와 있다.

한라산 1950 미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름들의 모습도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오름에서 가까이 보는 한라산 정상은 여자의 치마폭을 펼쳐 무언가 감춘 듯 때로는 손바닥에 무엇을 감춰 쥔 모습인양 비밀스럽다.

어승생악을 내려와 1100고지를 향해 구불구불한 단풍길을 걸어가자.

차들이 지나는 길이지만 경사가 심해 과속을 하지 않고 또 단풍을 보느라 천천히 다니는 차들이 많아 충분히 걸어 갈 수 있다.

5km 정도를 걸어가면 1100고지 푯말과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식사와 차를 팔고 있기에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막걸리 한 잔을 해도 좋다.

휴게소 왼쪽 숲에는 사람들이 쉬어가라고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한여름에도 이곳은 시원한 바람도 낮은 기온으로 유지되기에 제주도민들의 피서지이기도 하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한 낮 더위를 피해 이곳으로 올라와 쉬었다가 가는 사람들도 많다.

휴게소 맞은편에는 제주도에 와서 꼭 봐야 할 곳 중하나인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1100고지에 습지라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또 산책길을 걷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에 또 놀라고, 노루가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또 놀라는 곳이다.

이곳 습지에 윤노리 나무의 붉은 열매는 가을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고 비단 이끼도 가을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늦은 오후 20분 정도 걷는 산책길을 돌고 나면 한라산 너머로 지는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날도 있다.

이 길에서 가장 높은 이곳 1100고지 휴게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서귀포 중문이나 제주시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 가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