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화려한 꽃이 피는 나무 사이에 있는 작은 나무는 꽃이 피어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리 예쁠 수가 없다.
제주의 작은 마을들이 그렇다. 예전의 화려한 명성은 사라지고 큰 아픔의 세월을 겪고 꿋꿋이 지켜낸 마을들이 곳곳에 있다.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 읍면에 속해 있어도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이야기가 남겨진 마을에는 지금도 향기가 난다.
◆…명월진성
한림 시가지에서 사거리를 지나 한림중학교 앞 언덕길을 향하면 옛 명월진성 터가 나오고 남아 있는 성벽과 복원한 누각이 보인다.
명월은 ᄇᆞᆯ은ᄃᆞᆯ이라는 제주어로 달이 밝고 물이 맑은 곳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한림읍 일대가 조선시대까지 명월진이었다.
성곽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등 뒤로 한라산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밭담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성곽터의 흔적이 보인다.
◆…흔적만 남아 있는 명월대
학교가 일찍부터 만들어졌던 곳 중 하나인 이곳 명월의 사람들은 학문을 중시해왔고 지금도 교육열이 높다고 한다. 지금의 한림 초등학교가 바로 그 효시이다.
명월진성을 건너 마을 길을 들어서 옹포천을 따라 오르면 선인들이 달밤에 냇가에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놀던 명월대가 나온다.
◆…길을 따라 아름드리 늘어선 팽나무
◆…백난아 기념비가 세워진 명월초등학교
또 '낭랑십팔세', '찔레꽃' 등의 노래를 부른 국민가수 백난아가 이곳 명월에서 태어났다. 백난아의 본명은 오금숙으로 '찔레꽃'은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민족 열사들을 위로하며 부른 노래라고 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백난아 가요제가 이곳 명월에서 열리기도 한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걸어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좁은 길에 벚꽃나무 가로수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이면 아름드리 피어나지는 않지만 연인들을 핑크빛으로 물들게 만들기에는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을 곧장 지나 한림고등학교 앞으로 걸어보자.
◆…옹포 앞 바다
한림과 협재 사이에 옹포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지금은 한림읍에 속한 곳으로 제주도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제주에서는 물이 귀하지만 이곳 옹포리는 예로부터 물이 맑고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옹포천으로 흘러내려와 바다와 만난다.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한라산 소주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옹포 포구
◆…옹포리 마을 집 앞의 작은 정원
삼별초군이 바로 이곳 옹포리로 들어와 명월성에 주둔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옹포리 포구는 한림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예전의 위엄을 간직하고 있다.
◆…옹포리 마을 안 용천수
물이 맑은 곳은 인심도 좋다고 하는 옛 말이 있듯이 이 마을은 옹기종기 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마을길을 걷다보면 집 앞 돌담 아래 핀 작은 꽃들이 이 마을의 인심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협재 마을에서 바라본 비양도
해안길을 따라 협재 방면으로 걷다보면 비양도가 바로 눈앞 가까이 헤엄쳐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협재 바다
협재는 이미 관광지로 소문이 난 곳이어서 사시사철 해안 길에 늘어선 허선생 차량들이 도로를 채우고 있다.
명성만큼이나 특색 있는 카페와 맛 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즐비하다. 여름철 보다 철지난 바다가 더욱 아름다운 협재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검은 바위, 백색의 모래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한림공원
허허벌판 황무지이었던 이곳에 처음 야자수를 들여와 심고 녹색공원으로 만들어낸 송봉규 회장의 40년 집념이 묻어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실내 공간과 자연을 살린 산책로는 중국의 장쩌민도 보고 격찬을 한 곳이다.
송봉규 회장은 한림공원에서 벌어진 수입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한해 일 억 원의 장학금을 도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또 이곳에는 처음 이곳 공원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한림공원에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도 아름답지만 사람이 더 아름다운 곳이다.
◆…금릉 해변
한림 공원을 지나 보이는 금릉 바다는 제주도민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소나무 숲과 얕은 바다 그리고 긴 해변, 크고 작은 원담이 있어 물놀이와 조개잡이 등 다양한 놀 거리가 있다.
◆…금글 포구
금능해변 끝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포구가 있다. 이곳에는 물회로 유명한 어촌식당이 있다. 저녁 5시가 넘으면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곳이니 서둘러 가야 자리물회나 한치물회등 제철 물회를 맛볼 수 있다.
작은 포구지만 주변 마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배를 타는 사람들은 여름이면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물회 한 그릇으로 더위를 이겨내곤 한다.
◆…금릉 석물원
해안도로로 조금만 더 가면 금릉 석물원이 있다.
이곳 역시 제주도에서 돌하르방을 40여 년 간 조각해 온 장공익명장의 예술 작품이 익살스럽게 반기는 곳이다.
울고 웃고 아이들 장난기 가득한 돌하르방의 모습에서 제주도의 돌 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석물원은 주차비만 받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바다가 마당인 협재 마을 집
구석구석 다 걸어보고 싶은 마을길을 마음 놓고 걸어도 좋을 곳이 바로 제주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동네 사람들은 그런 여행자를 낯설어 하지 않는다. 가끔 여행자들이 지나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를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물어 볼 때가 있다. 그러면 이렇게 답을 하자 '이 마을 너무 아름다워요. 제주도가 너무 좋아요.' 라고.
그러면 가끔 먹을 것도 주시고 쉬었다 가라고 자리도 내어 주신다. 제주도의 인심이다. 먼저 감사할 줄 알면 제주도 사람들은 아낌없이 정을 내어준다.
그런 정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정말 아름다운 여행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