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이 드디어 리우올림픽 금메달 4개를 모두 석권했다. 박인비도 여자골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한국회계투명성은 61개국 중 61등이다. 이들 종목은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균등히 주고, 오로지 개인적 성실성과 실력, 실적에 근거해 투명·공정한 통계로 국가대표를 선발했기 때문이라 한다. 손목부상이 있어도 편견없이 후보에서 빼지 않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규모도 글로벌 단위로 크고, 금융당국과 회계업계가 실질적 노력을 그렇게 많이 기울이는데도 왜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국제적으로 꼴찌기록을 경신하는가. 양궁선수와 달리 외부감사인의 투명공정한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된다.
초대형기업의 10만명과 100조원의 1년간 경영실적과 재무상태도 딱 한 장의 재무제표로 요약된다. 그런데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는 생명없는 숫자에 불과하고, 여기에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첨부되어야 살아있는 신뢰정보가 되어 공시된다. 즉, 외부감사는 무의미하고 생명없는 숫자배열에 대해 믿음과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화룡점정(畵龍點睛)격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외부감사만 강제규정하였을 뿐,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고 감사가격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불황이거나 경영실적이 나쁠수록 분식회계 유혹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기업에게 기업을 감시·조사·경고해야 할 파수꾼을 고르도록 방치한 것이다.
기업외부감사가 감사원급의 절대공공재인데도 사적거래로 보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거짓말로 죄를 감춰야 할 범죄혐의 사건의 피의자가, 경찰·검사·판사를 고르고 이들의 일당도 임의대로 지불하는 격이다.
피감기업의 재무정보도 딱 한 장으로 작성가능하지만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도 단 한 장이다. 양궁의 채점표인 과녁종이도 딱 한 장인 것과 같다. 외부감사인은 딱 한 장의 감사보고서로 수백억원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태가 맞는지를 수천명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공정하게 보고하여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공익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래서 외부감사인은 가장 엄격하고 공정하게 선임되어야 한다. 선임과정의 잡음과 사적관계를 없애려면 인공지능밖에 없다.
요즘에는 스포츠경기에도 심판판정이 모호하면 비디오판독이나 센서측정·컴퓨터채점 등으로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승패가 실제로 바뀌기도 한다. 심판의 판정오류는 바로 눈앞의 양팀에게만 불공정할 수 있다.
반면에 외부감사인의 감사오류는 불특정한 수만명의 투자자·채권자와 국민·국가 등에게 재난적 공익피해를 일으킨다. 따라서 특정기업의 외부감사인은, 양팀에 대한 국제심판보다 더 독립적으로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선임되어야 한다.
외부감사란 단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외부성'과 '감시' 개념인데, 이는 독립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피의자격인 피감기업이 회계법인을 고른다. 그러니 기업이 숨겨논 분식을 가장 잘 파헤치는 자를 고를리 없다.
한국현실에서는 아직도 혈·지·학연과 전직예우·전관예우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가 남이가' 등의 온정주의도 만연해 있다. 기업내의 내부감사와 감사위원회도 기업주가 선임하고 기업으로부터 급여도 받으니 기업경영진이나 대주주회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특별연고 등으로 외부감사인이 선임되니까 아무런 연고없이 독립되었어야 할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모뉴엘·포휴먼 등의 거액분식회계사기에 휩쓸린 것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이 자유계약이라고 벤치마킹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집정관을 감찰하는 감사관제도를 두어 상호견제, 균형, 고발시스템이 가동되던 나라다. 우리는 평양감사와 경기도관찰사 등의 명칭에서도 보듯이 감사와 관찰자가 조직의 장이다. 즉, 행정기능과 감사기능이 독립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문화속에 살아왔다.
현행 외감법의 감리·감독·징계·처벌과 민사손해배상규정은 상당히 잘 규정되어 더 이상 손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보장규정이 법정화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보면 기업의 자유선임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감사공영제는 기업들 생각에 반하는 것이어서 정부 당국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고주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면 외부감사공영제(강제배정·지정제)가 유일한 답이다. 감사보수가격은 매출액별·자산별 일정비율이나 구간별 일정금액으로 사회적 합의를 하고 법정화하면 쌍방갈등이 없다.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공영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과 회계법인의 사적연관성과 개인적 친분을 모두 배제하고 인공지능컴퓨터에 맡겨야 한다.
인공지능의 판단요소로 첫째 기업요인(규모, 해외비중, 자회자숫자, 업종, 종업원수 등)과, 둘째 회계법인요인(규모, 인원, 설립연수, 기존실적, 외국제휴브랜드여부, 소속회계사경력, 경험, 내부품질관리시스템 등) 및 셋째 계속 감사여부 요인 등을 공영배정을 위한 결정변수로 반영하면 된다.
그래도 실제로는 현행의 자유선임과 유사한 계약실적 현황대로 배정될 것이다. 총량은 대부분 규모대로 가지 딴데로 안간다. 그러나 자유선임이 아니고 공영배정이며 인공지능의 강제배정이니 투명하다. 또한 감사인이 매년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특별연고가 끼지 않는다면 누구나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에게 외감회사가 자동으로 매년 바뀐다 해도 실제로 별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안세회계법인
박윤종 대표
공인회계사
서울고,서울대 경영학과,서울대 경영학석사,국민대 회계정보학박사, 삼일회계법인, 안건회계법인 이사, 한국외대 국민대 경영학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