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자 이샛별 씨
'생 동차 합격'에 수석까지 거머 쥔 이샛별 씨
"운에 맡기지 말고 실력을 키워라"
2016년도 제51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의 자리에 오른 이샛별 씨(21)가 31일 인터뷰 자리에서 건낸 첫마디였다. 이 씨는 과목별 맞춤전략은 물론 끈기와 인내가 자신을 수석 합격에 이르게 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4학기를 수료하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인회계사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그 결과 올해 치러진 1차시험과 2차시험에 연이어 붙어 '생 동차'로 합격한 것도 모자라 수석의 영예까지 안았다.
처음 마주한 이샛별 씨는 수석 합격의 기쁨에 다소 상기돼 있었으나 이내 정돈된 모습을 갖추고 인터뷰에 응했다.
공인회계사시험에 응시한 계기는 무엇인지.
- 매 학기마다 'CPA데이'라고 해서 전현직 회계사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 설명회가 열린다. 그곳에서 공인회계사시험 준비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으로 설명회에 참석했다. 마침 설명회 당일 한 회계법인에서 파트너로 재직 중인 선배가 조언을 해주는데 그날따라 '공인회계사시험에 도전해 봐야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급회계 수업을 듣는데 엔론사태에 대해 처음 자세히 알게됐고 문득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올곧은 회계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인회계사시험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시험은 지난해 1월초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첫 수험생활의 시작은 어땠는지.
- 2학년 2학기까지 수료한 뒤 휴학을 하고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험응시에 부족한 학점은 학점은행제 수업으로 채워나갔다.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자주 이용했는데 하루종일 어두운 곳에 있다보니 종종 우울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때마침 많은 친구들이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는데 그에 비해 나는 '힘들고 초라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한마디로 수험생활의 첫출발은 녹록치 않았다.
이번 시험 합격자 평균점수는 60.9점으로 전년 대비 3.9점 올랐다. 이샛별 씨는 총점 449.9점(평균 81.8점)을 기록하며 수석합격의 자리에 올랐는데 수험전략은 어땠는지.
- 일단 혼자서 공부했고 스터디 그룹 활동은 전혀 안했다. 다만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강하게 먹었을 뿐이다. 원래 자기자신과 타협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정해진 시간 외에는 절대 쉬지않고 학습에 집중했다. 정 힘들면 책상 위에서 쉬었다. 수험전략이라고 하면 이같은 강한 끈기와 인내가 아닐까 싶다.
고득점 비결은 공부하면서 작은 것 하나 버리지 않았던 것이 주효한 듯 싶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특정과목이나 어려운 부분을 건너뛰거나 버리지 않았다. 끝까지 전부 다 끌고 갔다. 어렵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오히려 시간을 더 쏟았다. 그게 고득점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꼭 합격에 특화된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 과목별 수험방법은.
- 세법은 개정이 자주 이뤄진다고 해서 다들 두려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개정이 획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사소한 부분이 조금씩 바뀔 뿐이다. 이러한 생각을 자주 하다보니 개정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세법이 특히 휘발성이 강하다고 해서 어려워 하는데 이를 극복해 내고자 매일매일 세법 기본강의를 빠짐없이 조금이라도 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1차시험 직전까지 하루도 세법을 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2차시험 준비할 때는 실수하던 파트를 계속 빼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종이에다가 큼지막하게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적어놓고 자주 들여다 봤다. 그리고 시험장 들어가기 직전에 종이를 보고 "이것만큼은 조심하자"라고 되뇌었다.
아울러 재무관리는 문제에 이론을 녹여내는 게 어렵게 느껴져 아예 문제유형을 외웠다.
또 회계감사는 회계사에 대한 직업 흥미도는 물론 회계사로서의 포부를 높여준 과목이라 애착이 간다. 회계사로서의 품격과 감사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져야 하는 덕목에 대한 밑바탕을 그려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소 수월하게 공부했던 듯 싶다.
회계감사는 2차시험 준비기간에 처음 접하게 되는 과목인데 수식이 아닌 말로만 이론이 설명돼 있어 다소 부담은 됐다. 부담을 줄이려고 2차시험 준비에 돌입하자마자 회계감사에 하루 반 이상을 처음 한달동안 투자했다. 초반에 확실하게 외워둔 뒤부터는 시험 전까지 두시간씩 꾸준히 매일 봤던 것 같다.
이외 원가회계는 기준서가 마땅히 없는 과목이라 시험장에서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명한 수험서에 있는 대표적 유형들을 최대한 많이 외웠다.
마지막으로 재무회계는 수험생활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초를 다져온 과목이어서 남들보다 문제 푸는 속도가 빨랐다. 기초가 탄탄했기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1차와 2차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재무회계는 기초를 확실히 다져서 문제 푸는 속도를 높이는 게 관건인 듯 싶다. 적어도 몰라서 찍는 문제의 수를 줄일 수 있진 않겠나.
위의 과목들 중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무엇인지. 또 그 과목의 극복법은.
- 재무관리가 가장 어려웠다. 1차시험 준비기간 동안에 객관식 강의 들으면서 실력을 키웠다. 재무관리 객관식 강의를 안듣는 사람도 많은데 듣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2차시험 준비기간 동안에는 연습서에 나와있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 재무관리 만큼은 강사가 찍어준 필수문제만 집중해서 봤다.
겹치는 문제들은 삭제해가며 보는 범위를 좁혔고 동시에 회독수를 올리며 재무관리 과목의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수험기간 내내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냈으며 또한 스트레스는 어떠한 방법으로 풀었는지.
-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오전 9시까지 학교 도서관에 도착해 밤 11시까지 오롯이 공부에만 전념했다. 잠은 하루에 6시간씩 잤으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똑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공부가 잘 안될 때는 학교 도서관과 독서실을 번갈아 이용하며 환경에 변화를 주는데 힘썼다.
다만 일요일 저녁 이후에는 독서나 TV 시청으로 1주일 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무엇보다 만화책 혹은 개그프로그램을 보며 많이 웃었다.
슬럼프 극복방법은.
- 힘들 때마다 슬럼프가 올 때마다 종이에 '나는 할 수 있다'를 반복해서 썼다. 그리고 슬럼프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아버지의 믿음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나는 믿는다.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주시며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셨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없을 때에도 아버지의 믿음과 응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또 엄마를 주제로 일기나 글을 작성해 놓고 그것을 보면서 공부했다. 엄마를 떠올리거나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힘이 샘솟는 듯 했다.
부실감사 문제로 회계업계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회계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도 들려오는데.
- 아직 잘 모르지만 부실감사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회계사들이 직업윤리와 직업의식을 확고히 다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2017년도 시험부터 직업윤리가 필수 응시과목에 포함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 일단 복학해 남은 학기를 끝마칠 생각이다. 수험기간 내내 꿈꿨던 외국 교환학생도 다녀올 계획이다. 그리고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정해 나만의 무기 만들기에도 전념할 것이다.
또 졸업 후 법인에 들어가게 되면 감사파트에서 일을 제일 먼저 배우고자 한다. 감사업무야말로 회계사 본연의 일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 중인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고시생활을 하다보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조그마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어제도 해냈으니 오늘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누구나 붙을 수 있는 시험이라는 생각을 갖고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으면 분명 좋은 결과가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