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는 고속도로 같은 절대 공공재

한국경제는 경부고속도로를 깔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고속도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막힘없이 신속히 소통되자 생산원가가 낮아지며 거래와 매출은 많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경제가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고속도로 포장율도 높다. 한국은 ICT정보통신강국이고, 각종 기업정보도 쉽게 소통되는 IT선진국이긴 하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를 달리는 개별기업의 회계정보 자체는 아직 신뢰성이 높지 않기에 한국은 금융후진국이고 회계투명성은 더욱 바닥권이다.

모두들 남의 회사 재무제표는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싶어하지만 자기회사 고유재무정보는 나쁠수록 감추고 싶어한다. 선진국에서도 객관적 회계기준보다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여 파국에 이른 엔론사태 등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각국은 경제와 사회환경에 따라 외부감사제도를 어느 정도 법제화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비교적 잘 분리된 미국의 경우도 증권거래법 등으로 외부감사를 폭넓게 강제한다.  많은 서구선진국도 기업의 외부감사의무를 상법·회사법·기업법(Company Act) 등의 일반법으로 강제하여 외부감사를 일상적인 당연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각 기업이 자신의 경영상태를 발가벗겨 벌 건 대낮에 투명하게 내놓기를 달가워 하는 경우는 적다. 이같이 투명공개는 누구나 꺼리는 일이지만 공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투자자를 위한 정보공개를 위해 강제법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부감사에 대해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라는 특별법으로 규정하며, 아직은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되는 주식회사 약 2만여개만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 백만여개의 영리·비영리기업·외국회사·유한회사 등은 투명회계정보의 사각지대에 숨어있다.

이밖에 종교단체·학교·공익시설·자선단체 등 수많은 사람들의 돈과 물질이 드나드는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도 아직은 회계정보가 외부에 투명공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회계부정·공금유용·횡령 등의 잡음이 끊일 날이 없다.

견물생심(見物生心)과 고인물이 썩는다는 속설은 모든 조직에 해당될 수 있다. 비영리조직이라도 사회에서 좀 더 뿌리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들고 나는 돈에 대해 주변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 외부회계감사는 절대필수다.

외부감사는 모든 영리·비영리조직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신뢰고속도로를 까는 격이다. 고속도로상에서 모든 조직은 상호 연결되어 있고 돈과 정보가 막힘없이 자유롭게 흘러 거래가 더욱 활성화된다. 그러나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면 각 조직은 자기 앞마당에만 회계도로를 깔고, 다른 조직과의 연결성은 끊기는 격이므로 신뢰와 소통이 모두 단절된다.

단절된 도로, 자갈밭의 돌길에서 돈과 정보와 신뢰는 흐를 수 없어 결국 모든 기업조직은 고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외부회계감사는 재무정보의 소통력을 높여 인간 사이 신뢰와 기업간의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성장촉진 공공재인 것이다. 즉 외부회계감사는 기업거래를 축소시키거나 억제시키는 규제수단이 아니고 오히려 확대시키는 자율질서인 것이다.

따라서 절대공공재이며 불특정다수의 공익피해를 예방하는 회계감사는 선임방법, 관련가격 등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투명회계와 외부감사는 누구나 꺼린다. 회계정보와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기업과 회계법인이 아니고 공익과 국민과 국가이기 때문에 공공재인 외부감사는 강제지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외부감사 자유선임제도는 영업만능주의이다. 갑 역할을 하는 기업의 임의선임권한과 을의 위치에 놓인 회계법인의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관계에 따라 회계감사인이 결정되는 갑·을적 먹이사슬 구조에 놓였다. 이로 인해 을은 갑으로부터 독립성이 상실되고 소신있는 감사의견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현장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가 대기업의 분식회계내용에 어느 정도 문제점을 느꼈더라도 손실을 속이고 이익을 내려는 기업의 분식회계사기를 거스를 수 없었고 반대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 사기절벽사건인 것이다.

고속도로 같은 절대공공재를 최저가 공개경쟁입찰같은 완전사익재 시장방식으로 거래시키니 문제다. 영업하고 계속 유지하느라 숨겨진 손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기업의 분식회계 은닉사기행위에 휘말려 들어간 것이다. 그 이후 남는 것은 수십만명의 천문학적인 손실이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을 축내게 된다. 

회계감사는 고속도로와 같은 절대 공공재이다. 햇빛을 사유할 수 없듯이 투명회계도 사유할 수 없고 외부에 완전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회계투명성의 유일한 수단인 외부회계감사는 절대로 사적거래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꺼리는 외부회계감사를 사적거래로 방치하면 결국 독립성이 상실된다. 독립성이 없어서 분식회계손실금액을 제때에 밝혀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더 큰 규모의 공익피해가 계속 연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