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석 조세심판원장(사진 왼쪽)이 최근 조세심판원장 집무실에서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억울한 세금을 부과 받은 납세자들 대부분은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린다.
국세청 등 과세당국의 잘못된 과세를 바로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서다. 최근 납세자 권리구제의 '활동지표'로 여겨지는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구제받는 납세자의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그동안 눈총을 받아왔던 조세불복처리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납세자들로서는 사건처리 기간이 줄어든 만큼 직간접적인 납세협력비용의 부담도 덜어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정처리기한(90일 이내)을 지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청구세액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연(年) 단위를 넘겨 처리되는 경우도 종종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심화석 조세심판원장은 지난 2월 조세심판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조세불복 청구사건을 처리하는 시간을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진정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법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납세자가 조세불복 단계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를 조력자로 붙여 주면서 납세자 권리 보호에 심판원의 온 신경세포를 집중시키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조세정의·공평과세 실현과 납세자 권리구제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심화석 조세심판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그가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심판원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및 사진 : 강상엽, 김용진 기자
Q. 조세심판원장으로 취임하신지 5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납세자 권리구제의 선봉장으로서 소회는 어떠셨는지.
☞ 저는 지난 2월1일 조세심판원을 보다 신뢰받는 납세자권리구제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세심판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이후 '2015 조세심판통계연보' 발간을 비롯해 국선심판청구대리인 확대 실시, 지역순회심판 활성화 등 조세심판제도의 발전과 사건처리기간 단축 등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끼며, 원장으로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화석 조세심판원장은 조세불복 청구사건 처리와 관련해 "조세심판원이 진정한 납세자권리구제기관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건처리일수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Q. 조세불복 청구사건을 처리하는 기간이 눈에 띄게 단축되고 있습니다. 업무는 가중되는 상황에서 인력난까지 겪고 있는데, 심판행정 업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일각에서는 여전히 법정처리기한(90일)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 조세심판원은 올해 들어 결정문·회의록 간소화, 소액심판부 운영 등 사건처리의 효율화 등을 통해 신속한 사건처리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6월말 기준으로 평균처리일수가 전년 동기 202일에서 175일로 줄었고, 처리비율은 전년 동기 58.2%에서 62.1%로 늘었습니다.
특히 소액사건의 경우 90일내 사건처리비율이 전년 46.8%에서 59.9%로 크게 개선되면서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처리일수가 법정처리기간인 90일에 못 미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조세심판원이 진정한 납세자권리구제기관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건처리일수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Q. 조세불복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심판원 직원 1인당 맡은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의 설립취지가 납세자 권익보호라는 측면에서 심판원 내 인력충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조세심판원의 조직 및 인력 현황 등을 감안할 때 심판원 자체의 노력만으로 사건처리기간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건처리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세심판원의 인력증원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다행히 2014년 관련부처와의 협의로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소지한 전문임기제 사무관 7명을 선발하여 배치했으나, 이들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사건처리 담당인력의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신속한 납세자권리구제를 위해 조직운영의 효율화, 직원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세심판원의 인력증원 등을 병행 추진할 계획입니다.
Q. 납세자 권리구제의 '활동지표'나 다름없는 불복청구 인용률(납세자 승소율)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 조세심판원은 개별 심판청구사건별로 심리·결정하고 있으며, 인용률과 관련해 별도로 목표를 정하거나 인위적으로 인용여부를 조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인용률을 살펴보면, 연도별로 인용률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납세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사건조사 및 심리를 통해 납세자권리구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Q. 세무대리인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인용률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무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법 지식도 부족해 심판청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납세자 편의를 위한 심판서비스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 조세심판청구는 세법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납세자가 과세관청을 상대로 과세처분 등의 적법성 여부를 다투는 조세불복절차입니다. 이 때문에 비전문가인 청구인이 증빙자료 수집, 관련 법규·판례 등의 검색 및 분석, 관련 서류의 작성 등에서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4월부터 세법지식의 부족, 전문가의 조력부재 등으로 권리구제에 어려움을 겪는 소액·영세납세자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의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국선심판청구대리인 제도를 시범 운영한 바 있습니다.
이어 올해 4월부터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기존 국선심판청구대리인 9명 이외에 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서 활동하는 조세전문가 4명을 추가로 위촉하여 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