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주식 의결권 제한으로 잃는 것

공익법인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 여러 공청회가 이루어지고 있고 학계에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주식기부로 설립된 장학재단에는 140억, 기부자에게는 연대납세의무자로서 225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된 황필상 박사 사건, 금리 인하로 운용수익이 대폭 감소하여 현재의 틀로서는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외부환경의 변화, 일부 대기업 출연 공익재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산운용 의혹 등이 그 배경이 되었다.

특히 주식의 출연과 관련하여 출연 및 보유한도의 확대, 대기업 출연 공익법인에서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제한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19대에 이어 이번 국회에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자는 의원입법이 발의되었다.

모두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익성 확보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기는 하다. 현행 상증세법상의 출연주식 비율(일반 5%, 성실공익법인 10%)을 20% 정도로 확대하되 의무지출(payroll)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방안, 의결권제한을 조건으로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고 위반시에 세액을 추징하고 과징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 의결권제한 공시방안, 계열사 주식거래를 방지하는 방안, 주식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공익법인 설립의 전제가 되는 기부는 자발적으로 자기의 재산을 출연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소유 본능에 비추어 흔한 일이 아니다.

설사 거기에 다른 의도된 동기가 있다하여 나쁜 기부로, 그렇지 않으면 선한 기부로 나눌 이유는 없다. 미국은 가장 자본주의적 국가이고 빈부의 차이가 극심하지만 그 틀을 유지하는 것은 부호들의 기업정신과 기부문화이다. 미국에서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재산의 태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의 전통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한양행의 주식 등 전 재산을 출연하여 유한재단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 이후에는 본보기 사례가 드물다. 우리 사회가 겪는 양극화의 문제, 사회통합의 문제에 있어 세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과 나눔의 정신은 기부 나아가 공익법인의 활성화와 신뢰에서 찾아야 한다.

공익법인의 남용과 불투명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 긍정적 역할을 살려가야 한다. 문제는 특히 대기업이 출연한 공익재단의 일탈행위이다. 모범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해왔다면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 일이다.

소수의 일탈행위로 공익법인 제도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주식의 출연제한비율은 과도하고 의결권행사의 제한은 입법례가 없다. 주식출연에 세제 혜택을 주었다면 이를 박탈하면 되고, 그 과정에 위법행위가 있다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된다.

아예 행위 자체를 제한한다면 또다시 황필상 박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주식을 출연하려는 기업이나 개인은 이러한 제한 하에서 얼마나 기부동기가 생길까? 결국 출연을 포기하게 된다면 공익법인의 역할과 활동은 위축될 것이다.

기업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와 유지는 모든 기업이 갖고 있는 목표이다. 그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수단이 편법이거나 위법이 있다면 관련 법령에 의하여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

출연주식의 출연제한과 의결권제한이 공익법인을 육성하고 기부를 활성화해야 할 대전제보다 우월한 가치인가? 주식의결권 제한의 논의가 규제는 과감히 풀고 부작용과 편법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2, 제3의 유일한 박사가 나오는 것을 막는 결과가 되어서는 기부문화의 미래가 없다. 소탐대실의 근시안적 접근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