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인가 비리 척결인가" =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자는 취지의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반대하는 측은 처벌과 기준금액이 지나친 측면이 있어 개인의 사생활을 옥죌 가능성이 있고, 소상공인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공직자의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크고 작은 비리를 막기 위해 고안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고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투명한 공직사회, 보다 발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 시행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문가들과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법의 실효성과 위헌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어 언제 어떤 형태로 기류가 바뀔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 중 하나라고 불리는 국세청의 직원들은 김영란법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일선세무서 공무원 1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세무공무원 절반 가량이 김영란법 및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대해 '과잉입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영란법' 주요 내용은?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 공기업 직원, 교사, 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금품 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시행령안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을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중 한 장면. 주인공인 세관 공무원 출신 사업가 최익현이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 고위직에게 뇌물(금두꺼비)를 건네고 있다.
또한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고,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22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청회 등을 열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이 최종 확정되면 9월28일 법안과 함께 시행될 전망이다.
□ 세무공무원 124명 '개인 인권침해 vs 공직자부터 솔선수범'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서울청 산하 124명의 세무공무원들 중 절반인 62명은 '김영란법 및 입법예고된 시행령, 과잉입법이라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과잉입법이다)'고 응답했다.
과잉입법이라고 응답한 한 세무공무원은 "김영란법 및 시행령은 개인의 인권 및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며 "이 법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교직원 등 '범법자'를 양산하는 법이다. 공무원에게도 인권이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공무원은 "규정하는 금액에 비해 처벌의 정도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된다"며 "단순히 금액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사기가 저하되고 대인관계가 위축된다" "농어민,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클 것" "물가상승률의 반영이 어렵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응답한 62명은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야한다고 응답했다.
한 세무공무원은 "처벌기준 액수와 식대기준 등은 부패방지와 부정청탁금지 등 입법목적에 부합하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다른 세무공무원은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관계인, 민원인들과의 대면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결국 부패방지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 밖에도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액수 기준을 좀 더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