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여소야대' 민심에도 야당과 '전면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중인 27일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상시청문회법'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면서 정부와 야당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박 대통령 대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통제 위한 것"이라면서 재의요구를 했다.

상시청문회법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국정 현안에 대한 청문회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정부는 이를 '삼권분립 위배'로 판단한 것이다.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이를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 부재 중, 19대 마지막 날 임시국무회의서 거부권 '꼼수-졸렬' = 지난 4.13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이번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협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황 총리가 대신 재의요구를 하면서 박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협력'하기보다 지금까지처럼 여당을 압박해 '갈등'을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매주 화요일 정규 국무회의가 아닌 이날 긴급하게 임시 국무회의를 연 것을 두고 '꼼수', '졸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이 19대 국회 마지막 날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재의결할 물리적 시간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 52조에 따라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넘어온 시점을 기준으로 15일 이내 법안을 공포하거나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초 박 대통령이 법률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이 내달 7일로 예상되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국빈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달 5일 이후 열리는 국무회의가 7일이었기 때문에 이처럼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내달 7일은 이미 20대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어서 거부권을 행사해도 19대 때 통과 된 법안을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재의결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돌아와서 거부권을 행사해도 20대 국회에서 재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소야대'상황에 몰린 정부가 시기적으로 급박해 대통령이 부재중임에도 임시 국무회의까지 소집해 19대 국회 마지막 날 처리한 것이다.

회기불계속원칙(어느 회기 중 완결되지 아니한 의안, 동의는 그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소멸함)에 따라 거부권이 행사된 상시 청문회법은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수 없다고 판단, 19대 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 대통령, 총선 여소야대 '민심'에도 협치 보다 '갈등' 선택 = 야권 관계자는 "정부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했지만 도리어 정부가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를 대하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대응이 매우 졸렬하고 유치하다"고 일갈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하고 국무총리가 대신 국무회의를 주재하는데 그것도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기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태도에 대해 국민은 '역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바뀐 게 없구나', '총선에서 심판 받고도 정신 못 차렸구나'라고 지탄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역시 국회법 개정안으로 지난해 6월25일 행사했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권한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 역시 '삼권분립 위배', '위헌'을 제기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맹비난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두 번의 거부권 행사가 입법부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국회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수직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돌아섰지만 국회를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은 여전히 행정부를 받쳐주는 하위관계로 보는 것이다. 

□ 대통령, 국회에 대한 낮은 인식…정의장 "의회 민주주의, 심각한 도전" =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68주년 국회개원 기념식에 참석해 "오전에 이에 대한 거부권이 의결됐단 것을 들으면서 저는 아주 비통하다. 아주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지난 총선의 민의가 3당체제를 통한 '협치'아니냐"며 "19대 국회 마지막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앞으로도 야당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이날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청와대 회동 이후 보였던 협치의 가능성이 계속 찢겨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 野 3당, 공동대응 20대 재의결 VS 與 회기불계속원칙 강조 = '협치'를 기대했던 야3당은 상시 청문회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기로 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회기불계속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 원칙을 내세워 "20대 국회서 19대 의결법안 재의결은 법리에 맞지 않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사상 초유의 일이기에 이에 대한 법문 해석에 있어서 이견은 존재할 수 있다"며 "19대 국회 회기 내에 거부권이 행사 되어 사실상 이 법안은 19대 국회 내에 재의결 하지 않을 경우 폐기로 해석하는 쪽과 법안의 연속성 문제에서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하지 못했기에 재의결 할 수 있다고 보는 쪽 두 해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9대 국회 마지막날인)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됐기에 본회의를 소집할 수가 없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20대 국회가 시작 된다"며 "법안을 19대 국회에서 처리 못한 귀책사유가 있는 게 아니기에 3당 원내대표는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재의결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