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에 두 번째 화살 쏘는 대한체육회

“마속은 말이 앞서는 사람이니 중용하지 말라.” 제갈공명에게 남긴 유비의 유언이다. 그럼에도 공명은 마속의 재능을 아껴 측근으로 중용했다. 유비 사후 공명은 위나라정벌(1차 북벌)에 나선다. 선봉장으로 나선 조자룡이 위의 대장군 하후무를 생포함과 아울러 위장 5명을 죽이는 등 1차 북벌 초반부에는 대승을 거두었다. 

1차 북벌시 공명은 마속에게 보급로의 요충 가정의 수비를 맡기면서 산 밑에 진을 치라고 명한다. 그러나 마속은 산 위에 진을 치는 것이 지형상 유리하다며 공명의 명을 어긴다. 부장 왕평이 공명의 명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산 밑에 진을 치자고 진언하나, 자기 능력만을 믿은 마속은 끝내 왕평의 말을 듣지 않았다.

문제는 물. 마속이 진을 친 산꼭대기에는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을 알고 공명이 산 밑에 진을 치라고 명했던 것. 물이 있는 산 밑은 위군이 이미 장악했다. 물이 없어 며칠을 굶은 촉군이 위군에 대패하면서 보급로가 끊겼다. 공명은 어쩔 수 없이 1차 북벌을 중도 포기한다.

공명은 그토록 아꼈던 마속을 울면서 참한다(泣斬馬謖). 공명도 선제의 유훈을 어긴 죄와 1차 북벌 실패의 죄를 물어 스스로 3계급 강등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령이 서질 않아 다음 북벌은 물론 법치를 도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태환. 그는 혜성처럼 나타나 수영불모지 대한민국에 2008북경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안겨줬다. 2012런던올림픽에서는 위 두 종목 모두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400m자유형에서도 두 차례 우승했다. 국민적 영웅이 됨은 당연했다.

그랬던 그가 2014년 금지약물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지탄의 대상으로 급전직하했다.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국가대표 포함, 모든 선수자격의 18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도 받았다. 그 때 그의 나이 25세. 스포츠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였음을 감안하면 선수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아니었다. 징계가 끝난 후 그는 최근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자유형 4개 종목에서 우승했다. 주종목 400m에서는 올 시즌 세계랭킹 4위 기록까지 올렸다. 일반인 대부분은 그가 리오데자네이로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한체육회 규정이 국제스포츠연맹으로부터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종료 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
2중 처벌 논란이 벌어짐은 당연하다.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국가대표자격을 정지당했는데 또다시 대표선수에서 제외시킴은 이중처벌이라는 것.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국제수영연맹 징계가 끝났으니 국가대표로 선발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래도 대한체육회는 '규정은 규정'이란 입장을 고수한다.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으면 규정대로 처벌하여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명이 마속과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을 때와 같은 단호함과 결연함이 번득인다.

규정을 어겼다는 점에서는 마속과 박태환의 경우는 같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다. 마속이 규정을 어긴 것의 결과는 1차는 물론 후속북벌에 악영향을 미쳐 국가의 운명을 갈랐다. 박태환의 경우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개인적 명예는 실추됐으나, 국가명예가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니다. 거기에다 그는 이미 18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 터에 '읍참태환'을 논함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제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국제도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수영연맹이 18개월 징계를 내렸다면, 그 정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된다. 거기에 더해 3년간, 박태환이 30세될 때까지 국가대표로 못 뛰게 또 한번 사형선고를 내림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앞두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함에 다름 아니다.
'규정은 규정이다.' 맞는 말이다. '필요할 때 고치라고 있는 것이 규정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이 둘 모두를 아우르기 위하여는 대한체육회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지 않는 현행 규정을 고치면 된다. 그러면 규정에 따라 박태환을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이 지상에 실리기 전에 대한체육회 규정이 고쳐져 칼럼이 뒷북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