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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골프 치라는데…" 국세청의 '골프딜레마'

  • 보도 : 2016.04.28 16:50
  • 수정 : 2016.04.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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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국세청은 여전히 눈치 보기 바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골프는)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사실상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골프금지령 등 기피현상을 완화하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나 다름없다는 것이 관가 관계자들의 평가다.

박 대통령이 골프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이후 줄곧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의 발언을 했던 박 대통령이 태도의 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각료들에게 골프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언급했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예정되어 있던 '프레지던트컵' 명예의장을 맡는 등 이런 저런 상황이 겹치면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당시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골프금지령의 전면적인 해제로 받아들이는 모습과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다 흐지부지된 바 있다.

당시 삼엄한(?) 골프금지령 속에 있던 국세청 직원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속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이 말은 했지만 확실한 국세청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풀릴 것 같던 골프금지령은 시간이 흘러 1년을 훌쩍 넘겼다.

국세청 "최근엔 골프 금지한 적 없다"…사전신고도 폐지

국세청은 그동안 국가적 사태가 터졌을 때는 물론, 명절이나 인사시기에도 골프금지령을 종종 내렸다.

지난 2013년에는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에게 골프라운드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업무가이드 라인을 시달한 적도 있었다.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면 감사관실에 동반자와 일정 등을 상세히 신고한 후 허락을 받아 라운드를 나가는 '골프사전신고제'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조직원들 사이에서 이는 '운동장(골프장) 갈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는 해석이 팽배했다.

실제 퇴직을 앞두고 있던 한 세무서장이 관내 유관기관장들과 라운드를 나가겠다고 신고했다가 명분에서 밀려 거부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이후부터는 신고를 하고 골프를 치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후문.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국세청은 유명무실한 사전신고제는 폐지한 상태다.

신고제는 폐지했을 지언정 골프에 대한 감시의 끈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부정부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골프에 대해 아무런 감시도 하지 않고 손을 뗀다는 것은 국세청 입장에서도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부득이하게 골프를 쳐야 하는 기관장 등의 경우 간단한 언질이라도 남기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골프 사전신고제는 현재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최근엔 골프금지와 관련된 내용의 지침을 하달한 적도 없다. 타 부처의 분위기를 우선 살펴야겠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국세청도 현재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기 돈 내고 치면 누가 뭐라 그래"

국세청 직원들은 여전히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사전신고제가 없어졌다지만, 골프에 대한 감시는 계속될 것이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태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개청 50주년을 맞아 올해를 청렴세정의 원년으로 삼은 국세청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최근 사정활동을 강화하면서 내부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한 국세청 직원은 "타부처 공무원은 몰라도 국세청은 골프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골프장에 간다는 자체만으로 감찰의 의심을 받을까 부담이 된다. 의심을 사느니, 아예 근처도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정책이 왔다 갔다 하니까 금지령이 풀렸는지 안 풀렸는지 매번 확인할 수도 없고 차라리 다른 취미를 갖는 것이 편하다"며 "하지만 골프도 이제 생활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 금지에 대한 문제는 결국 '자기 돈을 내고 치느냐, 마느냐'로 귀결된다.

국세청이 골프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업체 관계자나 세무대리인 등과 라운드를 나가는 이른바 '접대골프'가 만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비를 들여 즐기는 골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세청도 자기 돈 내고 치는 것을 갖고 문제 삼을 여지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골프는 국세청에 민감한 문제다.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해서 마음껏 치라고 권장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문제가 전혀 없는 골프라면 조직에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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