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안 회장 "기업이 돈 쓰게 세무정책 펴야 경제 살아나"

돈이 돌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고 생산이 늘어나면 투자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을 쓰고 싶어도 이런 이유 저런 까닭으로 쓰지 못해 돈이 안 도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경안 회장은 "샘을 팔때 먼저 어디에 관을 묻어야 물이 나올지 살펴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곳에 관을 꼽아서야 어디 물이 나오겠느냐"며 "정부가 기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는데 무턱대고 투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문 회장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돈을 쓰도록 해 돈이 돌게 만드는데는 세무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기업의 '접대비 한도'를 예로 들었다. 접대비 한도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소비가 위축돼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전초가 바로 접대비 한도를 줄인 것"이라며 "이후 일본은 경제가 서서히 사그라지며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세무정책 수립 시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그에 따라 기업과 민간이 세금을 더 많이 내면 국가에서 걱정할 일이 뭐 있겠느냐"며 "기업이 돈을 쓰지 못하게 묶어 놓고 세금 내라고 쥐어짜 봐야 내수활성화가 더뎌 그로 인한 세수가 줄어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기업으로 하여금 돈을 마구 쓰라는 것은 아니다. 국가 차원의 투명성도 좋고 부정을 방지하는 것도 좋겠지만, 돈이 돌아갈 수 있게끔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것도 당연하지만, 종업원들을 위해, 기업이 터 잡고 있는 지역 사회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돈을 풀면 종업원 사기도 올라 열심히 일하게 돼 경제가 잘 돌아가고 그 과실은 결국 기업으로 가고 국가로 가게 마련이라는 논리다.

그는 세무당국이 기업의 카드 사용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세무당국이 카드 사용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 당연히 기업에서는 카드 사용을 자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카드를 안 쓴다고 해서 비용지출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죠." 써야할 돈은 다 쓴다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카드를 못 쓰니 현금을 많이 쓰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무자료 거래가 늘어나고 그만큼의 세금이 덜 걷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거지에서 일정한 거리 이내의 카드 사용 여부를 조사했더니 대다수가 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현금을 쓰더라"며 "카드를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해야 세수가 확보되는 마당에 세무조사를 하고보니 카드 사용액이 줄고 그 만큼 세원이 줄어든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기업이 돈을 풀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품권이나 쿠폰을 복리후생비로 나눠주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했다. 

"회사가 급여나 현금 형태로 나눠 주면 주머니에 잠겨서 나오지 않고 온라인 직불 복지카드도 단위가 큰 매장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제약이 따르지요. 그 대신 기업이 이익금 일부를 관광상품권 등 소비 상품권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먼저 동네 상권이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세금도 나오게 됩니다."

그는 직원들의 식비를 배로 늘리고 회식비를 올리고 회의비를 늘려주고 다만 지역에서 쓰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상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그때부터 도시락 싸오는 직원이 갑작스럽게 늘어납니다. 현금은 집안 장롱으로 사장되고 남는 돈은 예상에 없던 자녀 교육비, 과외비로 들어가게 되지요. 기업이 현금을 뿌리면 지역경제가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는 "기업이 돈을 써야 경제가 산다"고 거듭 강조하며 "한 해 이익이 이십억 원쯤 나는 기업이라면 이 중 10% 정도를 활용해 직원들의 식사비를 배로 올려주고 회식비를 늘려주고 접대비 한도를 증액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용처를 지역 내로 한정해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지역 경제를 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회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한해 대략 20조원의 이익을 내는데도 이익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면 일부 세금 내고 나머지는 배당금으로 외국인이 가져가 버리게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익금의 일부만이라도 지역경제활성화에 쓴다면 직원들 사기 제고는 물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덩달아 국고도 불어나게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수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기업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그는 한국전력 본사를 인수한 현대그룹을 예로 들었다. 한전이 지방으로 이사 간 후 본사 건물 주위 식당들이 들고 일어났다. 

현대가 입주한 후 장사가 안돼 다들 식당 문을 닫게 생겼다며 연일 데모를 하고 난리법석이었다. 이때 정몽구 회장이 나섰다. 계열사들을 모두 이전해 오도록 하는 한편 구내식당을 없애고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도록 했다. 일대 상권이 다시 살아났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 회장은 "기업주 입장에서는 접대비를 많이 쓰고 직원들이 돈을 더 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렇게 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가 살고 결국에는 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