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기업·학계는 '보통' 회계사는 '부정적'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회계투명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2일부터 30일까지 기업 경영진과 공인회계사, 회계학과 교수 등을 대상으로 회계감독 분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수준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3.91점보다 개선된 4.22점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기업과 학계는 각각 4.93점과 4.29점을 줘 보통보다 높게 평가했다. 반면 회계사는 3.43점으로 보통(4점) 이하로 평가해 시각차를 나타냈다.

외부감사기능의 적정성 및 전문성도 지난해보다 나은 점수를 받았다. 외부감사기능의 적정성은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0.39점과 0.33점이 향상된 4.63점과 3.66점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문에서는 회계사와 학계는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기업은 다소 낮게 평가했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각각 0.11점과 0.13점 상승한 5.24점과 4.25점을 기록했다.

감사시간과 감사보수에 대해 회계사들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특히 학계는 더 악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회계사들은 감사시간에 대한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0.70점 높은 3.12점을 줬지만 여전히 보통점수보다 낮았다. 감사보수에 대한 평가 역시 회계사들은 0.23점 개선된 1.76점을 기록했지만 보통에는 한참 뒤쳐져 있다.

학계는 감사시간과 감사보수에 있어서 지난해보다 각각 0.42점과 0.61점이 낮은 2.76점과 2.31점으로 평가했다. 

박희춘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평가 결과의 상승에는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책임 강화 등 제도 시행으로 감사환경이 개선돼 감사인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감사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회계감독 및 제재의 실효성 측면은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4.60점을 받았다.

박희춘 전문심의위원은 "올해 동양그룹과 대우건설 등 대기업의 회계분식에 대해 제재를 강도높게 부과하는 등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를 엄단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감사인 지정대상 확대 역시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및 감사품질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감사인 지정 시 감사인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충분한 감사보수를 받을 수 있는데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유수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이 시행 중에 있는 회계이슈 가운데 테마감리에 대해 기업보다는 회계사와 학계의 기대효과 더 컸으며, 피조사자 배려 방안 시행은 기업과 회계사 학계 모두 신뢰성 제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외부감사 실시내용 기재사항 구체화 부문은 기업과 학계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회계사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에 대한 과징금 한도 상향 조정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학계는 공감했지만 기업과 회계사는 보통으로 평가했다.

박희춘 전문심의위원은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수준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 결과는 전년 대비 상당히 개선돼 보통 이상의 수준을 회복했다"며 "특히 신규 도입된 회계감독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긍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대기업 중심의 회계의혹도 회계감독을 엄격히 하는 과정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감사를 수행하는 회계사는 회계투명성 수준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해 기업과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감사보수에 대해서는 기업은 충분하다고 평가했지만 회계사들은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영진과 회계사, 회계학과 교수 등 1만26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전체 응답은 총 932명으로 7.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