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1등 세수공로자가 되다

담배는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로서 마야 유적에 가장 오래된 흡연기록이 남아 있다.

컬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을 계기로 서양을 거쳐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초 일본을 거쳐 들어 온 것으로 되어 있다.

담배는 이렇게 인류의 오랜 기호품이 되었으나 오늘은 세계 각국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널리 인식되어 왔지만 치명적인 폐암 유발의 원인이라는 주장에다 간접흡연의 폐해에 따른 우려가 겹쳐 흡연자는 설 땅이 없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담배는 인생이라는 싸움터에서 창과 방패이다”라고 하였다지만 이제는 방패가 무력화된 형국이다.

흡연 가능 공간은 점점 줄어들어 애연가들이 흡연을 위하여 구석진 자리를 찾는 모습은 보기에 딱할 정도이다.

불과 일이십년 전만해도 남성 사회에서 담배 권하는 것이 예의였고, 버스 안에서 흡연하는 것을 막아선다는 것은 빰을 맞을 짓이었다. 

세상사 하도 달라지는 것이 많지만 흡연문화도 그 하나이다. 금년 정부는 금연정책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담배 관련 세금을 손보았다. 

종전 담배에 대해 붙는 공과금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외에 건강증진부담금이 있었다. 

이번에는 종전 특별소비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국세로 만들어 출고가의 77%를 부과하고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57.1% 인상하였다.

그 결과 종전 공과금이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배 이상 늘어나, 2500원하던 담배 1갑이 4500원으로 인상되었다.

담배출고가의 세배가 세금이니 흡연자는 가장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납세자가 되었다. 입법과정도 흥미롭다.

불쑥 의원입법으로 담배 개별소비세 중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돌리자는 안이 나와 통과됨으로써 지자체가 좀 더 세수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도 국가와 지자체의 제 몫 챙기기와 거래가 엿보인다.

그러나 담배세금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하였던 금연비율이 34%가 3분기 기준으로 보면 17.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담배세수는 금년에만 3조 원 이상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담배세수가 10조 원을 돌파하는 것이고 내년에는 12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와 있다.

담배세수 10조 원이면 연봉 1억 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세의 98%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한 갑 피우는 흡연자라면 그 대가로 1년에 100만원의 세금을 내는 셈이다. 조세저항이 덜한 것은 세금이 담뱃값에 포함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직접세라면 난리가 날 것이다. 담배는 서민들의 기호품이라서 결국 서민인 흡연자의 세금부담으로 어려운 재정을 확충하여 나가는 결과가 되었다.

흡연자가 부족한 세수 증대에 막대한 기여를 한 가장 모범적인 납세자가 된 셈이다. 과연 이것이 조세의 목적에 맞는 것일까?

흡연자로부터 걷는 세금은 흡연자의 건강유지와 치료에 우선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건강증진부담금은 보건복지부의 쌈짓돈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흡연자는 별로 줄지 않고 세수만 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흡연은 습관성이 있다.

특히 우리의 미래와 대를 이을 청소년층과 여성층이 부디 담배의 인질이 되지 않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의 담배세금 인상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확보된 세수는 지키려는 것이 정부이다.

담배세금도 올릴 수 있으나 얼마나 공평하게 걷어서 어떻게 잘 쓰느냐가 조세정의의 핵심이다.

그렇게 많은 세금을 이를 부담한 흡연자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당국은 고민하고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