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지급 유예해도 매출채권 확정 땐 법인세 납부

A법인은 B와 정비사업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기본계획 수립·시공사 선정 등 각 업무수행단계에 따라 대금을 지급받되, 시공사가 선정되기 전까지는 B가 A법인에 대금의 지급유예를 요청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 

A법인은 이 약정에 따라 먼저 수행된 단계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공사가 선정되기 전에 B의 대금 지급유예 요청을 승낙하였다. A법인은 합의에 의해 지급유예된 대금 지급시기가 도래하지 않아도 당초 약정대로 수행한 용역 대금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할까?

대법원은 “중간지급 조건부 용역 공급의 경우 대가의 각 부분을 지급받기로 한 때에 익금의 귀속시기가 도래하고, 분할지급시기가 도래하기 전 대가 지급시기를 늦추기로 합의하였다면 그에 따라 익금의 귀속시기가 변경될 수 있지만, 분할지급시기가 도래한 이후에는 그와 같은 합의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미 발생한 법인세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법인세법은 ‘익금과 손금의 귀속 사업연도는 그 익금과 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한다’고 규정해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권리확정주의는 권리 확정시기와 소득 실현시기와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그 사업연도의 과세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권리확정주의는 실질적으로는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 그것이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법인세법이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보니 대금을 최종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나 대금 지급시기가 변경되는 경우에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세금에 대한 다툼이 종종 발생한다.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1245 판결, 이하 '비교 판결')은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후발적 사유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다. 다만, 위 비교 판결은 대손금과 같이 관련 법령에서 특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않은 소득금액을 그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 등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경상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에누리나 매출환입 같은 후발적 사유에 대해 납세자가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은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한계를 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권리가 확정되기 전에 지급기간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권리가 확정되는 시기가 변경됨을 인정하나, 지급시기가 도래하여 권리가 확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사후적으로 합의에 의해 지급시기를 변경하여 익금의 귀속시기를 변경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대상 판결은 권리확정주의 하에서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후발적 사유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5.8.19.선고 2015두158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