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국감원장(좌)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우)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회계부정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에 대한 질타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감독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검사 개시부터 검사 종료까지 걸린 검사기간은 한 달이 되지 않는 평균 25.8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사종료 후 금감원의 제재심의위 의결까지는 무려 263.3일이 걸렸으며, 이후 최종 결과 공시까지는 44.8일이 더 걸렸다. 결국 최초 검사 개시부터 최종 결과 공시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지난해 1월 1억 건이 넘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1년을 훌쩍 넘긴 지난 2월 12일 해당 기업의 최종 공시가 마무리 된 사실이 지적됐다. 당시 금감원은 같은 달 13일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은행에 대해 부문 검사를 진행했지만 최종 공시된 날은 롯데카드와 농협은행의 경우 288일이 지난 2014년 10월 28일이었으며, KB국민카드는 무려 395일이 지난 올해 2월 12일이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이 최대의 금융사고를 겪고도 미래를 대처하기는커녕 뒤처리 수습에만 1년 넘게 시간을 끄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융당국의 검사가 마무리 되더라도 '솜방망이' 제재만 뒤따라온다는 것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이다. 금감원의 제재안이 금융위로 올라가면 제재 수위가 더욱 낮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
민 의원에 따르면 8월에만 금감원 징계 상정안 29건 중 20건이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 변경됐으며 징계수위도 낮아졌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11건, 2012년 9건, 2013년 5건이었던 심의 결과 상이사례가 지난해 15건으로 늘더니 올해 8월까지 20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의결한 대우건설 분식회계 징계 사례를 보면 금감원은 대우건설에 대해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600만원, 3년 감사인 지정, 현직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전현직 대표이사 등 검찰 고발 등의 징계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징계안이 감리위원회에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으로 감경됐고 최종적으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 2년 감사인 지정으로 증선위가 의결했다.
2014년 7월 이후 상이사례 36건 중 30건은 대우건설 사례와 같이 회사 또는 감사인(회계법인)에 대한 징계를 감경한 것이었다. 특히 30건 중 24건은 감사인의 징계 수준을 낮춰준 사례였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이 아직 파악하지 못해 대처조차 못하고 있는 사건도 산적해 있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우건설과 '판박이 사건'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해 회계감리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강 의원은 산업은행이 제출한 경영컨설팅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부문 손실 이전부터 상선부문에도 거액의 악성채권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상선부문에서 선박 인도 후에 잔금을 받지 못해 2010년부터 악성 장기매출채권이 늘어나고 있었다.
2011년 9월 기준으로 계상된 장기매출채권 1조6320억원은 지난해 말까지 미회수 잔액이 1조604억원이나 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들 미회수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금액은 45% 수준인 4749억원에 그쳤다.
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인도일로부터 3년 거치 후 12년 분할상환조건, 3년 만기 일시납 외 4년 분할 상환조건 등의 방법으로 마치 받을 수 있는 채권인 것처럼 꾸며 이익을 부풀리고, 대손충당금은 거의 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선주들이 사업수지 및 유동성 악화로 잔금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지급유예를 하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단행했다"며 "빠른 시일 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내년 2월에 전자보증서가 사라지지만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행 민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초부터 금융기관은 전자보증서를 사용할 수 없어 보증대란이 예상되는데 금융당국은 지난 4월까지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법은 보증서에 대해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보증서만을 인정하고 전자보증서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이 작년에만 이용한 전자보증서는 69만3895건에 이른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93.4%, 기술보증기금은 97%가 전자보증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