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과 오너일가·대홍기획 등 계열사 실권
롯데닷컴이 지난해 롯데닷컴재팬에 서준 보증채무 이행으로 악화된 재무구조와 자금 흐름 개선을 위해 올해 실시한 유상증자에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는 물론, 호텔롯데 등 주요 주주들이 참여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17일 롯데닷컴과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 1월 롯데닷컴은 약 128.6억원 규모(신주 162만 8817주, 발행가격 7898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2월 27일 실제 청약 결과는 예정보다 축소된 신주 147만5211주에 116.5억원의 주금납입이 이루어진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 회사의 납입자본금은 2014년 말 232.6억원에서 73.7억원이 증가한 306.3억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약 42.7억원을 더해 총 116.5억원의 자본 확충이 이뤄졌다. 그 결과 부채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자금수지를 선순환흐름으로 개선해 그간의 부정적 평가 해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은 최대주주인 롯데쇼핑과 롯데닷컴 임원 등 기타주주를 제외하고 신동빈 회장과 그의 일가 및 대홍기획 외 3개사 등 총 7명의 주주가 증자에 불참해 실권되고, 그 실권주를 롯데쇼핑이 전부 가져간 점이다.
롯데닷컴의 감사보고서와 지난 2월 최대주주 변동 공시에 근거, 이 회사의 증자 전후 주주 구성 및 지분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주주 구성엔 변화가 없고, 지분율의 경우 롯데쇼핑이 종전 34.4%에서 146만4천주가 늘어 50.01%가 됐고 롯데닷컴 임원 등 기타 주주도 1만1211주를 추가 취득했다.
나머지 신동빈 회장, 신동주, 신영자씨 등 오너 일가 3명과 대홍기획,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총 7명의 주주는 실권함으로써 보유 주식수의 변화는 없었다.
주요주주 실권 이유는 롯데쇼핑 밀어주기?...저가 발행에 몰빵 인수 '의혹'
그렇다면 이들 7명의 주주는 무슨 이유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걸까? 증권가에서는 이 부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망이 밝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닷컴의 증자에 그것도 신주발행가가 7898원(액면가 5천원)에 불과해 헐값인데도 불구하고 신 회장 등 오너일가와 계열사들이 왜 발을 뺏는지, 또 롯데쇼핑이 이들의 실권주를 전부 가져가게 된 배경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과 그 일가와 대홍기획 등 총 7명의 주주들이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이 똑같이 실권 결정을 자율적 판단으로 내렸는지 의구심이 간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실권주를 비교적 저가로 추정되는 주당 7898원에 롯데쇼핑이 가져가도록 만든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롯데닷컴이 영위중인 인터넷 쇼핑몰사업은 롯데닷컴재팬이 일본에서 청산될 정도로 실패한 것과는 달리 국내의 경우 면세점, 편의점, 모바일쇼핑 등과 더불어 최근 대세 유통 채널중 하나로 떠오르며 그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만큼 대주주가 실권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매출규모나 업태가 서로 조금씩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상장기업 중 유사 업종으로 분류되는 인터파크가 2만2천원대(액면가 500원), 현대·GS·CJ오쇼핑 같은 홈쇼핑업체들이 주당 13만 ~20만원대(액면가 5천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당 7800원대릐 가격이라면 투자 메리트가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례로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쳐스가 지난해 매출 3484억원에 당기순손실 1194억원으로 누적 결손금만 1207억원(납입자본금 85.4억원)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성장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 그룹이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조 1000억 원을 유치한 점을 꼽았다.
더불어 롯데닷컴 역시 지난해와는 전혀 다르게 올 상반기 매출 1026억원에 반기순이익 88.9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시현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각 주주별 경영상의 판단 및 의사결정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당사는 이에 관여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성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소셜 및 오픈마켓은 적자상황이며 종합 몰들만 겨우 수익 내는 상태로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이익 구조가 안정적인데다 기존 최대 주주인 롯데쇼핑이 모바일 사업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증자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쉽게 납득이 않되는 부분은 어떻게 오너 일가와 대홍기획 등 총 7명의 주주들이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일제히 실권하는 의사결정을 똑같이 내릴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면 이 실권주를 롯데쇼핑이 전부 인수할 수 있도록 발을 빼도록 그룹차원의 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다만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유통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다보니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를 결정한 사항이며 특별히 롯데닷컴과 사전 협의한 바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롯데닷컴과 롯데쇼핑 모두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견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