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무조정 규정 무효 대법원 판결의 파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외부세무조정을 강제하고 있는 법인세법시행령 및 소득세법시행령 규정, 그리고 세무조정을 할 수 있는 전문가에서 변호사를 제외하고 있는 각 시행규칙을 모법의 위임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효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조정반지정거부처분 사건)

이에 따라 외부세무조정 강제규정은 효력을 잃고 모든 납세자 스스로도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세무사회 등 관련 전문가 집단은 전혀 예상치 못한 판결에 당혹감과 위기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향후 법률의 형식에 의한 외부세무조정제도의 입법을 예상하면서 관련제도의 도입 여부, 외부전문가의 범위 등의 공론화 필요성까지 언급하였다.

이는 대법원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설시이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공을 국회에 넘김으로써 정책법원을 지향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기획재정부는 발 빠르게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법률에 규정하기 위해 관련법을 입법예고하였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의 결과에 따라 누구나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간은 한 시즌도 되지 못할 것 같다. 

이 사건의 발단은 종래 세무조정반으로 지정받아 세무조정업무를 행하던 변호사들을 신설된 시행규칙에 의하여 전문가에서 제외한 것이었다. 

원고 법무법인의 소송목적은 신설 시행규칙에서 변호사를 세무조정 전문가군에서 제외한 것은 시행령의 위임범위에 벗어날 뿐아니라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직업선택자유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종전대로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정반지정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제1심 및 제2심 모두 시행규칙이 상위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더 나아가 직권에 의한 법률판단으로서 외부조정을 강제하도록 한 시행령자체가 모법의 위임없이 납세자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를 규정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대법원에서 문제의 발단이 된 분쟁의 해결과는 직접 관련 없는 법규까지 직권으로 손을 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제 외부세무조정 문제는 새로운 입법의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되었다.

결국 변호사가 세무조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당초의 쟁점을 떠나 제도 자체가 새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 1조원 규모의 세무조정 업무 시장에 변호사가 뛰어들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변호사에게 세무조정업무는 그렇게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렇지만 법조 인접 직역 사이에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보면 왜 시행규칙에서 종전까지 허용하여 오던 변호사의 세무조정반 지정 자격을 제외하였지 의문이다. 단순한 착오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 의도였던 간에 평지풍파에다 직역간의 다툼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행정입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견을 보여주는 나쁜 사례가 아닐까? 이미 입법이 예고되었지만 외부세무조정제도는 국세행정의 효율성을 감안해야 한다. 

납세자들도 그동안 전문가에게 세무조정을 맡기는 것이 관행이 되었고 착오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일은 세무조정을 할 수 있는 자격자의 범위, 특히 변호사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당초 입법예고안은 “세무사 등 대통령이 정하는 자”로 되어 있다가 정부안은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 또는 세무대리 등록을 한 자”로 변경되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행 세무사법 상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이 불가능하고 세무대리 등록마저 봉쇄되어 있어 입법과정에서 그 접점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위헌, 시행령 무효의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법조양성 제도의 변경에 따른 변호사의 대량배출로 인한 변호사의 일자리, 일거리 부족이 이제 변호사들 사이의 갈등을 넘어 법조인접 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이다. 전문가의 서비스는 상품과 달라 대량 배출이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다.

세무전문가의 영역에 있어서도 언제까지 관련 직업군 사이의 소모적인 직역 갈등이 계속될 것인가? 법률인접 직역의 통합이 거론된 적도 있으나 갈 길은 너무 험하고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