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음식점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 탈루액이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을 벌면 43.1원을 빼돌렸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사진)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직 종사자를 비롯한 고소득 자영업자 87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1조51억원의 소득이 탈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에 잡아낸 탈루 소득 9786억원에서 265억원이 늘어난 규모이며, 5년 전인 2010년(4018억원)의 약 2.5배에 이른다.
조사대상자 870명이 세무서에 자진신고한 금액은 1조3296억원에 그쳤는데, 100원을 벌면 43.1원은 뒤로 빼돌리고 나머지 56.9원만 소득으로 신고한 셈이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지난해 세금과 가산세 등으로 5413억원을 추징했다는 것이 박 의원측의 설명이다. 1인당 평균 11억5500만원의 소득을 탈루했다가 6억2200만원의 세금 및 가산세를 납부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매출을 이중 관리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탈루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측에 따르면 모 유흥주점은 이중장부를 작성하고 비밀사무실에 은닉하는 방법으로 현금수입금액을 누락해왔다.
모 의료업자는 현금수입금액을 누락하고 호화생활을 누린다가 국세청에 적발됐으며, 한 웨딩홀 사업자는 예식비를 당일 현금으로 받아 소득을 탈루해 자녀들의 재산증식에 사용해오다 적발됐다.
한편 국세청이 고소득 자영업자들에게서 잡아낸 1조원의 탈루소득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 및 탈세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207만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가 56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소득세 탈세 규모는 11조6900억에 이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성실납세자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의 건설적인 세법개정 논의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4대 지하경제분야를 집중 관리해 정부의 과세형평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