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처벌법 제15조 제1항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사업자가 건당 30만원(2014년 7월 1일부터는 10만원) 이상 현금거래 시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으면 거래금액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부과받게 되어 있다.
2010년 1월 1일 신설되어 2010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조항이다. 헌재는 최근 위 조항에 대하여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하였다. 법원의 위헌제청 혹은 헌법소원 형태로 여러 건에 계류중이었다. 불과 3인만이 위헌위견을 냈다.
합헌의견은 요컨대, 위 조항은 고액 현금거래가 많아 소득탈루의 가능성이 높은 변호사업, 회계사업 등 사업서비스업, 병의원 등 보건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대상은 거래금액이 3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이고, 고소득전문직 사업자 등의 탈세유인을 차단하려면 상한 없이 거래금액 50% 과태료가 탈세유인을 차단하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과태료는 실질이 가산세와 유사하더라도 세금의 일종인 가산세와 다르다. 현금영수증은 주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1회성 거래가 많아 가산세와 같이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감면하여 주어야 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고 긴요한 반면 제한받는 사익은 현금거래 시 별도의 수수료 부담 없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의무에 불과하므로 과잉금지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헌결정은 헌재의 입법통제 기능을 소홀히 하고 세무행정 및 거래에 있어서의 납세자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편향되어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태료 부과 방식과 범위에 대한 현행 법체계의 정합성과도 맞지 않고 종래 헌재 결정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일찍이 헌재가 부동산실명법 위반자에 대한 과징금을 일률적으로 부동산 가액의 30%로 정한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에 따라 조항은 탄력적으로 고쳐졌다. 또한 헌재는 공직선거법상 경미한 금품 등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제공받은 가액의 50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부과하던 조항에 대하여도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변호사들조차도 새로 생긴 제도를 몰라 개인 고객에게 일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는데 이것도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이라 하여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었다. 물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으니 소득의 탈루는 없었는데도 말이다. 질서행위규제법은 과태료를 산정함에 있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조세범처벌법 상의 다른 과태료도 그 상한을 정하고 구체적 의무위반 사유에 따라 그 액수를 세분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일률적인 50% 과태료 규정이 정당하다고 하면서 행정청이 재량에 따라 과태료 비율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면 다른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는 과태료 조항은 행정집행의 지표이기도 하지만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재판규범이라는 것을 일시 망각한 것이 아닌가? 현금영수증 미발행의 사유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반면 미발행의 결과는 조세탈루가 있는 경우의 불이익을 제외하고 이익금도 아닌 거래금액의 50%를 내놓아야 한다. 고소득전문직의 탈세는 막아야 하고 그에 대하여 입법재량을 인정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양한 거래형태와 납세자군 속에서 정말 억울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출구를 마련하여 주는 것이 법의 온당한 태도이고 사법적 기관의 본연의 책무이다. 소수의견이 3인에 그쳤다는 점이 실망스럽다. 합헌의견은 고소득전문직 사업자의 탈세 우려에만 초점을 맞춰 숲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고액현금거래라고 하는 것도 이미 2014년 10만원 이상으로 하향되었다. 대상업종은 조항 신설 이후 고소득 전문직종에서 확대되어 오다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일부 소매업종까지로 확대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의 합헌논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헌재는 그 동안 조세법분야에서 최초의 위헌결정을 하였을 뿐더러 다수의 위헌결정으로 국회의 자의적 조세입법에 맞서 헌법상의 국민의 재산권보장과 평등의 이념 구현에 기여하여 왔다. 그런데 근래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등 문제조항이 남아 있고 조세입법에서 헌법상의 문제가 있는 조항이 계속 이어짐에도 좀처럼 움직임이 없다. 아쉽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